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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밥 May 13. 2019

라면만 먹은  91세 할아버지의 장수 비결

"누가 지금 라면이 안 좋다고 하였어!"


얼마 전 충격적인 기사를 하나 읽었다. 91세의 할아버지가 48년 동안 삼시 세 끼를 라면만 드셨다는 내용이었다. 어려운 형편 때문은 아니었다. 남다른 사연이 있었다.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 장협착증으로 수술을 받았는데 그 후로도 음식이 소화가 잘 안돼 고생을 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라면을 먹은 후 속이 확 풀리고 포만감을 느끼면서, 인터뷰를 그대로 인용하자면 “이제 살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할아버지는 라면 홀릭에 빠지셨다.


나에게 라면이란 무엇인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 중 하나지만, 최대한 자제하는 애증의 인스턴트 음식. 아빠가 3일 연속 라면을 드시면 나는 화를 내곤 했었다. “아빠 라면에 염분이 얼마나 많은데! 그만 좀 먹어요.”

그런데 할아버지는 삼시 세 끼 라면만 드셔도 91세 장수를 누리셨다. 십 년은 더 사실 정도로 정정해 보이신다. 어찌 된 일일까. 라면스프에 불로초 성분이라도 들어있는 건가. 의문에 빠져있던 그즈음, 책에서 그 답을 얻을 수 있었다. 바로 켈리 맥고니걸의 ‘스트레스의 힘’이란 책이다.     


나는 처음 책 제목을 보고 저자가 청개구리형 관심 종자일 거라 생각했다. 스트레스는 오래전부터 ‘만병의 근원’이라고 불려 왔다. 나는 TV 방송작가로 일할 때 건강정보 프로그램을 많이 했었다. 전문가로 섭외했던 의사 대부분은 병의 원인으로 스트레스를 자주 지목했었고, 환자 역시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은 오히려 스트레스가 독이 아닌 약이 될 수 있다고 하니 말이다.

     

저자에 따르면, 스트레스는 모든 사람에게 해로운 게 아니라 ‘스트레스는 해롭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만 해롭다고 한다. 책 속의 다양한 연구 결과는 스트레스가 우리 신체와 정신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이유를 설명한다. 미국 성인 3만 명을 8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에 따르면, 스트레스 수치가 높은 사람의 사망 위험이 43퍼센트 증가했다. 재미있는 점은 ‘스트레스는 해롭다’고 믿었던 사람들만 사망 위험이 증가했다는 거다. 스트레스 수치가 높아도 ‘해롭지 않다’고 믿은 사람은 사망확률이 증가하지 않았다. 또한, 똑같이 늙어가는 사람이라도 노화과정을 자연스럽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반대인 사람보다 약 8년을 더 살았다고 한다. 운동이나 금연을 꾸준히 하면 보통 4년을 더 살 수 있다는데, 그보다 더 효과적인 게 바로 스트레스를 바라보는 관점이라니!

     

스트레스는 억울하다!

그렇다면 궁금하다. 스트레스는 왜 그동안 해롭다는 누명을 쓰고 있었을까? 책에 그 이유들이 나온다. 과거, 스트레스의 영향력을 알아보기 위해 ‘쥐 실험’을 했었다. 가령 쥐를 물에 빠뜨리거나, 옴짝달싹 못하는 우리 속에 가두어 스트레스를 준 후 신체 반응의 변화를 측정하는 것이다. 결과는 뻔했다. 극도의 스트레스로 쥐의 상태는 급격히 나빠진다. 그리고 스트레스는 우리 몸에 끔찍하게 해롭다는 인식이 퍼지게 된다. 여기서 오해가 생긴다. 인간이 일상 속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그렇게 극단적인 경우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보통 압박감, 불안과 같은 정서인데 이것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오히려 유익한 자원이 되기도 한다. 심지어 자연재해나 사건사고로 깊은 '정신적 외상'을 입은 경우에도 스트레스 내성을 잘 활용하면 오히려 힘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랬구나~ 내가 좀 들떠있었구나

‘스트레스는 해롭다’라는 인식을 가진 사람은 보통 스트레스 상황이 오면 [투쟁-도피 반응] 일어난다. 스트레스와 싸우거나 상황 자체를 회피해 버리는 건데 이러한 행동은 '정말로' 자신에게 해를 입힌다. 반면, 스트레스는 나쁜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단지 나는 조금 ‘흥분하고 들떠있다’고 생각을 하면 결과는 달라진다. 엔드로핀, 아드레날린, 도파민과 같은 물질이 우리 몸에서 발생한다. 에너지가 샘솟고, 고도의 집중력이 생긴다는 뜻이다. 해낼 수 있다는 동기 의욕, 즉 [도전 반응] 일어난다.


스트레스의 또 다른 긍정적인 반응은 [배려-친교 반응]이다. 나는 이 부분을 읽고 얼마 전 내가 가족여행에서 느꼈던 스트레스 상황이 떠올랐다. 엄마의 환갑을 기념하여 야심 차게 준비한 '괌 여행'이었다. 엄마는 새로운 경험에 여행 내내 행복한 표정이셨다. 단, 먹을 때만 빼고. 햄버거와 피자를 한 끼 씩 드신 후부터 식사 시간이 되면 엄마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엄마 표정이 왜 그래, 맛없어?
국물이 먹고 싶어.


겨우 3일인데 그걸 못 참나! 하는 생각에 서운함과 스트레스가 밀려왔다. ‘이 여행을 준비하려고 얼마나 애썼는데’하는 마음에 엄마가 야속했다. 그런데 동시에 ‘엄마에게 빨리 국물을 먹여야 해!’ 하는 보호 심리가 작동하는 게 아닌가! 책에 나온 스트레스 반응처럼 나에게 옥시토신이 분비된 거다. 나는 허겁지겁 마트를 찾아 컵라면을 잔뜩 샀다.


뇌에서 나오는 신경조절물질인 ‘옥시토신’은 사회적 관계에 대한 열망, 공감능력과 직관력을 강화하고 용기를 내게 한단다. 공동체를 보호하고픈 친사화적 스트레스 [배려-친교 반응]다. 그래서 책에 나온 한 실험에 따르면 스트레스를 받은 상황 직후가 평소보다 상대를 더 신뢰했다는 결과도 있었다. 스트레스가 우리의 생존과도 관련돼 있기 때문에 서로를 더 가깝게 연결시키는 물질을 내보내는 거다. 인체의 신비란!      


책에 나온 바로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건 한편으로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보통 목적이 있으면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바쁘면 행복하고, 은퇴 후 우울증이 찾아오는 현상이 그 예이다. 생활 속 스트레스 원인이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는 가장 큰 원천과 일치할 때 스트레스는 행복에도 기여한다고 한다.


스트레스를 오히려 힘으로 만드는 비법!

그렇다면,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어떻게 긍정적으로 전환을 하는지 궁금할 것이다. 스탠퍼드대학교의 심리학자인 제프리 코헨과 데이비드 셔먼은 가치관에 대한 글쓰기를 추천한다.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관에 대해서 왜 그러한지 이유를 쓰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상기하면, 스트레스 경험에 대한 사고방식과 그 대처 능력을 변화시키는 힘이 생긴다고 한다. 가치관을 상기하면 이 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고 자신감이 스트레스를 긍정적으로 전환한다. 


당신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3가지 가치는?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3개를 골라보라는데,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모두 다 중요해서 망설여졌다. 나는 결국 사랑, 자유, 도전을 골랐다. 이제 스트레스 상황이 올 때마다 나는 내 몸을 해치는 대신 이 소중한 가치를 떠올리며 큰 그림을 그릴 것이다. 책에는 가치관 문구를 새긴 팔찌를 차고 다니거나 포스트잇에 써서 잘 보이는 곳에 붙여 놓으라는 깨알 조언도 있었으니 실천해볼 법하다.


이밖에도 책에 나온 스트레스 반응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스트레스 사용법’을 몇 가지 소개하자면,     


<스트레스 사용법>

1. 긴장감을 흥분으로 바꾼다.
     “긴장하지 마, 제발 떨지 마.” - 나쁜 예
     “좀 들떠있네. 내 몸이 수행 능력에 도움을 주려는 거야.” - 좋은 예     

2. 위협을 도전으로 바꾼다.
     “중요한 문제군, 집중력을 더 발휘해야지.”     

3. 위압감을 희망으로 바꾼다.
   위압감이 느껴질 땐 남을 도와주자!
   용기와 희망, 유대감이 생긴다.

4. 자기중심적 목표를 공익적 목표로 바꾼다.
   “나의 공익적 목표는 무엇일까?”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이러한 ‘스트레스 사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스트레스가 찾아오면 “으악! 이놈의 스트레스!”를 외치게 될 확률이 높다. 몇십 년간 '적'이라 믿어왔던 녀석을 한 순간에 '아군'이라 생각하기는 쉽지 않을 터이니. 하지만 책 속 40페이지에 달하는 참고문헌과 연구결과는 ‘너의 건강을 위해 어서 그 편견에서 벗어나렴’이라고 말하고 있다.


책에 나온 내용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구절로 서평을 마무리하며, 서평 스트레스를  '도전 반응'으로 바꾸고자 한다.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도전에는
어두운 밤들이 계속해서 따라올 것이다.
<스트레스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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