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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귤씨 Jun 07. 2023

5월 둘째-6월 첫째 주 일기

어디 갔나 왔니: 이사도 하고 집안일도 하고 공부도 했지

    오랜만에 돌아왔다! 둘째 주까지 일기를 조금 적어두고 미루다 미루다 약 한 달이 지나서야 5월 회고 같은 일기를 가지고 왔다. 그동안 뭘 했길래 이리도 안 오고 있었는지 시간을 한 번 곱씹어보겠다.


    5월 둘째 주엔 방탈출도 하고 잡지도 사고 프로필 사진도 찍었다. 먼저 오랜만에 방탈출을 해서 재밌었다. 장치 하나하나 사장님의 정성이 돋보여서 좋았다. 동호회 카드로 결제해야 했는데 상황이 약간 복잡하게 돼서 나중에 가서 취소하고 재결제하는 상황도 있었는데 알바생분들도 아주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마음이 참 좋았다. 판타스트릭 태초의 신부 왕왕왕추천!



그리고 빅이슈 잡지도 샀다. 매번 어려운 사람이 지나갈 때면 가만히 지갑을 꺼내 돈을 드렸던 엄마를 보며 자란 나는 고등학교 때까지 수중에 돈이 없으면 가방을 뒤져서라도 꼭 드리곤 했다. 대학생이 되면서 '이게 저 사람의 근본적인 부족함을 해결해 줄 수 없다'는 말을 핑계로, 사실은 눈치가 보인다는 이유로 그 행동을 멈췄지만 말이다.


그러던 중 이런 나의 핑계를 깰 수단이 생겨났었다. 바로 빅이슈라는 잡지이다. 빅이슈는 노숙자분들의 자립에 도움을 주는 잡지로, 판매한 금액의 절반이 주거취약계층 판매원의 수익으로 전달된다. 꽤 오래전에 사봐야지라고 맘먹곤 안 샀었는데 얼마나 마음먹은 지가 오래됐는지 2021년 4월에 잡지 가격이 5천 원에서 7천 원으로 올랐는데 그걸 모르고 5천 원을 드리려고 했었다.



그래서 드디어 현금이 마련된 날 판매원분께 다가가 현금을 드리고 구매를 했다.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카드결제도 가능하니 나처럼 현금이 없다고 구매를 미루진 않길 바란다! 하하


오랜만에 잡지를 들춰보는데 굉장히 인상 깊은 부분이 있었다. 바로 오후 작가님의 글이었는데 정처 없이 흐르는 글에서 눈에 띄는 말이 있었다.



도시화 이후 사람들은 많은 일을 하지 않게 됐다. 할 필요가 없어져하지 않게 됐지만, 곧 할 수 없게 됐다. ... 그렇다면 미래에는 두뇌와 지능도 지금 육체처럼 되지 않을까? 피트니스 클럽에 가서 일부러 단련해야 하는 것처럼 두뇌도 단련을 해야 하는 거다. ... 근데 내가 걱정하는 건 이렇게 된다면 머리를 쓰는 것도 선택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모두가 운동을 하지 않듯이 두뇌 운동도 모두가 하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문해력과 이해력도 일종의 선택을 하게 된다.


어렴풋이 상상해 봤을 때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었다. 두뇌도 따로 단련을 해야 할 세상을 생각하니 무섭기도 하고 나는 과연 이런 상황을 얼마나 인지하고 경계하고 있었는지 생각해보기도 하고 나아가 후세의 사람들이 얼만큼 생각하고 이해하며 자랄지 조금 걱정되기도 했다. 운동도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미루는데 두뇌는 안 미룰 수 있을까. 운동보단 나으려나.


또 주말엔 프로필 사진도 찍었다. 친구가 찍는다기에 그냥 무턱대고 같이 찍겠다고 해서 찍었다. 나는 사실 졸업사진도 코로나와 이직 준비로 찍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에 이렇게 헤어메이크업도 받고 사진관에서 포즈 취하면서 찍어보는 게 거의 처음이라 재밌고 기분이 좋았다. 앞으로도 종종 사진 찍으러 와야겠다.


    셋째 주엔 이사를 했다. 전월세 대출과 사내대출을 껴서 남은 잔금을 모두 치르고 전입신고도 완료했다. 옵션이 대부분이라 거의 옷과 책상, 식기류만 들고 왔다. 이제 회사에 묶여버렸다. 다시 자유의 몸이 되기 위해 열심히 돈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회사가 가까워지니 주말에 출근해서 일하기도 했다. 또 주말에 집에서 인테리어 구조를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 보다가 딱 맞는 구조를 찾아 너무너무 행복하고 짜릿한 순간도 있었다. 그렇게 셋째 주는 새집에서의 생활을 시작한 한 주였다.


맞다. 그리고 스승의 날이 있었던 주였는데 초등부 학생이 롤케익을 선물해 주었다. 되게 많이 부족한 선생님이라고 생각하는데 선물을 받으니 뭐랄까.. 미안하고 고마웠다. 내가 뭐라고 날 좋아해 주지? 싶어서 좋으면서도 찡했다. 이사하면서 교회와 멀어져서 일요일 아침마다 너무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반성하게 됐다. 앞으로 더 잘해야지.


    넷째 주는 본격적으로 인테리어 고민을 많이 했다. 화장대, 이불, 베개 커버, 조명, 러그, 선반, 협탁, 책꽂이, 수건, 세제, 의자 진짜 고민하고 사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돈도 돈이고 신경 쓰는 데 에너지도 너무 많이 들었다. 나도 나에게 놀란 부분들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집안일을 재밌어한다는 것이었다.


다들 초반이라 그렇다고 하긴 하는데 난 아직까지 빨래하고 밥 차려 먹는 게 재밌다. 세제를 뭘 넣을지, 얼마나 넣을지 고민하는 것도 재밌고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요리를 하고 반찬을 꺼내먹고 설거지까지 딱하고 깨끗한 싱크대를 보는 게 재밌다. 수건 첫 세탁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았다. 세제와 섬유유연제는 넣지 않고 30도 이하의 물에서, 탈수는 약 정도로 돌려야 한다. 특히 수건을 빨래할 때는 섬유유연제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았다.


이렇게 하나둘씩 생활의 지혜를 알아가는 게 너무 재밌는 요즘이었다. 퀘스트 하나씩 깨는 느낌!


    이제 마지막으로 5월 마지막째주를 지나 6월 첫째 주를 맞았다. 목요일엔 반차내고 조카도 보러 갔다가 언니랑 고기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둘 다 센치한 채로 노래방에 갔다가 황혼의 문턱 부르면서 둘 다 눈물 줄줄 흘렸다. 역시 술이 무서워.


금요일엔 함께 스터디하는 친구의 집들이를 갔다. 오랜만에 친구들도 만나고 얘기도 많이 하고 게임도 하고 재밌었다. 그 무슨 게임인지 이름을 모르겠는데 서로 이마에 이름 적고 사람 맞추기 게임했는데 김정은을 제시어로 준 친구가 제일 먼저 맞췄다. 첫 질문이 한국 국적이냐고 물어봐서 다 빵 터졌었다. 다시 생각해도 웃기네.






여기까지 미루고 미루던 일기를 끝내려고 한다. 와 진짜 써야지를 얼마나 많이 다짐했는데 이제 올리다니. 역시 꾸준함이 특별함이라는 말을 다시 한번 느낀다. 일기장에 일기가 한 주씩 차곡차곡 올라가길 바랐는데, 뭐 한 번 실패하긴 했지만 다시 시작하면 된다! 남은 한 주도 재밌고 기쁘고 뿌듯한 한 주가 되길 바라며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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