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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밥 Jun 14. 2023

빗방울처럼 툭 떨어지는 순간

글쓰기의 비밀


별안간 잘 쓸 수 없다는 자명한 사실은 힘이 빠진다. ‘계속 쓰면 언젠가는 잘 쓰게 될 거야’로 시작한 맹목적인 믿음은 얼마 가지 않아 제풀에 꺾이기 마련이다. 억울하고 원망도 생긴다. ‘이 정도 썼으면 훨씬 더 잘 써야 하는 거 아닌가.’, ‘저 사람은 나와 비슷한 시기에 글쓰기를 시작했는데 나보다 훨씬 더 잘 쓰네.’ 남과 비교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싶어진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그저 좋아하는 마음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러면 일부러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가던 길을 그냥 갔을 뿐인데 갑자기 ‘툭’하고 빗방울이 떨어진다. 서프라이즈 이벤트처럼.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미리 눈치채는 것처럼 김빠지는 일이 또 있을까. ‘도대체 언제 잘 쓰게 되는 거야?’를 계산하는 일은 마술사의 묘수를 기를 쓰고 알아내려는 것처럼 어리석고 무의미하다. 마술은 그저 즐기면 되는 것이다.     


3년 동안 매일 글쓰기를 이어가고 있는 한 글벗은 자신의 블로그에 이런 글을 남겼다. ‘나는 완성미가 없는 글쓰기를 하고 있지만, 글쓰기를 할 때 가장 즐겁다. 어떤 글을 쓸까 고민하는 내가 멋있고, 어딘지 모르게 쓸모 있는 구석이 있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 책을 내지 않아도 이미 작가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벽이 허물어지려면 함께 쌓는 시간이 필요하듯, 글쓰기도 그렇다. 그 사람과 데이트하듯 매일 만나 글을 써보자. 잘 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느껴지는 순간, 그때부터 진짜 글쓰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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