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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겸 Oct 24. 2019

미술로 지속 가능한 공존을 말하다.

미술의 사회적 역할을 하는 사비나 미술관

딸이 제법 말도 잘하고 잘 뛰기 시작하면서 우리 가족은 나들이를 다니기 시작했다. 우리 가족은 사람들이 많은 유명 관광지나 명소 등으로 가는 나들이를 내키지 않는다. 그리고 차로 2시간 넘게 이동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나들이는 말 그대로 집을 잠시 떠나 다녀오는 것이다. 2시간 넘짓 차로 이동해서 사람들 북적이는 곳에 가는 것은 우리에게는 여행에 가깝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 도린곁 같은 곳을 좋아한다. 서울 가장자리에 있거나 경기 외곽에 있는 작고 아담한 식물원, 미술관, 박물관 등을 자주 다닌다. 방문객의 발길이 자주 닿지 않는 곳이라 늘 우리가 그곳에 주인행세를 하듯 여유롭게 누릴 수 있더랬다. 자주 다녀보니 이런 곳이 많이 있으면 더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최근에 다녀온 곳도 그런 미술관이었다.

어느 10월의 토요일. 아침에 눈을 떴다. 고개를 돌려 창문 밖을 올려다보니 하늘은 푸르디푸르고 새털구름이 넓게 퍼져있었다. 창문을 여니 막새바람이 집 안으로 시나브로 들어와 거실 바닥에 슬며시 앉았다. 늦잠을 자는 아내를 살짝 깨워 나들이 가자 물으니 금세 눈이 떠진다. 나와 아내는 잠든 아이를 방에 홀로 두고 식탁에 앉아 스마튼폰을 들고 검색을 한다.

어디로 갈까? 어디가 좋을까?

 
장소를 물색하며 의견을 주고받다가 찾은 곳이 사바나 미술관이었다. 은평구 진관동에 소재한 이 미술관은 우리 집에서 1시간 이내 거리였다. 그리고 진관사와 은평 한옥박물관에도 가까워서 우리 가족에게 더할 나위 없는 맞춤 나들이 코스였다. 게다가 동물과 환경을 주제로 한 『우리 모두는 서로의 운명이다 / 멸종위기 동물, 예술로』 전시(7/18 ~ 11/3)를 하고 있었다. 이 전시가 나의 눈을 붙잡은 것은 미술관이 미술작품을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와 역할 때문이었다. 서로 다른 국적의 다른 장르를 하는 예술가들이 협업하는 전시 그 자체가 공존과 협생의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그리고 미술관이 사회적 역할을 생각하여 이번 전시를 시작했다는 점도 좋았다. 정적인 미술 전시를 통해 사람들의 생각과 관점을 바꾸려는 의도가 보였다. 즉, 1차적 관람에 머물지 않고 2차적 화두를 던지려고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메시지가 부모뿐만 아니라 아이에게도 교육적이라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우리 가족의 최근 관심사이기도 해서 우리는 미술관으로 향했다.

도착을 하니 역시나 우리가 첫 방문객이었다. 1층에 리셉션과 커피숍이 있어 간단하게 전시 내용을 설명을 듣고 커피 한잔을 마셨다. 우리는 전시 팸플릿을 간단히 읽은 후 전시된 미술작품(회화 / 설치)을 2층부터 천천히 감상을 했다. 나는 설치 미술이나 믹스 미디어 작품보다는 오리지널 캔버스에 그린 유화 작품에 더 눈이 갔다. 큰 그림을 천천히 보면서 동물의 표정과 몸짓이 건네는 말을 읽으려 했다. 아내도 꽤나 만족했다. 하지만 우리 딸은 처음과 달리 흥미가 이내 떨어졌다. 게다가 3층에서는 자기 딴에 엄청나게 무서운 그림을 봤는지 집에 가자고 까지 했다. 아내가 아이를 겨우 달래서 4층으로 갔다. 아이 눈길을 끄는 설치미술에 아이가 흥미를 느꼈는지 이내 질문과 웃음이 끓이지 않았다. 우리는 옥상에 올라가 다시 한번 뻥 뚫린 하늘을 보며 큰 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짧지도 길지도 않은 감상을 마치고 우리 가족은 다시 차에 올랐다. 근처 진관사에 가서 차와 약과를 먹으러 가볼 요량이었다. 아내와 딸이 좋아했다. 우리가 떠나려고 하자 우리와 같은 부류로 보이는 가족이 전시를 보러 왔었다. 아마 우리나 그 가족에게나 꽤 괜찮은 나들이지 않았나 싶다.


곰의 눈에 하트는 곰도 사람처럼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한다.
Existence / 고상우 작 - 한국의 마지막 표범, 가죽에서 표범의 찌겨진 고통이 보인다.
침팬지 / 러스로넷 - 이 늙은 침팬지의 눈빛과 표정에서 우리의 감정과 닮았다 느꼈다.
흰코뿔소/ 러스로넷 - 2018년 3월 흰코뿔소 수단이 죽었다. 암컷 두마리로가 이제 마지막 개체이다.
올빼미 / 러스로넷
늑대 / 러스로넷
반달곰 / 로스로넷
대머리 독수리 / 러스로넷
오랑우탄 / 로스로넷 - 이다지도 깊고 깊은 눈을 가지고 있을 줄이야
하이에나 / 러스로넷
Fine Dining / 방은영 - 환경오염을 주제로 힌 작품. 인간이 버린 쓰레기를 인간이 다시 먹는다
옥상에서 바라본 바깥 전경

※ Cover Picture : 네이버 지도 항공 뷰로 찍은 천안아산역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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