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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겸 Aug 15. 2015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죽는다"

삶을 훼손하는 자에 대한 대처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 맞아 죽는다”라는 속담이 있지요. 이 속담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겁니다. ‘상대방에게 말을 조심해야 한다’는이 속담의 의미는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 내용이니까요. 그러나 우리가 이 속담을 좀 더 관심 있게 들여다보면, 더 큰 의미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저 짧은 문장 안에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하고 실천해야 할 큰 의미를 말이죠. 먼저, 속담의 발생을 알아보죠.

『속담의 발생은 두 가지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특정한 역사적 사례에 대한 묘사로부터 형성되는 경우이다. 또 하나는 일상에서 자주 발생하는 일반사례에 대한 묘사로부터 형성되는 경우도 있다. 많은 속담이 일반사례의 묘사로부터 만들어진 것이다. – 속담, 한국민족문화 대백과, 한국학 중앙연구원)』


결국, 속담은 자주 일어나는(발생하는) 우리네 일상사에서 발생한 것입니다. ‘자주 발생’하는 ‘일상사’라면 우리에게 ‘익숙한’ ‘다반사’일 겁니다. 아마도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 맞아 죽는다”도 익숙한 다반사이겠지요. 그렇다면, 왜 굳이 조상들은 이 다반사를 속담으로 정형화하여 묘사한 것일까요? 익숙한 일이라면 손쉬운 대응이 가능할 법도 한데 말이지요. 왜 굳이 교훈적인 상태로 남긴 것일까요? 그건 아마도 우리 인간이 기본적으로 자기중심적이고 타인을 망각하는 존재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생존을 위해서는 남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데 자기중심적 말과 행동은 그에 반하는 행동일 수 있기 때문이지요. 자기 마음대로 하는 조직원을 조직에서 반기지 않듯이 말입니다. 그렇다면이 속담은 남과 더불어 살기 위해 자기를 한 발 양보하고 타인을 한 발 우선해야 한다는 교훈이 담긴 것이겠지요. 결국, 이 속담은 단순히 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를 넘어 타인을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두 번째, 우리는 “무심코”라는 단어에 이 속담의 또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무심코는 ‘아무런 뜻이나 생각이 없이’라는 단어이지요. 다르게 말하면 상처 주거나 해하려고 개구리에게 돌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상대방에 대해서 잘 모르는 상태에서 자기 자신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의도치 않게 자주 발생하는 우리의 잦은  실수라는 거지요. 그래서 상대방은  상처받은 우리에게 용서를 구할 수 있고, 우리는 상대방의 무지를 이해하고 용서해줄 수 있는 거지요. 그러나 용서할 수 없는 인간이 있습니다. 바로 무심코를 품고 있지 않은 인간입니다. 정말 상대방을 상처주려고, 상대방을 해치려고 개구리에게 돌을 정확히 던지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용서해줄 수 있을까요? 문제는 불행하게도 이 사람들도 우리에 대해 무지하고 자기 행동에 대해 무지합니다. 즉, 우리에게 상처 주면서도 자신은 절대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사람입니다.


철학의 위안 / 알랭 드 보통

『우리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일시적인 분위기에 사로잡혀서 서투르게 결론에 도달했는지 모른다. 충동과 편견에 사로잡혀 행동했을지도 모르고, 자신의 육감을 고 상하게 꾸미기 위해 자신의 지위를 이용했을지도 모른다. - 철학의 위안, 알랭 드 보통 저』


내적 경험상 ‘무심코’가 없는 사람은 대개 강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자주 발생하는 강자의 무심코 없는 억압은 약자를 더욱더 약하게 만듭니다. 약해졌기에 강자를 똑바로 쳐다볼 수 없죠. 그래서 약자는 자괴감을 느끼고 드러낼 수 없는 몸부림을 칩니다. 당연히 그 몸부림은 강자의 인간적인 관심조차 끌어내지 못합니다. 결국 약자에게 남는 것은 복수심과 나약함이 공존합니다. 강자의 억압에 치를 떨며 복수심을 키우지만, 현실에서는 아무것 도할 수 없는 나약함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여기서 약자는 무력감을 느끼고 자신에 처한 상황을 어쩔 수없다고 받아들이게 됩니다. 원래 그런 거라고 말하거나, 참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거나, 아무것도 아닌 거라고 말이죠.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오직 나만 겪는 일상이 아니기에 원래 그렇다고 말할 수 있고, 나의 설익은 분노를 막기 위해 참아야 하고, 툴툴 털고 일어나기 위해 별거 아니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감정을 서둘러 수습하는 것이 과연 우리에게 온당할까요? 아니면 복수심을 있는 대로 갈구해야 할까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들뢰즈는 스피노자를 철학의 예수라고 칭했다.


『강한 자에게 핍박을 받는 약자가 어떻게 강자에게 자신이 당한 것을 되돌려줄 수 있다는 말인가? 복수를 시행할 힘조차 없는데. …. (중략)…… 약자가 복수를 포기하는 순간, 자신이 강자에게 복수할 수 조차 없는 존재라는 자괴감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러나 잊지 말자. 사랑이든복수든 그것은 오직 자유로운 자, 혹은 강자만이 누릴 수 있는 욕망이라는 사실을. 약자는 원수를 용서할 자격조차 없다. 강자가 되었을 때에만 약자는 원수를 용서할 자격을 갖게 되니까 말이다. 그러니 해악을 당했지만 복수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하다면, 아주 천천히 힘을 키워서 강해져야 한다. 5년이든 10년이든 치욕을 잊지 말고 가슴속에 새겨야 한다. 마침내 해악을 가한 사람보다 압도적인 우위에 있게 되는 날. 우리는 결정할 수 있다. 계획대로 복수를 추진할 수도 있고, 아니면 용서할 수도 있다.” – 강신주의 감정수업 “복수심”中 강신주 저』


결국, 강신주 철학박사의 말을 따르자면 우리도 강자가 되어야 합니다. 아주 천천히 힘을 키워서 강해져야 합니다.  가슴속에 치욕을 잊지 말고 새겨야 합니다. 우리가 강자가 되는 그 날 우리는 결정할 수 있으니까요. 강자가 되어 용서를 할지 아니면 계획대로 복수를 할지 말입니다. 그러나 갑자기 혼동스럽습니다. 복수심에 가득 찬 강자가 되는 삶이 과연 우리를 행복하게 할까요? 반대로 무심코 없는 상대방을 용서할 수 있을까요?


낯선 타자와의 우연한 마주침을 말하는 장자

『”만약 저를  성추행하려고 덤벼드는 남자가 있다고 해보죠. 이 경우이 남자는 분명 저에게도 너무도 낯선 타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장자가 강조했던 타자와의 소통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나요? 성추행범과 소통해야 한다면, 이것을 결국 그의 짐승 같은 욕망에 순순히 몸을 내맡긴다는 뜻인가요?”…. (중략)…… 우리는 자신의 삶을 억압하는 타자와는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합니다. 다시 말해 사례에 등장하는 여성분은 당연히 성추행범의 욕망에 저항해야 합니다. 장자가 자신의 삶을 훼손하는 타자와 소통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은 아닙니다. - 자유와 망각, 강신주저』


 이제는 분명해졌습니다. 우리는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고의적으로 우리의 삶을 훼손하려는 사람과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합니다. 그러나 당장 준비되지 않은 미약한 힘으로 싸워서는 안됩니다. 천천히 힘을 키워야 합니다. 그리고 압도적인 우위로 올라야 합니다. 압도적인 우위는 단순히 강력한 권력과 돈의 획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어떠한 순간에서도 강자에게 맞설 수 있는 용기와 강자로부터 받는 혜택을 버려야 압도적인 우위를 얻을 수 있습니다.(특정 관계에서 자유로운 자가 압도적인 우위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저도 지위를 이용한 강자 앞에서 용기를 가지고 모든 혜택을 포기했었습니다. 그가 항상 저를 옥좨우던 승진과 고과를 거부하고, 저에 대한 부당한 처사를 용기 있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가족의 부양을 위해 그와 적당한 타협을 이룬 절반의 성공을 했습니다. 그러나 강자 앞에 맞섰다는 경험을 통해 무엇이 압도적인 우위이며, 어떻게 획득해야 하는지 잘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무심코'라는 단어를 가슴에 새기며 상대방과 소통해야 합니다. 내가 상처를 받았다면, 그 만큼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수 있으니 스스로를 단속하며 상대와 소통해야 합니다. 상대방에 대해 무지하다면 조심하고, 상대방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다면 더욱더 조심해야 합니다. 그것이 나와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이며, 속담이 우리에게 안내하는 교훈입니다. 동시에 '무심코'를 품지 않은 상대방과는 멀어져야 하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상대의 괴롭힘에 맞서야 합니다. 그 상대방이 (하찮은) 지위를 이용해 권력을 부리는 강자라면 때를 기다리며 힘을 비축해야 합니다. 때가 오면 자유로운 자가 되어 압도적인 우위를 드러내고 분연히 일어나 복수를 할 것인지, 용서해줄 것 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FIN-

※ Cover Picture, 존 콜리어의 "레이디 고다이버(인물 정보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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