주간경향 기고(1334호)
노래를 두고 인생과 동일시한 기억이 많지 않다. 그날 날씨와 기분으로 노래가 아름답게 들린 경험은 있다. 노래에는 저마다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청자에 따라 개인적인 경험으로 각인되는 매체가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듣게 되면 어느새 시공간이 바뀌어 특정한 순간으로 우리를 데려가기 때문이다.
한국은 여전히 오디션 프로그램을 사랑한다. 시청자가 가수를 만들고 ‘프로듀서’라는 이름으로 데뷔시킨다. 곽진언은 슈퍼스타K 시즌 6의 우승자다.
그가 마지막 경합에서 부른 노래를 생중계로 지켜봤다. 다양한 악기 구성도 없이 기타 하나로 노래하는 모습에 몰입했다. 한동안 잊고 지내다가 몇 년이 지났을까. 노래가 불현듯 떠올라 찾아봤다. 이번에는 마음에 각인됐다.
가슴이 저렸던 부분은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였다. 처음엔 비판적인 태도로 들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착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고백에 코웃음 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이 우둔하고 괴상한 가사에 점차 무장해제되는 나를 발견했다.
화자는 자신의 우울과 슬픔, 또 의기소침을 인정한다. ‘나보다 따뜻한’ 그대에게 보내는 고백을 들으며 이상하게 질투가 났다. 연약한 모습마저도 가감 없이 드러낼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것은 축복이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우리가 가진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생겨 어떻게든 긍정적인 이미지로 기억되고 싶다. 특히 일하며 만나거나 취미와 취향이 비슷해 그룹 형태로 엮인 사람들과의 친분에서 자기 성격의 밑바닥까지 보여주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한 가지 확신이 들었다. 내면에 있는 어두운 모습과 마주하고 악수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자유로울 수 있겠다고. 거창한 진리를 발견한 게 아니었다. “사랑을 나눠줄 만큼 행복한 사람이 되면”…. 나 또한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10년간 꾸준히 해온 기도가 있다. ‘다른 이에게 사랑을 나눠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노래처럼 꼭 행복한 사람이 되어야 사랑을 나눠줄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슬픔, 외로움, 고통과 같은 감정은 행복과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가까울 수도 있겠다. 내 어둠을 드러내고 아픔을 공유하는 것도 다른 이에게 포근한 위로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또 그것이 우리가 흔히 부르는 ‘사랑’에 가까운 것은 아닐까.
행복에 대한 정의가 많다. 양보다 빈도라는 말도 있고, 일시적인 감정이라고도 들었다. 행복한 사람은 감동이 많은 사람의 또 다른 표현 같다.
그렇다면 나도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다. 거창하게 삶의 목표로 정해 도달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그저 그대를 포근하게 안아주고, 때로는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 보고 싶어도 더는 마주할 시간이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다. 오늘은 그에게 고맙다고 전하면 좋겠다.
원문 링크 주소 : https://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artid=201906281527251&code=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