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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직활동가 Nov 07. 2019

<일주일 제주도민이 되었네>

4.3 평화공원과 바다자전거(4편)

내려가니 네다섯 명쯤 있었다. 한 분은 주인으로 보였고,

남자 두 분 사이에 여자분이 있었다. 


그들은 이미 돼지고기를 구우며 저녁을 즐기고 있었다. 

저녁을 먹었지만 자리에 끼어 앉았다. 

제주 여행 첫날이기도 했고, 새로운 사람과 어울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4.3 이야기가 나왔다. 

어느 여자분은 제주에 와서 처음으로 그 역사를 알았다고 했다.  

주인도 제주에 내려와서 알게 됐다고 맞장구쳤다. 


쌍꺼풀이 짙고 살갗을 조금 태운, 40대로 보이는 남성이 유독 소리를 키워 말했다. 

"교과서에도 그 역사가 있는데, 여기 와서 알게 된 것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분위기가 험해질 수도 있어 더 깊게 이야기하지 않는 것 같았다. 


나도 여자분처럼 4.3을 이번에 처음으로 자세히 알게 됐다.

평화공원에 가지 않고, 시간을 더 투자하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의 말보다는 태도 때문에 불편했다. 


남성 두 분은 친구였다. 언성을 높인 분은 친구 따라 이 곳에 처음 왔다고 했고,

다른 남성 분은 제주에 오면 무조건 이 '바다와 자전거'에 온다고 했다.


여기는 특별해 보였다. 포구와 가까이 있었고 바다가 보였다. 가격도 저렴했다. 

남자 방은 8인이 함께 묵을 수 있는 도미토리였다. 그곳에 주인 아들도 묵고 있었다.

언제나 새로운 사람과 묵을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여행하는 자를 맞는 일은 지루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가 좋아 정착한 사람이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면 어떤 기분일까.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맞이하는 역할은 퍽 괴로울 것 같았다. 


고백하자면 '바다와 자전거'에서 숙박료를 내지 않은 것 같다. 

어플로 예약했는데 따로 지불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 이유로 다시 한번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게 따로 연락도 하지 않았던 주인은 넉넉한 것일까. 아니면 다음에 또 오라는 전략을 발휘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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