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쟁이 귤씨 / 정신없는 한 주 / 팀장님이 면담을 걸어오셨다
1. 게으름쟁이 귤씨
2. 정신없는 한 주
3. 팀장님이 면담을 걸어오셨다
네, 안녕하세요. 게으름쟁이 귤씨입니다. 껄껄. 월요일과 금요일을 침대에서 보내 일기에 무슨 내용을 쓰지 고민했던 나는 결국 일기를 밀리고야 말았다. 그래도 아예 스킵하지 않고 쓰는 노력은 가상하긴 하다.
왜 이렇게 미뤘지 생각해 보면 일단 쓸 내용이 딱히 없었다. 뭐 그냥 특별한 일도 없었고 특별하게 든 생각도 없었고 평소에 하던 일, 평소에 하던 생각 똑같이 하면서 지냈다. 음 인생 노잼 같달까.
요새 제일 재밌는 일을 꼽자면 책 읽는 건데, 회사에서 내 본분을 제대로 못 하는 느낌이라 집에 와서도 맘 편히 책 읽는 게 안 돼서 안 읽게 되고 그렇다고 공부를 하지도 않으니 인생이 재미가 없었다. 저번 주는 그랬다. 개발도 막 재밌어하던 때가 있었는데 암튼 요즘은 아니다. 왜 이러지. 일단 방치해 두는 중.
내가 내 인생이 너무 재밌고 행복하고 만족스러울 때는 여러 가지가 갖춰져야 하는데 요즘은 그중 한 가지씩이 빠져있어서 그런 것 같다.
내 생활이 만족스러우려면 나는 스스로 성취감을 느낄만한 일을 하고, 그 성취를 인정받고, 앞으로 더 좋은 성취를 이루기 위해 공부하고, 내 개인적인 궁금증을 위해 책을 읽는 과정이 있어야 된다. 또 가만히 누군가를 좋아도 하고 사랑도 할 때 행복을 느끼기도 하는데 요새는 겁이 좀 많아져서 그 행복도 웬만하면 느끼지 않으려 하는 것 같다. 이렇게 된 이유는 ‘미워하는 감정을 처리하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다른 글에서 풀어보도록 하겠다.
아무튼 요새 회사에서 성취감을 잘 못 느끼기도 하고 여러모로 정리도 안 되고 특별하지도 않은 요상한 생각들 때문에 하염없이 미루지 않았나 싶다. 아 생각 좀 그만하고 싶다.
특별한 일이 없었다는 전 단락 말과 상반되게 정신없는 한 주긴 했다.
월요일엔 옷을 한 뭉탱이 버렸다. 20살 때 입던 프릴이 있는 블라우스와 땡땡이 무늬의 아방한 원피스들도 모두 처분했다. 그동안 옷을 둘 곳이 없어 자꾸만 침대에 쌓이곤 했는데 옷을 거의 내 키만큼 버렸더니 방이 깨끗해졌다. 미니멀한 삶이 최고야.
또 회사 건물을 옮겼다.
이동한 자리가 창가 자리에 뷰도 좋고 나름 구석자리라 맘에 들었다. 이번에 이동하면서 모션 데스크로 바뀌고 자리도 깔끔해져서 너무 좋았다.
목요일엔 신사에서 친구들을 만나 막걸리랑 홍초소주를 마셨다. 한 명 더 왔는데 오기 전에 우리끼리 찍어버려서 이거라도 올린다.
정신없었던 건 무엇보다 대출 관련해서 이거 저거 할 일이 너무 많았어서 그게 정신이 없었다. 제출할 서류들의 종류, 양식들을 올리고 수정하고 다시 제출하고 다시 전화받고 다시 올리고 임대인 분께 연락드리고 정말 정신이 없었다. 그리곤 금요일, 토요일 둘 다 그냥 뒹굴뒹굴거렸다. 마냥.
아, 정말 정말 원치 않는 상황이었다. 먼저 물어보시기 전에 경과를 말씀드렸어야 하는데 팀장님께서 먼저 물어보시게 내가 만들었다. 어지간히 나도 무관심했네 싶고 다시 정신 차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내가 잘 못하는 것 중에 하나가 큰 목표를 잘게 쪼개는 것인데, 가지를 쳐내고 근간이 되는 핵심을 단계적으로 배워나가야 하는데 나는 주로 큰 목표를 세우곤 가지 붙들고 싸울 때가 많다. 근데 더 큰 문제는 내가 붙들고 싸우던 게 가지라는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닫는다는 것이다. 정작 핵심을 물어보면 물음표가 되어버리는 안타까운 상황.
그래서 이번에도 그렇게 멍청하게 공부하다가 아무것도 말할 게 없는 상황이 된 느낌이었다. 앞으로는 핵심을 리스팅 해서 단계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흑흑 머리야 힘내.
늦었지만 그래도 올렸다. 몰라 힘내 귤씨. 여러분도 힘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