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밥 Feb 03. 2023

ST아내와 NF남편의 대화

반대라서 재밌어


새해 들어 간단한 아침 루틴을 만들었다. 알람 소리에 눈을 뜨면 먼저 냉온수 정수기 앞으로 가 '음양탕'을 만든다.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을 반씩 섞어서 마시면 음양의 기운이 조화롭게 퍼지면서 몸에 좋다나 뭐라나.


암튼 음양탕을 담은 텀블러를 들고 거실 창문을 활짝 열어 환기한다. 우리집은 10층이라 창을 열면 도로가 훤히 보인다. 한창 출근 중인 차량 행렬을 드론 시점으로 내려다보며 음양탕을 음미한다. 5분 남짓, 잠을 깨우는 나의 의식이다.


재택근무를 하는 남편이 그런 나에게 다가와 물었다.


"창밖을 보며 무슨 생각해?"

"나? 차가 많네."


남편은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 생각밖에 안 해?"

"응, 그럼 무슨 생각해?"

"출근하는 사람들 힘들겠네. 저 건물은 홀로 서있는데 외롭지 않을까 라든가."

"건물이 외롭다고?"


나는 창문을 닫으며 저 사람 머릿속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열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남편의 잠꼬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