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왜 나에게 코렐접시를 줬을까?

광고 아님 주의!

by 글밥 김선영


결혼 준비가 마무리될 때쯤이었다. 어느 날, 엄마는 창고로 쓰고 있던 출가한 남동생 방에서 몸집만한 거대한 상자를 낑낑거리며 꺼내왔다. 나는 얼른 다가가 상자를 함께 들었다.


"어휴 무거워, 이게 다 뭐야 엄마."

"이거 너 시집가면 주려고 사놨던 건데..."


상자를 열자, 크고 작은 그릇이 화수분처럼 쏟아져 나온다.


"이거는 밥그릇, 이거는 국그릇, 이거는 반찬 담을 때 쓰면 되고, 요거는 닭도리탕이나 불고기 같은 메인 요리, 어머 파스타 볼도 두 개 들어있네~"


손바닥만한 접시부터, 한아름 되는 대형 접시까지. 엄마는 신이 나서 그릇을 하나씩 꺼내 거실 바닥에 차려놓기 시작했다. 나는 언제부터 창고방에서 잠들어있었는지 모르는 정체불명 그릇 행렬에 꽤 당황스러웠다.


"아니, 내가 언제 결혼할 줄 알고 이걸 사놓았대. 나 따로 그릇 봐 둔 거 있는데"


"한 1년 반 됐나. 홈쇼핑에서 너무 괜찮은 세트가 나오는 거야. 언젠가는 시집가겠지 하고 사놨지. 예쁘지?"

"나 평생 결혼 안 했으면 어쩌려고 했대, 엄마도 참."


나는 바둑알처럼 새하얗게 광이 나는 그릇들을 살펴봤다. 촌스러운 라벤더 꽃무늬 띠가 둘러져있었다. 사실 나는 생각해놓은 그릇이 몇 종류 있었다. 처음 꾸며보는 신혼집에 얼마나 설렜겠는가. 개성있는 묵직한 유럽스타일 유기그릇이나, 아니면 무늬가 없는 깔끔한 백색 그릇을 두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엄마가 사놓은 엄청난 양의 '코렐 그릇'이 계획을 망치고 말았다. 그런 내 마음을 눈치챘는지 엄마가 다급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써 봐라. 이게 가볍고 튼튼하고 최고야. 엄마도 이거 쓰잖아, 그릇은 코렐이 알아준다?"

"그래 고마워 엄마, 잘 쓸게."




새 살림을 꾸리고 나는 새삼 엄마의 35년 살림 내공을 인정했다. 서투른 설거지로 몇 번 씩이나 떨어뜨려도 절대로 깨지지 않는 너란 접시. 두께는 다른 그릇의 반 정도나 될까? 얇고 가벼운데 꽤나 견고하다. 반면, 내가 그때그때 예뻐서 사놓은 '패션 그릇'들은 무거워서 손이 잘 안 갔다. 묵직한 맛은 있었지만 설거지를 하기도 힘들었고, 실수로 놓치기라도 하면 깨지거나 이가 나갔다. 엄마는 안 봐도 뻔히 알고 있었던 거다. 처음 살림을 할 딸내미가 얼마나 서투를지.


게다가 엄마가 준 코렐 그릇은 어떤 음식을 담아도 산뜻하게 어울렸다. 하얀 배경이 음식을 더욱 선명하게 보이게 해 먹음직스러웠고, 잔잔한 무늬가 심심함을 덜었다.


나의 친구는 결혼하기 전, 혼자서 그릇을 장만했다가 엄마가 자신과 상의도 안했냐며 삐져서 달래느라 2박 3일 동안 진땀을 뺐다고 한다. 엄마들에겐 서툰 딸의 살림살이를 챙겨주고 싶은 '로망'이 있는 모양이다. 그 로망은 살뜰한 사랑이었다. 그렇게 엄마의 주방 내공은 결혼을 한 딸에게 유산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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