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의 두 번째 책이 세상 밖으로 나왔어요. 감사하게도, 브런치를 시작하고 1년에 한 권씩 책을 내게 됐네요. 많은 브런치 작가님들이 브런치 덕분에 첫 책을 출간했다고 고백하는데요. 저 역시 브런치가 아니었으면 저에게 이런 일이 과연 가능했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제가 이번 책을 어쩌다 내게 됐는지 썰을 풀어보려고 해요. (안 물어봤다고요?ㅎㅎ)
글밥의 글쓰기 실용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나도 한 문장 잘 쓰면 바랄 게 없겠네> 출간 계약을 하기까지!
작년 2월 즈음, 브런치로 출간 제안이 들어왔어요. 저는 당시 다른 출판사와 저의 첫 책인 <오늘 서강대교가 무너지면 좋겠다> 계약을 논의하고 있던 터라 '이게 무슨 일인가' 어리둥절하면서도 설렜죠. 첫 책 역시 제가 브런치에 쌓아둔 글을 본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었거든요.
출판사 담당자는 제가 쓴 '아무리 바빠도 매일 글쓰기'라는 글을 제 브런치에서 처음 발견했다고 하셨어요. 저는 그때 막 동명의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었거든요. 매일 짧은 글이라도 꾸준히 쓰자는 내용이었는데 그 글을 보고 관심이 생겨 제 브런치를 훑어보게 됐다고요.
그러다가 브런치 공동 매거진 <매일 쓰다 보니 작가>를 발견하신 거죠. 공대생의 심야서재 님 제안으로 뜻이 맞는 브런치 작가 다섯 분과 함께 요일을 정해서 글쓰기 노하우, 동기부여 글을 총 80편 정도 쌓아놨었거든요. 사실은 공저로 그 매거진을 출간하고 싶었어요.
출판사 담당자는 그 매거진을 보고 '아, 글밥이란 사람이 글쓰기 책을 내고 싶구나', '어느 정도 글쓰기 콘텐츠를 쌓아놓았구나'를 느끼셨다고 해요.
바로 출간 계약을 했던 것은 아니고 우선 목차와 샘플원고를 요청하셨어요. 목차를 다 채우려면 공동 매거진에서 썼던 내용 가지고는 턱없이 부족했죠.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글쓰기 모임, 커리큘럼을 활용해보자!
앞서 말한 '아무리 바빠도 매일 글쓰기(아바매글)' 모임을 진행하는 동안 저는 저만의 커리큘럼을 꽤 개발해두었거든요. 방송작가 경력을 살려 '쉽고 간결하고 재미있는 글'에 포커스를 맞추어 주 차별로 테마를 정했어요. 가령, 1주 차는 '구체적인 글쓰기', 2주 차는 '상상하는 글쓰기' 식으로요. 각각 테마에 맞는 소재를 모임 회원들에게 제공했고, 왜 그러한 주제로 글을 쓰면 글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지를 알려드렸어요.
글쓰기 책 목차는 그렇게 글쓰기 모임 커리큘럼으로 하나둘 채워지기 시작했어요. 모임원들이 글을 쓸 때 어떤 점을 고민하고 힘들어하는지 꾸준히 소통을 하면서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어요. 몇 달 동안 제 글쓰기 모임을 참여하신 분들은 점점 글쓰기가 편해지셨다고 하셨고, 실력까지 발전하셨어요. 그 모습을 제 눈으로 보았기에 자신 있게 목차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삼십여 개의 목차를 완성하고 샘플원고 세 편을 작성했어요. 톤을 달리하여 경어체 버전, 평어체 버전으로도 써서 함께 보내드렸지요. 완성한 목차를 두고 출판사와 함께 콘셉트를 잡고, 두어 번 수정한 후 마침내 계약이 성사됐습니다.
초고는 한 달, 퇴고는 9개월!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어요. 저는 10개월 동안 원고 집필을 이어갔어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커피를 내리고 책상 앞에 앉아서 '오늘의 할당량'을 채워나갔습니다. 저는 시간보다는 분량을 정해놓는 편이에요. '무슨 일이 있어도 매일 한 꼭지씩 완성하자!' 만약 아프거나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 그날 원고를 쓰지 못하면 다음 날은 두 꼭지를 완성시키고야 말았어요. 방송작가를 하면서 14년 동안 마감 기한을 넘긴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이번에도 예외가 생기면 안 되죠. 정말 엉덩이에 종기가 날 뻔했다고요.
삼십여 개 초고 꼭지가 한 달여 만에 완성됐습니다. 그러니까 퇴고를 9개월 동안 한 셈이지요. 저는 초고를 정말 날라리로 쓰거든요. 아무 말 대잔치에 진부한 어휘, 논리적으로 이치에 안 맞는 표현이 난무해도 신경 쓰지 않아요. 그저 새하얀 한글 파일을 새까만 글씨로 가득 채우는 걸 목표로 합니다. (네, 저는 아직도 한글.hwp를 씁니다.)
그렇게 빈 화면이 가득 차면 일단 안심이 돼요.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해볼까' 마음을 조이고 고쳐 쓰기를 시작하죠. 문단을 요리조리 바꿔보고, 그 사이에 글감 메모장에 저장해둔 에피소드를 추가하고 하는 과정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쥐어짜는 초고에 비하면 행복한 편이에요. 저는 못생긴 글을 정갈하게 다듬어가는 고쳐 쓰기를 사랑합니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확신을 갖고 고치다 보면 정말 그래요. 처음 글과 비교해 말도 안 되게 좋아진 결과물을 보면 성취감이 어마어마하거든요.(나에게 상당히 너그러운 편) 그래서 지금은 작가보다는 다른 사람의 글을 다듬고 빛내주는 '글쓰기 코치'에 더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리하여, 지난 1년은 저에게 '글쓰기를 쓰는 글쓰기'의 해였습니다. 솔직히 다 내던져버리고 싶을 만큼 지긋지긋한 날도 있었죠. 왜 아니겠어요. 그럼에도 글을, 책을 완성하는 방법은 한숨을 푹푹 내쉴지언정 앉아서 쓰는 방법밖에 없다는 걸 아니까요. 쓰는 수밖에요.
여기까지가 두 번째 책을 내게 된 스토리예요. 흥미로웠나요? 부디 그랬길 바랍니다. 책을 소개하고 홍보하는 글마저 독자의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책 제목은 모든 글쟁이들의 염원을 담아 <나도 한 문장 잘 쓰면 바랄 게 없겠네>로 정해졌습니다. 글쓰기 초보자가 글쓰기 습관을 만들고, 문장력을 갖추도록 함께 뛰어주는 PT선생님 역할을 하는 책입니다. 취준생, 글을 많이 쓰는 직장인, 예비작가님, 글을 잘 쓰고 싶은 모든 분께 제 노하우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책을 내는데 큰 영감을 주신 매쓰작&아바매글 멤버, 추천사를 써주신 카피라이터 정철 선생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