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네가 보내준 선물

3-1 <너의 조각을 나눠 가진 세 아이>

by 별의기록

<나는 너를 품었고, 너는 나를 살렸다>

잊을 수 없는 날들을 기록합니다.

사랑이 남긴 상처와 다시 살아가게 한 온기에 대하여.


※ 이 브런치북에는 반려동물의 죽음, 이별, 강한 감정 묘사가 다소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 집에는 이제 토토(실키테리어)의 뒤를 이어 첫째 카노(푸들/테리어 믹스), 둘째 젤리(말티즈), 그리고 셋째 설탕이(코카스파니엘 믹스견), 이렇게 세 아이가 살고 있다.


 우리 가족은 입양이나 나이 순서를 봤을 때 애매해 딱히 따지지 않고 뭉뚱그려 ‘젤카설’이라고 부르곤 한다.

 어쨌든,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완전체’였던 토토의 성격과 버릇을 마치 조각조각 나눠 가진 것 같을 때가 있다. 성격도 성격이지만, 특징마저도 토토랑 비슷한 구석이 있어서 ‘아, 이럴 때는 토토를 닮았네?’ 싶은 그런 부분들. 이건 나 혼자 느끼는 게 아니라 가족 모두가 인정하는 이야기다.



 <첫 조각 – 젤리>


 토토가 남기고 간 첫 조각은 둘째지만 처음으로 입양된 젤리다.


 토토는 가족들의 말을 알아듣는 것처럼 똑똑했다. 오히려 너무 똑똑해서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무시하는 느낌이 강했다. 예를 들자면, 간식이나 새로운 장난감 같은 말은 기가 막히게 알아들으면서 목욕이나 발톱 깎자는 소리는 무시하곤 했다.


 거기다가 무언가 물어뜯으면서 파괴하는 걸 좋아했다. 그래서 문과 문턱이 남아나지를 않았다. 그 밖에도 여러 가지 물건을 다 파괴했다. 가족 모두의 물건 마저 확인하듯 꼭 물고 씹고 뜯었으니까.


 짖는 건 또 얼마나 심한지. 한 번 짖으면 빌라 전체에 토토의 목소리가 울리고는 했다. 마치 우리 집의 대장인 것처럼 행동하는 게 우스우면서도 귀여웠다. 짖는 건 시끄러웠지만 말이다.


 푹신한 것도 좋아해서 누나들 옷이 쌓여있으면 꼭 거기에 가서 눕고는 했다. 자리가 마음에 안 들면 땅굴 파듯 마구 파헤치며 제 자리를 만드는 것까지 완벽한 강아지였다.


 가끔 형과 동생을 선동해서 짖는 젤리를 보면 토토에게도 만약 형제, 그러니까 사람 누나들이 아닌 강아지 형제가 있었다면 젤리보다 더하면 더 했지, 절대 조용하지는 않았을 것 같단 생각이 들고는 한다.


 그리고 토토는 누나들이 카메라만 들이대면 뭘 아는 것처럼 찍으라는 듯 모델처럼 가만히 있었다. 가끔은 카메라를 봐주는 게, 꼭 카메라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젤리도 똑같다.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것도 모자라 인형의 꼬리나 귀를 마구 씹어대서 잔뜩 헤지게 만드는 거나, 종이로 된 건 무조건 물어뜯어 다 찢어버린다. 그럴 때 보면 토토가 저랬는데, 싶을 때가 있다.


 짖는 건 또 얼마나 심한지. 밖에서 아주 작은 소리만 들려도 먼저 달려들어 왕왕 짖고는 한다. 게으른 강아지가 그럴 때만 아주 잽싸다. 선택적 게으름인 걸까.


 카메라도 마찬가지다. 매번 카메라만 들이대면 유체 이탈한 것처럼 잔상만 남는 설탕이와 달리 젤리는 예쁘게 나오는 방법을 아는 듯 카메라를 봐주고는 한다. 카노는 카메라가 실물을 못 담는데. 어떻게 찍어도 예쁘게 나오는 것마저도 토토와 젤리는 닮았다.


 무조건 높은 곳, 푹신한 곳만 찾는 것까지 토토와 닮은 젤리. 토토가 우리에게 남기고 간 첫 번째 조각은 젤리인 것 같다.



 <두 번째 조각 – 카노>


 토토가 남기고 간 두 번째 조각은 첫째지만 두 번째로 입양된 카노다.

 토토는 “아!”하는 소리를 내면 물다가도 놔줬지만, 가끔은 정말 진심으로 물어서 상처를 내고는 했다. 그날은 사람과 강아지가 아닌 누나와 동생으로서 서로 기분이 상하는 날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가족들이 우울한 날이나 기분 안 좋은 날에는 무언가를 아는 것처럼 옆이나 멀찍이 떨어져서 보고는 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을 만큼 멍하고 뚫어지게 말이다. 그래도 누나들이 우울한 날에는 곧장 옆으로 와서 자리를 지켜줬다.


 어떠한 말을 직접적으로 해주는 건 아니지만, 그 눈빛 하나만으로도 큰 위로가 된다는 건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절대 모를 거다.


 마치 ‘내가 옆에 있어. 괜찮아. 난 여기 계속 있을 거야.’하고 지켜주는 느낌이었으니까.


 성격이 안 좋아 집에서만 미용할 수 있었던 토토의 털은 항상 들쑥날쑥 못생겼었다. 토토가 작은 누나랑 매번 전쟁을 치르듯 싸운 이야기만 봐도 알 수 있는 내용이니 이하 생략하겠다.


 또, 안으려고 손을 뻗으면 그것마저도 극도로 싫어하던 토토였다. 어릴 때부터 귀엽고 예쁘다고 오냐오냐 자란 게 문제인 것 같은데 귀여운 걸 어떡하겠나.


 어찌 됐든, 카노도 이 부분에서는 똑같다. 입질은 기본에, 위로가 필요한 날이든 아니든 멀찍이서 항상 지켜봐 주고는 하니까.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지만, 그 눈빛에서 나는 많은 위로를 받는다. 언제나 고개를 돌리면 그 자리에서 카노가 지켜봐 주고 있을 것 같은 기분이라면 이해가 쉬울까?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개삼촌의 성격을 그대로 물려받은 것처럼 미용하기가 힘든 카노의 털은 항상 들쑥날쑥하다. 못생겼다고 놀리고는 하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예전의 토토 모습이 겹쳐 보인다. 클리퍼만 들어도 이를 드러내는 탓에 예쁘고 깔끔하게 미용하지 못했던 그 모습이.


 <마지막 조각 – 설탕>


 토토가 남기고 간 마지막 조각은 막내인 설탕이다.


 토토는 정말 꼬박 2박 3일을 말해도 모자랄 만큼 사고뭉치였다. 베란다에 있는 양파망을 죄다 뜯기도 했고, 쓰레기통까지도 헤집어서 바닥에는 항상 쓰레기 천지였다. 그 때문에 엄마한테 이게 뭐냐며 혼나기 일쑤였다.


 식탐은 얼마나 많은지. 상 위에 있는 것들을 대놓고 먹거나 몰래 야금야금 먹고는 했다. 그러다가 발각되면 엄마한테 또 혼났다.


 설탕이도 마찬가지다. 식탐이 많은 건지, 궁금증이 많은 건지. 누가 주방에만 가면 다 자기 건 줄 알고 어느샌가 졸졸 따라와 지켜본다. 강아지가 먹을 수 있는 게 아닌 걸 알면서도 미련을 못 버리는 건 토토나 설탕이나 똑같다.


 또, 토토는 산책 매너가 아주 꽝이라 밖에 나가서 내려놓기만 하면 따라잡을 수도 없이 앞으로 치고 나갔다. 프로탈출러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리드줄만 믿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앞만 보고 달렸다. 리드줄 잡은 사람만 죽어라고 뛰어 토토를 따라잡아야지만 끝나는 술래잡기처럼.


 설탕이도 그런 토토를 닮아 내려놓기만 하면 미친 듯이 뛰어간다. 예전이랑 다르게 자동리드줄이 아니라 멀리는 못 가지만, 항상 리드줄은 팽팽하게 당겨져서 간다 안 간다 실랑이를 벌이고는 한다.


 아직도 토토가 왜 그랬는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돌아다니면서 가족들도 확인했고, 안기는 건 싫어하면서 뽀뽀는 엄청 좋아했다.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달려들어 뽀뽀 세례를 퍼붓고는 했으니까.


 사료도 젓가락으로 한 알 한 알 줘야 잘 먹어서 왕자님도 아니고 이게 뭐 하는 거냐며 타박하면서도 웃으며 한 알 한 알 먹이기도 했던, 추억이 남아있다.


 공이랑 터그놀이도 엄청나게 하는데, 욕심이 많아서 절대 누나들에게 뺏기지 않으려 애쓰기도 했다. 뺏고 뺏기는 게 놀이인데도 토토는 한 번 문 거는 절대 놔주지 않았다.


 설탕이도 항상 상에 관심이 많다. 토토처럼 공도 좋아해서 일부러 공을 물고 와서는 상에 있는 음식과 물물교환하자는 듯 툭 상 위로 떨어트리고는 한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국이나 찌개를 먹을 때마다 설탕이가 공을 빠트리지 않도록 경계하며 먹는다.


 토토 삼촌을 닮아 욕심도 얼마나 많은지 공을 한꺼번에 세 개씩 물기도 하는 욕심쟁이가 설탕이다. 그냥 줘도 순식간에 비워버리는 오빠들과 달리 숟가락으로 퍼줘야 먹는 것마저 유별난 토토를 닮았다.


 게다가 자는 중인 오빠들을 포함한 온 가족을 확인하러 다니기도 하고, 누나들 자리를 빼앗던 토토처럼 오빠들이 만들어 놓은 좋은 자리를 뺏고는 한다.


 한편으로는 안기는 건 싫어하면서 뽀뽀를 퍼붓는, 제2의 토토처럼 애교쟁이인 것도 똑같다.




 3-1 <너의 조각을 나눠 가진 세 아이>의 외전 격으로 이야기를 하나 더 풀어보자면, 별명 부자였던 개삼촌 토토의 조카들 아니랄까 봐 젤리, 카노, 설탕이도 별명이 넘쳐난다.


 토토는 토마토라고 가장 많이 불렸다. 어릴 때부터 누나들이 멋쟁이 토마토 노래를 불러줘서 토마토란 별명이 제일 먼저 생겼고, 그 밖에도 별명이 참 많았다.

돼토토, 미역, 프로탈출러, 삼발이, 양파도둑, 개삼촌, 혀 넣는 걸 매번 까먹어 바보 등이 있다.

씻는 걸 싫어했던 토토였기에 항상 기본 케어가 되지 않아 미역 냄새가 나고는 했다. 떠난 이후로는 조카가 셋이나 생겨 개삼촌이라고 불렸다.


 젤리는 처음 만났을 때 발바닥까지 분홍색이었어서 부농젤리라는 별명이 제일 먼저 생겼다. 부농젤리 외에도 개삼촌 토토를 닮아 별명이 많다. 찐빵, 털뭉치, 흰둥이, 애기, 호빵맨, 젤리 형아, 무도사, 먹보, 미친놈, 욕심쟁이, 대장님 등이 있다.

털이 쪘을 때 자다가 머리 한쪽이 눌리면 호빵맨 같고, 털을 빗으면 딱 털을 뭉쳐놓은 것처럼 털뭉치가 된다.

 카노는 보호소에서 받았던 이름인 깜돌을 시작으로 카노 형아, 산할아버지, 배추도사, 예민보스, 거봑이, 선친놈, 관찰자, 염탐꾼 등이 있다.

거봑이는 젤리, 카노, 설탕이 중에 카노가 산책할 때 제일 느려서 ‘거북이’라고 불렸는데, 내가 잘못 입력하면서 오타로 ‘거봑이’라고 보낸 후로 거봑이가 됐다.

미용할 때 입질 때문에 다칠까 봐 입 쪽과 머리 쪽은 깔끔하게 할 수 없기에 남겨두는데, 그 때문에 산할아버지와 배추도사란 별명이 생겨났다.


 설탕이는 부모님이 계신 안방에서 주로 생활한다. 예쁨을 많이 받는 탓일까? 전혀 어울리지 않으면서도 숟가락으로 안 주면 안 먹는 탓에 공주님을 시작으로 새친놈, 깜순, 털뿜뿜이, 덤보, 설탕이 형아, 공친놈, 암살자, 실탕이, 슐탕이, 솔탕이 등이 있다.

아빠, 그러니까 애들에게는 할아버지인 아빠가 설탕이 이름을 하도 바꿔 불러서 이름이 변형된 별명이 많다. 게다가 여자임에도 오빠들에게 전혀 꿀리지 않는, 무던하고 발랄한 성격에 ‘형아’란 별명도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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