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챈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정통파(?)다. 음식은 본연의 모습에 가장 충실했을 때 가장 맛있다고 생각한다. 치킨은 혀로만 먹는 게 아니다. 손으로 집고 뜯을 때 오는 촉감에도 즐거움이 있다. 커피 본연의 맛을 우유로 가리지 않는 아메리카노를 더 선호한다. 김치는 발효식품이다. 익어야 제맛이다.
탕수육은 태생이 소스를 붓거나, 소스와 함께 볶는 음식이다. 소스가 고기에 촉촉하게 스며들어 눅진해진 그 맛을 즐기려고 탕수육을 먹는 것이다. 실제로 제대로 된 중식집에 가면 모두 소스가 버무려져 나온다. 바삭함을 원한다면 고기튀김을 먹으면 된다. 이런 이유로 나는 닭갈비에 치즈를 올리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한다(볶음밥 예외).
탕수육에 부먹을 고집하지만, 그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나의 취향일 뿐이다. 부먹이 옳냐, 찍먹이 옳냐를 가리는 일은 무의미하다. 하지만 같이 먹는 탕수육을 시켰을 때 '소스를 부어야 하냐, 말하야하냐'를 결정해야 한다면, 최대 다수 최대 행복의 원칙에 따라 반쪽에만 부어라가 정답이다. 우스갯소리로 그런 논쟁을 할 시간에 하나라도 더 먹으라는 말이 있다(일명, 처먹). 참으로 당연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늘어놓느라 괜히 배만 고파졌다.
* 이 글은 아무리 바빠도 매일 글쓰기 #아바매글 과정 중 설득하는 글쓰기로, 설득은 커녕 야식 생각만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