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소식이 뜸했죠. 첫 책을 쓰느라 글감옥에 자체 수감 중이었습니다. 몇 시간 씩 글 쓰는 일이 익숙한 방송작가였는데 책 쓰는 일은 많이 다르더군요. 방송 일은 피디, 작가, 출연자, 카메라 감독, 종편 감독, 성우 등등 많은 사람과 협업을 하는 반면, 책은 혼자 써야 하잖아요. 내가 가는 이 방향이 맞는지 불안하기도 하고요. 괜한 짓을 시작했나 후회도 했다가, 글이 잘 나오는 날엔 막 신났다가 감정 기복 끝판왕이었습니다. 책 쓰신 모든 분들이 정말 위대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탈고는 달콤하다는 사실은 똑같더군요! ㅎㅎ
시간에 쫓기며 일하던 서브작가 시기에 제가 마음속으로 웅얼거렸던 저주가 있어요. 지금은 방송가 중심이 상암이지만 그때는 여의도였거든요. 출근길에 버스를 타고 서강대교를 건너면서
무너져라 무너져라
속으로 외쳤던 거죠. 세상에! 너무 못됐죠? 근데 그 저주가 저의 첫 책 제목이 될 줄 누가 알았답니까.
<오늘 서강대교가 무너지면 좋겠다>라는 독한 제목으로 저의 책이 나왔습니다. 읽다 보면 조금은 그 심정이 이해될 거예요. 방송작가뿐만 아니라 우리 직장인 모두 그렇잖아요. 정말 힘들고 지쳐서 다 집어던지고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은데, 차마 그러지는 못하니 천재지변이라도 나서 출근을 못 하길 바라는(아 저만 그런가요...).
그동안 힘들었다고 자랑하는 책은 아닙니다. 방송작가의 실무를 소개하는 책은 더더욱 아닙니다. 이 책은 일터로 출근하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소심했던 관심종자가 어떻게 포켓몬스터 급으로 뻔뻔하게 진화했는지를 담았습니다.
장담컨대 재미있을 걸요!
(일단 지르고 보자)
방송으로 늘 남 이야기만 했지, 저의 이야기를 담는 경험은 처음이라 두근두근합니다. 앞으로도 제 이야기를 계속해서 할 수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