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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밥 Nov 06. 2020

하루라도 젊을 때 시작하자

인생을 두 배로 사는 방법

책 좀 읽어라!


어려서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던 말이죠.


저는 직업이 작가이지만, 부끄럽게도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한 지 2년이 채 안됐어요. ‘본격적으로’라 하면 매일 손에서 놓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책이 참 묘해요. 좋은 거 아는데 손이 잘 안 갔거든요? 세상에 재미난 놀이가 얼마나 많습니까. TV나 유튜브 켰다 하면 한두 시간 후딱 지나가버리잖아요.


그런데 책도 그렇게 중독성이 있더라고요. 읽는 습관이 몸에 밴 후로 자꾸만 찾게 되는 거예요. 카카오 프로젝트 100이라는 챌린지 모임이 있더라고요. 저는 '호모 부커스' 모임에 참여 중이에요. 보증금을 내고 100일 동안 10페이지씩 매일 읽는 모임이니 큰 결심이 필요했죠. 그런데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제 발로 찾아온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더라고요. 참 희한한 사람들이에요. 뭐가 희한하냐고요?     


한 설문조사(문화체육관광부, 2019)에 따르면, 한국 성인의 연간 평균 독서량이 7.5권으로 밝혀졌어요. 한 달에 채 한 권도 안 읽는 거죠. 80여 명 사람들이 매일 책을 읽겠다고 나서니 희한할 만도 하지요.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게요. 책을 왜 읽으세요?

      

1. 재미있어서

2. 있어 보이고 싶어서

3. 지식과 교양을 쌓고 싶어서

4. 글을 잘 쓰고 싶어서      


네, 모두 맞아요. 지금껏 책 읽고 손해 봤다는 사람 못 봤어요. 독서하면 위 모든 것을 얻어요. 가성비 최고의 취미생활이죠!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나는 왜 책을 읽는 걸까. 가장 큰 이유는 인생이 너무 짧기 때문이에요.     


‘어? 벌써 하루가 다 가버렸네?’

‘어휴, 또 월요일이야?’

‘한 달이 이렇게 끝났구나...’

‘뭐? 다음 주가 크리스마스라고!’      


.... 저만 그런 거 아니죠?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더 빠르게 흘러간다고 해요. 실제로 우리 뇌가 그렇게 느끼도록 설계돼 있답니다. 여차하면 세월에 끌려가는 형국이죠. 내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려면, ‘세월의 모가지를 비틀어 끌고 가려면’ 안 해본 일을 많이 하라고 테스 형이 그랬잖아요. 새로운 자극이 없으면 매일 그날이 그날 같고, 그냥 늙어가는 거예요.  

    

그렇다고 가정과 직장이 있는 사람들이 매일 모험하며 살 수도 없어요. 로큰롤이 좋다고 갑자기 회사 때려치우고 밴드 못하잖아요. 사후세계가 너무 궁금하다고 죽을 수도 없고요. ‘인생에 한 번쯤 영화 같은 사랑도 해봐야지’ 하면서 남편과 아이 놔두고 훌쩍 떠날 용기 있나요? 꼰대 상사의 심리를 연구해보겠다고 대학원 진학해서 심리학 공부를 시작할 수도 없고요.


책을 읽으면 어느 정도 해소돼요. 한 번뿐인 인생을 두 배, 아니 열 배 이상으로 살 수 있어요. 감사하게도, 우리가 못 가본 길을 걸어본 사람들이 꼼꼼하게 기록해두었어요. 생생한 경험을, 그럴듯한 상상을, 알찬 지식을 책장 속 켜켜이 포개어두었으니 우리는 꺼내서 먹으면 그만이에요.     


못 가본 길을 그렇게 가보는 거예요. 잠들기 전 침대 맡에 놓아둔 책을 열어서 두 번째 인생을 걸어가 보는 거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하루에 딱 열 걸음씩만. 건강한 걸음은 매일 만보 이상이라는데 저는 아직 힘들어요. 하지만 하루 열 보는 눈 감고도 걷습니다.      



오늘도 걸을 거예요. 벌써 반 넘게 왔거든요. 100일이 끝나면 또 100일 더 걸어보려고요. 한 번뿐인 짧은 인생, 꽉 채워서 살고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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