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바리 / 클럽 <무경계-와춤을> / 7월의 책 '인어가 잠든 집'
출퇴근 길에 소설을 봤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은 처음이었다. 지난번 번개 때 멤버들이 <인어가 잠든 집>은 기존 게이고 소설과 조금 다르다고 했다. 입문 소설로 좋았다. 책을 덮고 나서 에필로그를 다시 뒤적였다. 소고의 이야기가 소설에서 어떻게 위치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소설을 읽고, 그저 일본에 한정되는 이야기는 아니겠구나 싶었다. 국내 기증자를 찾지 못해 미국까지 가기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이 든다는 사실도 간접적으로 알게 됐다. 사실 내 일이 아니라면 관심을 가지기 어려운 주제이고, 인생에서 자주 맞닥뜨릴 수 없는 이야기다. 심지어 나는 아직 부모가 되지도 않았다.
가오루코라는 인물을 유심히 봤다. 사실상 주인공이라고 여겼다. 미즈호에 대한 집착이 심하다고 단정 짓기는 어려웠다. 그만큼 입체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미즈호에게 동화 책을 읽어주는 선생님인, 신쇼 호사코를 사칭하며 유키노의 심장병 수술을 위한 모금 운동에 열렬히 참여했다. 나라면 어떻게 행동 했을까.
소설을 읽는 즐거움을 잊고 살았다. 수능 공부로 문학을 읽었고, 스무 살이 된 이후에는 전공 공부를 위해 과제를 하듯 읽었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오롯이 소설에 몰입했다. 클럽 덕분이다.
여태 소설이 살아남은 이유가 뭘까. 김영하는 "타인이 되어보는 것이 소설의 목적"이라고 했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소설에 효용이 있다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살펴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지적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 책을 많이 샀고, 나름 읽어왔다고 자부했다.
아니었다. 소설은 인생을 시물레이션 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한여름, 깨달은 것이 하나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