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필명은 '글로 밥 벌어먹는 여자', 줄여서 글밥입니다. 영상의 시대에 글로 밥을 벌어먹다니, 그게 가능한 일일까요? 어쩌다 이런 오만하고 대단한 필명을 지었을까요.
브런치를 시작하기 전에 유튜브를 해보려고 했어요. 그때 유튜브 채널명을 한참 고민하다가 편집 기술을 알려주는 유튜버 편집하는 여자, '편집녀'의 채널명을 발견하고 영감을 받았습니다.
고백하자면, 10년 넘게 글로 밥을 벌어먹은 건 사실입니다. 방송작가를 했으니까요. 저는 애초에 글밥이 먹고 싶어서 방송작가를 시작했어요. 필력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지만 글 쓰는 행위가 좋더라고요.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싶었죠. 그런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방송 쪽은 내가 잘 참아내기만 한다면 가능할 거 같더라고요.
그런데, 요즘은 방송 일을 하고 있지 않아요. 그럼에도 글을 쓰면서 근근이 먹고살고 있는데요. 저는 그럼 행운아일까요.
지난 주말, 재밌는 경험을 하고 왔습니다. <인생의 계절>을 쓰신 윤성용 작가님의 팟캐스트에 초대된 것인데요. '조르바 윤'이라는 필명으로 브런치에서 활동하시는 작가님은 직장인인데, '취미'로 뉴스레터와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계세요. 그것도 몇 년 동안이나 꾸준히, 많은 팬들의 지지를 받으면서요.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오디오 클립은 수익이 나는 구조도 아니더라고요. 재미와 보람만으로 자비를 들여 양질의 콘텐츠를 꾸준히 만드는 열정이 존경스러웠어요.
출연 제안에 흔쾌히 달려갔지요. 한 시간 넘는 인터뷰가 삼십 분처럼 느껴질 만큼 즐거웠답니다. 이번이 두 번째 만남이었는데도 서로의 책을 읽은 사이라 그런지 오랜 친구처럼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었어요.
갑자기 이야기가 딴 데로 샌 건 아니고요. '글로 밥 벌어먹고 살 수 있을까'를 주제로 이야기 나누었거든요. 그러니까, 한 번 들어보시란 얘기예요. :)
글을 써서 수익을 거두려면 자신만의 무기가 있어야 합니다. '콘텐츠'라고 불리는 그것이요. 막연하게 책을 내고 싶고, 출간 작가가 되고 싶은데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망설이는 분들이 많아요. 자신만의 콘텐츠를 찾지 못해서이겠죠.
분명, 이야깃거리가 없지는 않아요. 다만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에요.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것도 문제예요. 꼭 특별한 사람만 글을, 책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평범한 이야기더라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 무엇을 끌어내느냐, 어떻게 포장하느냐에 따라 반짝거릴 수 있어요.
더 이상 망설이지 말고, 내 속의 이야기를 꺼내놓으시길 바랍니다. 저는 아무리 바빠도 매일 글 쓰는 모임, '아바매글'을 이끌고 있어요. 올해 마지막 모임인 17기는 내 안의 콘텐츠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려고해요. 밥을 먹으려면 첫 술부터 떠야하잖아요. 책을 쓰려면 글부터 써야해요. 약한 의지력 걱정은 하지마세요. 매일 마감이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