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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칸스 Nov 27. 2021

인생의 산 하나를 넘은 친구에게

뚜벅뚜벅

안녕, 인생의 또 다른 산 하나를 넘은 친구들? 수능이라는 산 하나를 넘은 기분이 어때? 아, 예술의 길을 걷고 있는 친구들은 이제 시작이겠구나. 많이 힘들지? 제발 원하는 결과가 나와야 할 텐데 말이야. 수능을 여러 번 치르고 있는 친구들도 있겠지? 어쩌면 가장 마음고생 많이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한번 치르는 것도 힘든데 두 번, 세 번을 계속 치르고 있는 거잖아. 기분은 어때? 다들 고생 진짜 많았어.


아, 내가 누구냐고? 나도 이제 막 수능을 치른 N회차 인생을 거치고 있는 사람이야. N회를 거쳤더라도 매번 인생은 다르게 다가오니 나를 인생선배로 보기보다는 그냥 너희와 똑같은 하나의 인생을 거치고 있는 친구로 보아주었으면 좋겠어. 같은 선상을 걷고 있는 친구이자 N회차를 거친 언니/누나/형/오빠 같은 존재의 말 같지도 않은 말을 한번 들어보지 않을래? 굳이 듣고 싶지 않다면 듣지 않아도 좋아. 그냥 듣고 흘려도 돼. 그냥 스쳐지나 보내도 되는 이야기야. 하지만 동시에 마음에 담아주고 싶은 이야기야. 그러니 결정은 이 글은 읽고 있는 친구가 해줘.


자, 그럼 시작해볼까?




모두 각자가 진행하고 있던 바는 잘 끝났니? 기분이 어때? 나라면 시원섭섭할 것 같아. 기분이 어떻든 간에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은 "놀아"야. 



놀아.

제발 놀아.



해야 할 것들이 많다고? 다음 계획을 진행해야 한다고?

그것들을 해도 좋긴 한데, 잠깐 놀아보는 건 어때?

한국사람들은 자꾸 뭘 헤쳐나가서 걱정돼.

놀았던 추억들은 다 어디 가고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를 먼저 생각하니 말이야.

인생에서 노는 게 얼마나 중요한데. 나중에 성인 되면 휴가 가고 싶어서 난리인데, 놀아본 적이 없어서 막상 휴가가 생기면 어떻게 써야 하는지 오히려 모르는 경우가 많거든.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디를 가면 편할 것 같은지, 그것을 잘 몰라서 그냥 집에서 잠만 자는 경우가 많지. 물론, 자는 것도 하나의 휴식이 될 수도 있어. 내가 집고자 하는 것은 일을 다닐 때는 놀고 싶어서 난리인데, 막상 휴가가 오면 뭐하고 놀아야 할지 몰라서 시간을 버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거야.



그러니, 제발 놀아.

아니, 이 말이 적절할 수도 있겠다.

친구가 하고 싶은 것을 해.

해야 하는 것이 아닌 하고 싶은 것을 말이야.



운전면허를 따도 좋고, 무언가를 배워도 좋고, 잠시 떠나도 좋고, 새로운 경험을 해봐도 좋고, 사업을 해도 좋고, 알바를 해도 좋고, 뭐든 좋아. 그 모든 것이 누군가 해서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닌 친구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었으면 좋겠어.



누군가는 철없다고 할지도 몰라. 성인으로서, 사회인으로서 착실하게 살아가라고 말이야. 근데 말이야. 100세 시대에서 너의 나이가 성인이라니, 웬 말이야. 아직 절반도 오지 않았어. 한참 멀었어. 서른이 되고 마흔이 되어도 아직 어른이 아닌 것 같은데 갑자기 어른답게 행동하라니. 어른이 하루아침에 되나 뭐. 내가 "오늘부터 어른!", "난 어른이 될 거야", "어른답게 살아야지"한다고 해서 어른이 되나 뭐. 어른처럼 살려고 해도 오늘 하루마저도 잘 살아낸 나 자신이 안쓰러워 죽겠는데 말이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괜찮아. 지금은 모르는 게 나아. 알면 너무 아프거든. 알게 된 순간 몰랐던 순간으로 되돌아가고 싶으니 모르는 지금 이 순간을 마음껏 즐기고, 널 행복하게 하는 삶을 살아줘. 



혹시라도 알고 있다면 말이야.

모르길 바라지만 혹시라도 알고 있다면

그 친구를 위해 세 마디만 건네주고 마저 진행하도록 할게


정말 고생이 많았구나
많이 아팠겠구나
고생 많았어



너의 인생은 앞으로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경우가 많을 거야.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결정해야 하고, 인간관계에 휘말리고, 갑자기 대뜸 무언가를 요구당하고, 이게 내가 원하던 인생이 맞나 싶고, 때로는 뒤통수를 맞기도 하고, 다 던져버리고 싶은 순간들이 분명 올 거야. 그것도 아주 많이. 그래서 뭘 어떻게 해야 하나 싶지 모를 때가 투성일 거야. 이게 답일까, 저게 답일까. 이게 답일 거라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고, 답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답이 때고 있고, 뒤죽박죽인 거지. 누군가는 이게 답이라고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저게 답이라고 하고. 이 선택을 해도 비난하고, 저 선택을 해도 비난하고. 도대체 어쩌라는 건지.



세상은 말이야. 반반으로 나누어져 있는 것 같아. 나를 욕하는 사람 반,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 반. 나를 욕하는 사람은 내가 뭘 해도 욕하고, 나를 응원하는 사람은 내가 뭘 해도 응원해. 조금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응원과 사랑을 받으면 참 좋겠지만, 나를 아껴주지 않는 사람들을 신경 쓰다가 나를 아껴주는 사람들을 놓칠 수가 있어.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을 신경 쓰다 보면 그 사람들에게 맞추느라고 너 자신이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돼. 활짝 피어도 모자랄 판에 사라지다니. 그러기 위해 태어난 삶이 아니잖아, 활짝 피어나기 위해, 웃기 위해, 행복하기 위해,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삶이잖아. 네가 어려운 그 순간에 네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는 너를 아껴주는 사람들이 알려줄 거야. 그 사람들과 함께하며 힘든 그 순간에 어깨를 펴고 활짝 웃고 네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해 나가면서 행복하게 살아갔으면 좋겠어. 어느 때, 어느 시점이던 상관없이 네가 이루고 싶은 꿈을 향해, 네가 원하는 삶을 향해, 네가 추구하는 그 가치를 향해 나아갔으면 좋겠어. 꿈이 바뀌어도 괜찮아. 시도 때도 없이 바뀐다는 것은 그만큼 너를 많이 알아가고 있다는 뜻이니까.



남들이 정해놓은 삶이 아닌 오직 너만의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어.

어떤 선택을 했을 때 감당하게 되는 모든 생각과 감정과 결과는 오로지 너의 것이잖아. 그 모든 것을 타인이 알아준다 해도 깊이 느끼는 것은 너 자신이잖아. 삶의 마지막 순간에 타인의 인생을 돌아보게 되는 것이 아닌 너의 인생을 돌아보게 될 거잖아. 그렇게 네가 살아가야 하는 인생인 거잖아. 그러니 누가 뭐래도 네가 살아가고 싶은 삶, 네가 행복한 삶, 너의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어. 

세상에 후회 없는 선택도 없고, 후회 없는 삶도 없다지만, 1% 더 행복한 삶, 1% 덜 후회하는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어.



오늘 내가 친구에게 했던 이 말을 모두 던져버려도 좋아.

모두 잊어버려도 좋아.

그냥 살아가다가 너무 힘들 때 '이런 말을 해주었던 사람이 있었지'하면서 한번 떠올려주고, 한 발자국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그렇게 친구의 삶에 도움이 되었다면 그걸로 충분해.

시 한 편으로 마무리를 짓도록 할게.


뉴욕은 캘리포니아보다 3시간 빠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캘리포니아가 뒤처진 것은 아닙니다.

어떤 사람은 22세에 졸업을 했습니다.
하지만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5년을 기다렸습니다.

어떤 사람은 25세에 CEO가 됐습니다.
그리고 50세에 사망했습니다.

반면 또 어떤 사람은 50세에 CEO가 됐습니다.
그리고 90세까지 살았습니다.

어떤 사람은 40세에 미혼입니다.
반면 다른 어떤 사람은 결혼을 해서 자녀가 셋입니다.

오바마는 55세에 은퇴를 했습니다.
그리고 트럼프는 70세에 시작했습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시간대에서 일합니다.

당신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당신을 앞서가는 것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당신보다 뒤처진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두 자기 자신의 경주로,
자기 자신의 시간에 맞춰서 하고 있는 것뿐입니다.
그런 사람들을 부러워하지도 말고, 놀라지도 맙시다.

그들은 자신의 시간대에 있는 것뿐입니다.
인생은 행동하기에 적절한 때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긴장을 푸세요.
당신은 뒤처지지 않았습니다.
이르지도 않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시간에 아주 잘 맞추어서 가고 있습니다.

걷는 자는 반드시 도달합니다.
시계 보지 말고 황소걸음으로 그냥 뚜벅뚜벅 걸어가십시오.
그게 당신의 시간대이고
당신의 경주입니다.
경주가 끝나는 시간은 아무도 모릅니다.



지금까지.

오늘 하루도.

올 한 해도

수고 많았어.


https://www.youtube.com/watch?v=6iYGLuc6Oz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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