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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칸스 May 30. 2021

오해에서 이해가 되기까지

관계 지킴이

사람과의 관계를 지켜내는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 사소한 사건에 더하여 개개인에게 쌓인 신념과 경험들로 인해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도 오해로 영원히 남겨지기도 하고, 커다란 사건이 시간의 흐름에 힘입어 두 번 다시 보지 않을 것 같은 관계도 이해하면서 더 돈독해지기도 한다.



세상에 믿을 수 있는 사람보다 상처를 준 사람들이 더 많지만, 그럼에도 나는 사람을 믿으려 한다. 과거에 있었던 일과는 별개로 현재의 그 사람은 전혀 다른 모습일 가능성을 배제한 채 내 멋대로 판단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나에게 다가온 사람들과 관계를 다시 맺었을 때 나에게 돌아오는 것은 참 잔인하게도 상처일 때가 많다. 그러면 난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난 이 사람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그리고 앞으로의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분명 나에게 다가오는 그 용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과거에 상대와의 관계가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그리고 재활용하기도 어려운 그런 사이였는데 나에게 다시 다가온 다는 것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나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에 대해 결코 가벼운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상대의 용기는 높이 평가하고 싶으나, 쉽게 다시 관계를 이어갈 생각도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다시 관계를 맺어갈 때는 엄청난 고민과 시간과 체력이 소요된다. 이번에도 그랬다. 정말 오랜만에 연락 온 친구와의 관계를 정리할지 아니면 대화 끝에 이어나가는 게 좋을지 고민하는 데만 몇 주가 걸렸다.



생각해보면 나는 관계정리를 어느 누구하고도 한 번에 정리한 적이 없었다. 상대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려했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상대에 대한 나의 감정도 오랫동안 살폈다. 언제나 통보를 받는 입장이었지만, 나만큼은 통보하지 않으려 애썼던 것 같다. 그 과정들이 때로는 너무나도 힘들었지만, 그것이 맞는 방법이라 여겼다. 나를 오랫동안 힘들게 했던 10년지기 친구도 대화를 나눈 뒤 6개월은 더 고민해보았고, 선을 넘어버린 10년 남사친과의 관계도 1년 가까이 고민해보았고, 한때 연인이었던 남자가 씻을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을 때 반성하는 모습을 보고 다시 한번 믿어보려 했고, 선을 넘어버린 소울메이트 선배와의 관계도 두 달 고민 후 대화를 시도했다. 결국 그 끝은 정리가 되었지만, 최소한 상대에게 기회를 주고자 했다.



대부분의 케이스가 관계정리쪽으로 마무리되지만, 예외는 분명히 존재한다. 바로 오해가 대화를 통해 이해가 되는 순간이다.



학부 때 나의 원칙에 의해 싫어했던 친구 한 명과 시간이 지나 대화를 함으로써 오해가 풀렸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 내가 정말 열심히 챙겼던 친구 한 명과 오해가 생겨 관계가 끊어질 뻔했지만 여러 대화를 통해 오해가 풀렸다. 사실 나는 이 친구를 정리하려 했다. 내심 섭섭한 부분들이 있는데 그걸 이 친구는 이해하지 못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했다. 관계가 개선될 수 있는 여지를 나의 상처로 인해 없애버리는 것은 아닌가 하고. 그래서 정리하고 싶었던 관계이지만, 힘들더라도 더 탐색해보았다. 그 결과 서로 다른 이해관계에 의해 쌈박질을 하면서 오해가 될 수 있었던 부분인 걸 알게 되자 이해로 바뀌면서 서로의 마음을 더 솔직하게 털어놓게 되었다.



물론 이 관계도 언젠가 끝이 날 수도 있다. 나도 이 관계의 끝은 모른다. 하지만 끝이 어떻게 되던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나와 상대에 대한 예의 이리라.



약 10년 전(2012년도) 나의 메모장.

저 빛처럼 살아가자.
물론 빛나게 살아가는 건 쉽지 않겠지. 유지하는 것도 힘든데.
편함을 추구하는 게 인간이고, 귀차니즘을 누구보다도 잘 이용하는 게 인간이고
금방 나태해지는 게 인간이고, 그것을 환경의 탓으로 돌리는 인간이고
그 속에서 나오고 싶지만 은근히 즐기고 있는 게 인간인데

때로는 자신의 감정에 충실해서 일을 실수해서 나중에 후회하는 것도 인간이고
이성을 찾아가면서도 감성을 따르는 게 인간이고
나 또한 그렇다.

언제나 저 빛처럼 반짝반짝 빛날 순 없겠지만, 빛나게 살아가기는 힘들겠지만
빛나게 살아가도록 노력하자.
인간은 완벽한 것보다 노력하는 게 더 아름다운 법이니



난 너도 그런 경험을 해보길 바래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불가능해 보이는 꿈에 도전하고 그것을 이루는 경험 말이야



더 이상 사람을 분석하고 평가하고 판단 내리려 하지 말자
그 사람과 함께했던 몇 가지 경험으로, 대화했던 몇 가지 내용으로, 어디선가 들은 그 사람의 몇 가지 소식으로, 어디선가 본 몇 가지 일들/글들로, 그 사람을 이런 사람이다 저런 사람이다 함부로 판단 내리지 말자. 이래서 저랬을 것이다. 이런 면이 있어서 그랬을 것이다. 이러한 판단도 내리지 말자

그러한 분석과 판단은 언제까지나 내 머리에서 그리고 다른 사람의 머리에서 조작된 것이지, 실제 그 사람의 모습은 아니다. 가끔가다 나의 추측이 맞은 경우, 그것은 우연적으로 맞아떨어진 것이지 맞았다고 나의 추측이 다 맞는 것은 아니다.

어떠한 행동이나 일들을 그 사람의 입으로 듣기 전까지 함부로 생각하지도 판단하지도 말자. 설령 그것이 진실이 아니라 밝혀져도 나의 잣대로 생각하지 말자. 그건 그 사람만의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어떠한 사람의 잘못된 추측이 실제로 그 사람을 그렇게 만들 수가 있다. 그럴 확률은 굉장히 높다. 그 사람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의 생각으로 그 사람의 삶을 망치지 않을 수 있도록, 그 사람의 존재가치를 빛낼 수 있도록 있는 그대로 보고 믿어주자.

내가 그 사람이 이해가 되건 안되건 간에 나도 그 사람도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어리건 나이가 들었던, 철이 있건 없건, 남자건 여자건 간에 다 같은 사람이다. 모두가 가슴속에 조그마한 꿈을 가지고 자신의 길을 고민하면서 찾아가는 사람이다. 그러니 나의 생각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를 보고 믿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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