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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칸스 Feb 21. 2021

사람은 변하는가

변화에 대한 고찰

사람은 변하는가


이 명제를 두고 많은 논쟁들이 이어지고 있다. 나도 오랜 시간 동안 궁금해했다. 사람은 과연 변할까, 아니면 변하지 않을까. 유전적인 요소가 변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변하기도 하고, 환경의 영향에 의해 변한다고 하지만, 변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고 누가 변하고, 누가 변하지 않는가. 이 의문을 풀기 위해 심리학을 오래 공부하고, 사주명리학을 공부하고, 수많은 인간관계를 거치고, 분석을 했다.


심리학 세계 중 임상분야에 있으면서 불편했던 사항이 있으니 사람을 규정짓는 행위였다. 물론, 모든 임상가들이 사람을 특정 범주로 묶어두지는 않는다. 진단이 필요한 이유는 그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 치료자들 사이에서 편리하게 부르기 위한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어떤 병에 걸렸는지 알아야 그에 적합한 치료를 할 수 있듯이, 어떤 아픔이 있는지 알아야 그에 적합한 방법들을 연구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심리학에 대해 궁금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걸린 병이 하나가 있으니 "MBTI병"이다. MBTI는 사람이 어떤 성향에 가깝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지, 그 측면만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신을 좀 더 알아가고, 대인관계 속에서 자신이 겪는 여러 어려움들을 이해하기 위한 수단인 것이지, 자신과 다른 유형의 사람을 멀리하라는 뜻이 아니다.


사주명리학에 대한 접근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어떤 기운을 지니고 있고, 어떤 기운과 잘 맞고, 어떤 기운과 함께하면 좀 더 유리한지 알려주는 것이지, 맞지 않는 기운을 배척하라는 뜻이 아니다. 밤과 낮, 음과 양, 방출과 수렴, 따뜻함과 차가움, 이 모든 것이 극과 극의 성질이나 서로가 조화를 이룬다. 활동할 때가 있으면 쉬어주어야 계속 활동할 수 있는 것처럼 세상은 조화에 의해 흘러간다.


편리하게 부르기 위해 규정을 짓지만, 사람 안에는 다양한 면들이 있기 마련이고, 어느 한쪽이 발달되어 있는 것뿐이다. 그러나 빗나가게 접근하는 사람들은 한쪽 측면만을 보고 그게 그 사람의 전부인 것마냥 판단한다. 어느 환경에 있느냐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성향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간과하기 쉽다. 


사람은 누구나 취약성과 잠재력을 모두 지니고 있다. 취약성이라고 해서 나쁜 것이고, 잠재력이라고 해서 좋은 것일까. 취약성도 갈고닦으면 보석이 될 수 있고, 잠재력을 악용하면 똥이 될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변화"라는 개념과 무슨 관련이 있다는 것인가 라고 묻는다면, 대상을 바라보는 방식과 상대하는 방식과 연결 지을 수 있다.


나는 내가 변화했기에 사람은 변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나에게 못되게 하는 사람들에게 마저 선하게 대했다. 내가 끊었던 친구가 나에게 다가와 자신의 변한 모습을 믿어달라고 해서 믿어보았고, 나에게 큰 상처를 주고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했던 과거의 남자가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줬기에 다시 한번 믿어보았고, 나를 끊어낸 몇몇 지인들이 사과하며 다가와서 그들을 다시 한번 믿어보았다. 하지만 결국 그 모든 관계가 끊어져버렸다. 관계가 종료될 때의 모습, 상대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는 행동이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라고 하더니 정말 그랬다. 가족관계 내에서도 변할 것이라고 믿으며 수많은 노력을 했지만, 나만 힘 빼는 꼴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떠나가는 이들과 여전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난 지금까지 뭘 한 걸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역시 사람은 변하지 않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가도, 내가 매일 성장하고 있으며 주변에 성장하는 사례들이 분명히 존재하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잠재력을 볼 것"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저 그들이 변하지 않았을 뿐이고, 나와 맞지 않았을 뿐이다. 


변화하는 것은 그저 생각이 달라지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고방식이 바뀌고 그것을 행동으로 하였을 때 변화의 첫걸음이다. 그리고 그 행동이 습관이 되어 자신의 삶의 한 부분이 되었고, 주변인들도 인정할 때 변화했다고 말할 수 있다(적어도 나는 그렇게 정의한다). 변화한다는 것은 매일매일 뼈를 깎는 고통이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과 매일매일 싸우면서 무엇이 올바른 것인지 결정을 내리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생각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행동하는 것은 어렵다. 그리고 그 행동을 습관화시키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혼자의 힘으로는 어렵기 때문에 주변에 어떤 사람을 두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하면 술을 먹게 되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하면 책을 읽게 된다. 변화의 방향 또한 중요하다.


"달라졌다", "변화했다", "성장했다". 고작 하나의 문장이지만,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과거에는 어떠했고, 어떠한 사람들을 만났고, 어떠한 경험을 했고, 주변에는 어떠한 사람이 있고, 현재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다" 이 모든 것을 함축시키면 달랑 네 글자가 되는 것이다. 네 글자지만 네 글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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