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도 연애도 무조건 버티는 게 능사는 아니다
1. 모범생과 반항아 중 더 성공하는 건 누구일까
2. 착한 사람은 꼴찌로 살 수밖에 없는가
3. 끝까지 해내는 그릿이냐, 전략적 포기냐
4. 실력과 인맥 중 무엇이 더 결정적인가
5. 자신감은 성공의 전제조건인가 때로 독이 되는가
6. 워커홀릭 vs 워라밸, 성공은 누구의 편일까
‘답정너’ 스러운 질문들 같지만, 놀랍게도 에릭 바커의 <세상에서 가장 발칙한 성공법칙>에 따르면 모두 다 답이 될 수 있다. 나의 타입이 성실한 모범생이라면? 다행이다, 제도권 안에서 안락한 삶을 살아갈 확률이 높을 것이다. 반면 약간은 별나고 학창 시절 친구들에게 '돌+I' 소리 좀 들었다면? 축하한다, 세상을 바꿀 혁신가의 기질이 충분하다. 남들 앞에 나서기 싫어하는 내향적인 성격이라면 누구보다 뛰어난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될 확률이 높다. 외향적인 성격이라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리더 자리에 오르기 쉽다. 저자는 누구나 자신의 ‘성향’에 맞게, 내 삶의 방향을 결정해 나아가면 성공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다양한 사례를 들어 우리가 갖고 있는 성공에 대한 편견을 깨뜨린다.
그중에서도 나는 chapter 3 끝까지 해내는 그릿이냐, 전략적 포기냐를 내 연애사에 대입해 공감하며 읽었다. 어쩌면 성공의 가장 큰 키워드는 열정과 끈기의 조합으로 불리는 ‘그릿’ 일 것이다. 과연 어려움 속에서도 버티고 이겨내는 사람이 보통 성공을 이뤄낸다. 그런데 때에 따라 전략적인 포기가 나은 결과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
나는 결혼 전, 연애에 몇 번 실패를 겪은 후 나 자신에 대해서 반성하는 계기를 가진 적이 있었다. 그전까지는 이별을 상대방의 과오나 단점으로 책임을 돌렸던 화살을 나에게로 돌려봤다. 아마 이때쯤 '알프레드 아들러'의 심리학을 만났다. 아들러는 과거의 경험(트라우마)이 앞으로의 삶에 영향을 끼칠 수 없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사람은 바뀌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익숙해서) 바뀌지 않겠다고 결심을 한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바뀌겠다고 결심했다. 나는 나 자신을 바꾸기 위해 현재 상황을 분석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적어보았다. 그런데 책에서 소개한 'WOOP'라는 '이상 실현 시스템'이 나의 방법과 매우 흡사해서 놀라웠다.
* 가브리엘레 외팅겐 교수의 <WOOP> 사고법
Wish 소원
Outcome 결과
Obstacle 장애
Plan 계획
당시에 내가 적었던 글을 WOOP 식으로 정리하자면 이렇다.
: 더 이상 이별의 고통을 느끼고 싶지 않다.
: 평생을 함께 할 멋진 반려자를 만나고 싶다.
: 나의 이기적이고 욱하는 성격이 관계를 망친다.
: 나보다 상대를 먼저 생각하는 사고방식을 갖자.
상대가 나와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한다.
화를 바로 내지 말고, 잠깐 시간을 갖는다.
상대의 행동에 대한 예비책으로 나의 행동 방법도 세부적으로 짰다.
: 상대가 내 기분을 상하게 했다
-> 기분이 좀 상해도 쉽게 화를 내고 싶지 않다.
: 온화한 사람이 된다.
: 내 멋대로 오해하는 생각,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
: 상대는 나에게 악의가 없음을 인지한다.
나의 속단은 아닌지 점검한다.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본다.
화가 가라앉은 후에 대화를 한다.
이렇게 일어날 수 있는 상황과 상황에 대한 행동수칙 ‘매뉴얼’을 적어보았다. 물론 처음부터 마음먹은 대로 잘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의식적인 노력’을 하다 보니 실패의 횟수가 점점 줄어들었고 몸에 익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남자를 나의 짝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WOOP의 더 큰 장점은 포기할 지점을 일깨워준다는 거다. 예를 들어,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이상형인데 술을 너무 많이 마시는 사람을 만났다고 하자. 술을 먹고 연락이 끊기거나 자신의 할 일을 제대로 못하는 모습 등에 실망을 하고 점점 다툼이 잦아진다. 처음엔 ‘그래, 사람이 완벽할 순 없지’ 하면서 이해해보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연애의 결말을 어디서 본 거 같다. 점점 싸움에 지쳐 막장까지 가서야 헤어진다. 한동안은 너덜너덜해져 있을 것이다.
하지만 WOOP를 활용하면 시간을 아끼면서도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다. 계획을 세우다가 말 그대로 ‘현타’가 오기 때문이다. 내가 '상대방을 바꾸려 하지 않고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고 돌아본다. 아니라면 포기가 쉬워진다. 미련 없이 헤어질 수 있다. 책에 나온 표현을 빌리면, ‘비현실적인 목표에 대해서 정신을 차리라며 등짝을 세게 때린다’. 중요한 점은 ‘미련 없이’라는 거다. 미련은 우리의 발목을 잡고 더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물귀신 같은 존재라 가능한 멀리 차 버리는 게 좋다. 반면 현실적인 목표라면 WOOP 전략은 동기부여를 하고 에너지를 충전해준다.
'전략적인 그릿’은 성공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는 정확한 내비게이션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열정과 끈기를 지치지 않고 이어갈 수 있을까? 책에는 ‘지상에서 가장 잔혹한 현장’이었던 아우슈비츠에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 지옥에서는 200명이 정원인 건물에 1500명을 수용하고, 배고픔에 인육을 먹는 사태까지 벌어진다. 결국 하나둘 전기 철조망에 몸을 던져 자살을 택한다. 하지만 끝끝내 자신의 삶을 지켜낸 사람도 있었다. 바로 ‘삶의 의미를 품은 사람’이었다. 나는 문득 휴먼 다큐멘터리 막내작가를 하던 시절에 만났던 노숙자 부부가 떠올랐다.
남자는 여섯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긴 사람이었다. 그는 젊은 시절, 공사현장에서 일을 하다가 추락하는 바람에 다리를 절게 된 후 알코올 중독에 빠졌다. 노숙생활을 하다가 깡패와 시비가 붙어 치아를 모두 잃을 정도로 집단구타를 당했고 또 한 번 죽음의 고비를 맞았다. 가까스로 수술을 받고 목숨을 건진 그는 자신의 처지에 비관해 자살시도를 했으나 실패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운명처럼 같은 처지의 한 노숙인 여성을 만나게 된다. 그녀는 7살 어린아이의 지능을 가진 지적장애인이었다. 그녀 역시 어릴 적 버림을 받고 지능이 낮다는 이유로 힘든 삶을 이어왔다. 사고뭉치였지만 남자는 그녀의 순수함에 반해 사랑에 빠졌다. 마침내 남자에겐 ‘삶의 의미’가 생겼다. 남자는 모든 게 서투르고 실수투성이인 그녀를 지켜주고 싶었다. 몇십 년을 괴롭힌 알코올 중독의 고리를 끊었다. 노숙인 재활센터와 지역사회의 도움을 받아 그녀와 조촐하게 살림을 꾸리고 새 삶을 시작했다. 남자는 그녀의 버팀목으로 살겠다는 삶의 스토리를 만들었다.
이렇듯 '삶의 의미'는 스토리다. ‘그릿’도 스토리가 있어야 가능하다. 무조건 버티라는 건 어떻게 보면 폭력적이다. 우리는 모두 나만의 유일한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부부는 어떤 스토리로 살아가고 있을까?
책에 따르면, 사람들은 그것이 착각일지언정, 스스로를 잘 아는 것 같을 때 삶의 의미를 느낀다고 한다. 스토리의 정확성은 중요치 않다. 낙관적인 스토리는 그 자체가 내 삶을 지탱한다. 성공은 결국 인생이라는 스토리를 촘촘하게 써 나아가는 과정에서 선물처럼 찾아올 것이다. 캐릭터는 너무도 다양하다. 자신감이 넘치는 주인공도 있고 내성적인 주인공도 있다. 워커홀릭도, 워라밸을 중시하는 주인공도 있다. 그들이 얼마나 자신을 잘 알고 그에 맞는 전략으로 ‘그릿’을 해나 가는지에 따라 스토리는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도, 파국으로 향해갈 수도 있다.
*함께 나누고 싶은 질문
Q. 당신의 스토리(삶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Q. 포기해서 좋은 결말이 있었던 적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