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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밥 Nov 12. 2022

비 오는 날이 기다려지는 이유

인센스 좋아하세요?


비 오는 날이 달갑지 않았다. 날씨에 크게 영향받는 편이라 기분도 체력도 바닥을 친다. 올해는 비가 와도 내심 반가운 마음이 드는데, 친구에게 선물 받은 인센스 덕분이다. 습도가 높은 날엔 인센스 향을 즐기기 더없이 좋다.


알레르기 수치가 정상인의 20배, 호흡기도 안 좋은 편이라 향 제품을 평소 즐기지 않는다. 그런데 싱그러운 초록, 발리 우붓을 떠올리는 인센스 향은 못 참겠는 거다.


마침 오늘 비가 온다. 거실과 베란다 창문을 활짝 열었다. 가스레인지로 가서 인센스 스틱에 불을 붙였다. 타닥타닥 소리가 나더니 성냥처럼 끝이 붉어졌고, '후' 입김 한 방에 코끝을 찌르는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벌써 한적한 산사에 들어온 것 같다.


창가에 두고 내방으로 들어왔다. 곧 바람을 타고 은은하게 향이 따라 들어올 것이다. 유튜브로 모차르트 100분 연속 재생을 튼다. 평소에는 시끄러운 락앤록을 즐겨듣지만, 글 쓸 때는 모차르트 아저씨만큼 집중력을 북돋아주시는 분이 없으므로. 왠지 허전한 입은 커피 한 모금을 머금으면 해결된다. 그야말로 오감 만족!


자, 비 오는 날에도 이렇게 흡족하다. 날씨는 내가 결정하지 못한다. 비가 온다고, 덥다고 짜증내기보다는 주어진 환경 안에서 이런저런 궁리를 해본다. 아픈 구석이 많아도 내 행복지수가 높은 까닭 아닐까.


2019 발리 우붓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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