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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밥 Feb 03. 2020

행복하다고 말하는 게 어때서

진부하지 않은 행복론


몇 년 전, 직장동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화두가 ‘행복’으로 흘렀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나는 꽤나 행복했던 편이라, 싱글벙글 웃으며 “응 난 지금 행복해”라고 말했더니 모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더라.


“너처럼 자신 있게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 처음 봤어.”

“그러게. 난 살면서 행복하다 느낀 적이 거의 없는데.. 부럽다야.”     


한숨을 푹푹 쉬는 그녀들 앞에서 나는 큰 실수라도 저지른 것만 같아 뻘쭘해졌다. 행복이 별거인가, 이렇게 커피 마시며 노가리 까는 것도 행복인데.


‘행복’을 두고 두 가지 입장이 갈린다. 거창하거나, 소소하거나. ‘소확행’이라는 말이 유행하면서 일상 속 작은 행복을 찾는 움직임도 있다. 반면, 그것은 진정한 행복이 아니다, 일시적인 '쾌락의 다른 이름'이다 하며 가볍게 치부하기도 한다. 애초에 주관적인 감정을 칼로 자르듯 재단하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왕 태어났으니 살아야 한다면 누구나 행복하고 싶다. 그렇다면 그것의 본질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최인철의 <굿 라이프>는 그 가이드 역할을 해줄 책이다.


행복? 그런 이야긴 너무 식상해
진부하다고!


라고 쉽게 선 긋지 말기 바란다. <굿 라이프>는 전혀 진부하지 않으며 실용적인 행복론이다. 몇 년 전 베스트셀러로 빵 터졌던 <미움받을 용기>부터, 비교적 최근에 화제가 된 <신경 끄기의 기술> 같은 책 역시 궁극적으로 행복을 이야기하지만 다르다. 나는 <미움받을 용기>를 읽고 큰 깨달음을 얻은 편이라, 그 책을 좋아했는데 호불호가 있더라. 그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우리 사회에는 심리 주의자의 기술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향이 존재한다. 행복의 기원이 전적으로 마음에 있다고 가정하기 때문에 마음을 다스리는 법, 미움받을 용기를 키우는 법, 신경 끄는 기술을 배우는 법 등으로 요약될 수 있는 일체의 심리적 기법들에 큰 관심을 갖는다. 이런 기술들은 부정적인 사건이 발생한 후에 사용하는 기술들이기 때문에, 소극적이며 사후 처리적인 특성이 강하다.

최인철, <굿 라이프>, p.94     


저자는 마음가짐을 바꾸라고 하기보다는, 행복해지려면 행복한 일상을 꾸리라고 말한다. 행복을 ‘습관’ 차원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니까, 자세히 살펴보면 불행한 사람은 불행할 수밖에 없는 행동을 하고, 행복한 사람은 행복할 수밖에 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 그는 자신 있게 말한다. 행복해지고 싶으면 행복한 사람 옆으로 가라. 그게 이민이 됐든, 이사가 됐든, 환경을 바꾸는 게 시작이다.


그렇다면 행복한 사람들은 어떤 일상을 살고 있을까?     


1. ‘해야만 한다’ 보다는 ‘하고 싶다’의 삶을 지향한다.     

행복은 역할, 의무, 책임, 조심, 경계, 현상 유지로 대표되는 당위적 자기의 브레이크보다는 꿈, 비전, 이상, 열망으로 대표되는 이상적 자기라는 엔진을 달고 전진하는 사람에게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

최인철, <굿 라이프>, p.103     


2. 소유하는 대신 경험을 택한다. 

식료 매장 카트의 내용물이 그 사람의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의 반영이자 동시에 그 사람의 건강을 예측할 수 있는 중요 단서가 되듯이, 우리의 ‘경험 카트’도 그렇다. 우리는 인생이라는 매장에서 경험을 쇼핑하는 사람들이다. 시간과 돈을 지불하고 다양한 경험을 카트에 집어넣는다.

최인철, <굿 라이프>, p.109  


많은 사람들이 돈과 시간이 있다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을 '여행'으로 꼽는 게 이해가 간다. 여행의 속성이 행복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여행은 '해야 하는' 일이 아니다. 경험이고 자발적이다.

재미있는 점은 물건을 살(소유할) 때도, 내가 씌우는 프레임에 따라 행복 정도가 바뀐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명품백을 살 때 남들한테 자랑해야지가 아닌, ‘독특한 디자인을 경험하려고 산다'라고 생각한다면 행복도가 올라간다는 것.     


3. 즐거움뿐만 아니라, 의미를 찾아가는 사람이다.

저자는 나라에 헌신하거나 봉사활동을 해야만 의미 있는 게 아니라고 했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담배를 끊는 일, 꽃 한 송이를 선물한 일처럼 자신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일을 실제로 행하며, 세상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의미다.


4. 행복한 삶의 화룡점정은 ‘품격'이다.

더 좋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자세가 우리 삶을 더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든다고 한다. 사람은 보통 자신과 지리적으로 가깝거나, 교육 수준, 부의 수준이 비슷한 사람과 어울리기 쉽다. 그러다 보면 사고가 갇히게 된다. 이러한 편중을 극복하고자 꾸준히 노력하는 것, 그것이 '품격'이다.


많이 가진 자, 높이 오른 자, 많이 배운 자 들과만 평생을 어울려 산 사람은 아무리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것처럼 보여도 세상을 보는 시각이 편중될 수밖에 없다. 인간의 격(格)이란 관계의 편중성이 가져오는 의식의 편중성을 인식하고, 자기 중심성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것에 있다.

최인철, <굿 라이프>, p.230     


결국, 행복은 거창한 것도 소소한 것도 아닌, 마음먹기에 달려있는 것도 아닌, 내가 지향하는 행동이고 습관이다. 새벽 일찍 일어나 명상을 하는 ‘미라클 모닝’이나 글쓰기를 매일 하는 행위는 행복해지는 습관이다. 의미 있고 이타적인 습관으로 꽉 채운 일상이 곧 행복이자, 굿 라이프다. 어쩌면 행복은 좋은 습관의 다른 이름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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