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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밥 Dec 02. 2019

우리가 중국을 욕하는 이유

그것은 '생존본능'이었다



이게 다 중국 때문이다!!


아침부터 미세먼지로 뿌옇게 뒤덮인 하늘을 보면, 입버릇처럼 내뱉는 말이다. 한국, 아니 기후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국가라면 대다수가 중국을 탓한다. 중국에 이어 떠오르는 욕받이 샛별로는 인도가 있다. 중국과 인도는 기후위기의 원흉으로 세계적인 질타를 받고 있다. 산업화로 그들이 내뿜는 매연과 이산화탄소량은 실제로 그 인구수만큼 어마어마하다. 중국에 강하게 맞서지 못하는 정부 역시 비난의 화살을 피하지 못한다. 그런데 알고 있는가! 캐나다의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중국보다 2배 많고, 인도보다 8배 많다는 . 대기에 축적된 이산화탄소 대부분은 소위 선진국이라 불리는 서구에서 지난 50년간 배출해왔다는 사실을.      


물론 중국은 인구가 많다. 한 사람이 쓰레기를 한 봉지씩만 만들어도 다른 국가와 비교하기 힘든 스케일이다. 하지만 <팩트풀니스>의 저자 한스 로슬링은 이렇게 말한다.


중국 전체 인구의 몸무게 합이 미국보다 크다고, 미국보다 중국의 비만이 심각한가?      


우리는 무언가 문제가 생기면 책임자를 찾아 조질 생각부터 한다. 한스 로슬링은 ‘무언가 잘못되면 누군가를 탓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라고 말한다. 예측 불가능하고 혼란스러운 세상은 우릴 불안하게 만드는데 ‘누군가’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라는 인과관계를 만들면 왠지 안심이 되고 해결책을 찾은 기분이기 때문이다. 즉, 우리는 불확실한 미래가 두려워서 비난의 대상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비난 대상에만 지나치게 집착하면 진짜 문제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가령 기장이 깜박 졸다가 비행기 추락사고가 났다면 기장만의 탓일까? 기장이 졸 수밖에 없었던 '시스템'에 문제가 있던 건 아닐까?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에서는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기 쉬운 이유가 '인간의 10가지 본능'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데이터를 근거로 정확하게 사실을 바라보라 한다. 그리고 착각에 빠지지 않도록 생각하는 방법을 함께 제시한다. ‘사실에 근거한 세계관’을 갖추는 일은 우리에게, 넓게는 인류에게 여러모로 유익하므로 나는 이 책을 강력 추천한다.


'사실 충실성' 망치로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책


아뿔싸! 우리는 1965년에 살고 있었다     

불룩 나온 배에 파리가 꼬이는 아이들. 기부단체의 영상 속 기아와 전쟁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아이들을 보면 아직도 이 세상에 평등과 평화는 먼 것 만 같다. 배부른데도 후식을 꾸역꾸역 입안에 밀어 넣는 내 모습에 자책감마저 든다. 그런데 웬걸, 지난 20년 동안 세계 인구에서 극빈층 비율이 절반으로 줄었단다. 오늘날 75%에 이르는 다수가 중간 소득국가에 속해있다. 세계 1세 아동이 어떤 질병이든 예방접종을 받은 비율은 무려 80% 이상이며, 5세까지 생존하는 아동의 비율로 따졌을 때, 인류 85%가 소위 ‘선진국’에 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노벨상 수상자나 의료계 연구원도 이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단다. 우리의 인식은 1965년경의 세상에서 멈췄다는 것이다. 모두 세계를 심각하게 오해하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인간의 10가지 본능 때문에.     

<사실을 명확하게 보지 못하게 만드는 방해물, 인간의 10가지 본능>

간극 본능, 부정 본능, 직선 본능, 공포 본능, 크기 본능, 일반화 본능
운명 본능, 단일 관점 본능, 비난 본능, 다급함 본능      


몇 가지만 살펴보자.

간극 본능은 세상이 둘로 나뉜다고 믿고 싶은 욕망이다. 서양과 동양, 선진국과 후진국, 부자와 빈자처럼 우리는 양극단을 치우쳐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소득 수준으로 봤을 때 세계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건 중간층이라고 한다. (저자는 소득 수준별로 4단계로 나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4단계의 삶을 살고 있다고...!


부정 본능은 나쁜 일을 더 강력하게 기억한다는 점이다. 범죄율이 20년 전과 비교해서 아무리 줄어도 언론은 오늘 일어난 끔찍한 사건에만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우리는 점진적으로 좋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힘들다.


직선 본능은 늘 그랬으니 앞으로도 그랬을 거란 착각이다. 그래프가 그동안 직선으로 상승해왔으니 앞으로도 상승한다고 믿기 쉽다. 아이가 출생 후 해마다 신장이 5cm씩 자란다고, 성인이 되면 키가 수십 미터가 되지 않는데도 말이다.     


일반화 본능은 성급하게 일반화를 하는 경향이다. 같은 종교나 문화권이면 비슷한 삶을 살 거라는 믿기 쉬운데 저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오히려 소득 수준의 영향력이 더 크다. 벌이가 크면 미국이든 베트남이든 남아프리카 공화국이든 침대를 사용하고, 벌이가 적으면 나이지리아나 중국이나 땔감으로 불을 피운다.    





살기 위해 취했지만, 살기 위해 버려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런 본능을 지니고 있을까? 보통 이 본능들은 우리의 생존과 관계가 깊. 부정적이고 공포스러운 감정을 예민하게 느껴야 우리는 민첩하게 행동하고, 생존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좋은 것보단 나쁜 것에 민감하고, 두려움을 느끼고, 누군가를 탓하고, 과거의 경험을 믿고 그것을 일반화함으로써 우리 인류는 수만 년 동안 멸종하지 않고 살아왔다. 수렵채집 시대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영양을 보충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현대사회엔 냉장고에서 원할 때마다 음식을 꺼내 먹을 수 있음에도 우리의 유전자에 오래전부터 기록된 '식탐'이 더더더! 를 외쳐 비만을 유발한다. 이처럼 우리 몸에 새겨진 생존본능이 현대사회에서는 부작용을 일으킨다.


그런데 우리보다 조금 더 객관적인 눈을 갖고 있어, 매우 긍정적으로(?) 세상을 보는 듯한 저자도 우려하는 것이 있었다. 그는 유행병, 금융위기, 제3차 세계대전, 기후변화, 극도의 빈곤(소득 수준 1단계 일부 국가)을 우려한다. 앞에 세 가지는 예전에 일어났었고, 뒤에 두 가지는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인류의 중대사가 달린 이 문제의 해법을 찾으려면, 제1순위로 갖춰야 할 것은 본능에 눈이 멀지 말고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는 자세다.


이 책이 세상 밖으로 나올 때쯤, 저자는 췌장암으로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병마와 싸우는 중에도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실에 근거한 세계관’을 알려주고자 노력한 한스 로슬링.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평생을 바친 순수하고 숭고한 그의 삶은 감동 그 자체였다. 세상을 부정적으로만 봐왔던 나에게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느리지만 천천히 이 세상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알려준 이 책에 고맙다.





Q. 10가지 본능 중에 내가 가장 빠지기 쉬운 함정은 어떤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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