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서평맛집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밥 May 06. 2019

회사에 월급 루팡이 많은 이유

그들에게도 이유는 있다


보람찬 루팡의 하루   

오늘도 남들보다 느지막이 출근한 루팡 씨. 컴퓨터에는 여느 때처럼 업무용 창과 심심풀이용 유튜브 창을 동시에 띄워놓고 여유롭게 일을 시작한다. 멀티테스커의 정석답게 때론 인터넷 쇼핑몰 화면까지 3 중창을 오가는 그의 바쁜 횡보. 다른 직원보다 일 처리 속도가 3배 이상 느린 이유다. 얼마나 일을 했을까, 돌연 그가 사라졌다! 걱정할 것 없다, 휴게실에 가면 언제나 안마를 즐기는 그를 발견할 수 있으니. CEO가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마련한 안마의자지만 다른 직원들은 거의 앉아본 적이 없다. 늘 루팡이 그 자리에 있기에, 그리고 루팡이 못한 일까지 처리해야 하기에. 이처럼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회사 안에서도 일어난다. 일을 못하는 사람에겐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일이 안 간다. 일을 빠릿빠릿하게 잘하는 사람에겐 일이 계속해서 쌓인다. 시계를 보니 퇴근 시간이 다가온다. 루팡은 어제 미뤄둔 오늘 일을 내일로 다시 미루고, 회사의 인스턴트커피와 사무용품을 챙기며 소확‘횡’을 즐긴다. 루팡은 오늘도 보람찬 하루를 보냈다. 이렇게 회사를 ‘다니기’만 해도 통장에는 매달 귀여운 월급이 쌓이니까! CEO는 이런 루팡의 존재를 모르는 걸까, 아니면 아는 데도 모른 척하는 걸까. 직원들의 불만은 점점 쌓여간다. 열심히 성과를 내나, 놀고먹는 루팡이나 월급을 받는 건 똑같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복수라도 해야겠다. 나의 능력치를 최대한 발휘하지 않으리라!     


이렇게 월급루팡이 +1 되었습니다


이것은 내가 예전에 다녔던 모회사의 풍경이다. 나는 이런 인물이 우리 회사에서만 존재하는 특별한 경우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주변 지인들에게 들은 바로는 정도만 달랐지, 타인에게 묻어가며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일명 ‘월급루팡’은 거의 모든 회사에 있었다. 월급루팡은 직원들의 미움을 샀다. 무책임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에 대부분이 싫어했다. 그에겐 '뻔뻔한 무능력자'라는 타이틀이 붙었고, 그 타이틀은 그에게 일할 동기를 더욱 빼앗아갔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을 읽고 새로운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그가 월급루팡이 된 것은 사실 그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회사의 멍청한, 혹은 부재한 조직문화의 문제였고, 플레이어에게 무조건 책임을 돌리는 ‘과실 편향성’(잘못된 결과를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하는 일)이 자초한 일이었다. CEO들은 회사를 ‘월급루팡 양성소’로 만들 계획이 아니라면, 플레이어가 아닌 게임판을 바꿔야 한다.     


닐 도쉬, 린지 맥그리거의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는 애플, 스타벅스, 사우스웨스트와 같이 잘 나가는 기업의 조직문화를 예로 들며 그 중요성을 설파한다. 그 비밀은 기승전 ‘총 동기’다. 모든 기업의 목적은 성과를 높이는 것일 게다. 그러려면 기업을 이루고 있는 구성원들에게 반드시 일을 하고자 하는 동기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왜 이 일을 하는 가’에 대한 대답이 바로 총 동기를 이루는 요소들이다.      


씽큐베이션 6번째 책!


요요 없는 다이어트의 비밀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어떤 동기느냐에 따라 그 성과의 지속 여부는 달랐다. 책에 나온 다이어트 예시가 참 공감이 갔다. 다이어트에 도전하는 A와 B가 있다. 기간 내에 감량을 성공하면 보상으로 돈을 준다고 했다. 두 사람 다 목표 체중을 감량을 해 돈을 받았다. 하지만 오로지 돈이 목적이었던 A는 보상을 받은 후 얼마 못가 다시 살이 쪘다. 반면, 이번 기회에 돈도 벌고 자신의 건강을 되찾겠다는 동기가 함께 있었던 B는 보상을 받은 후에도 체중을 유지했다고 한다. 이처럼 ‘보상 때문에 생긴 동기'는 목표 달성이 이뤄지면 증발해버린다. 많은 회사가 직원의 사기를 올리기 위해 활용하는 ‘인센티브 제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잠깐의 성과는 나타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오히려 역효과였다. 목적이 ‘인센티브를 받기 위함’이 되는 순간, 일의 즐거움과 의미, 성장욕구는 사라지고 정서적 경제적 압박감, 타성에 빠지기 때문이다.

      

책에 나오는 ‘우리가 일하는 이유’ 즉 모티브 스펙트럼의 총합이 바로 ‘총 동기’다. 총 동기가 높아야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골자다. 그러면서 총 동기를 계산하는 방법, 높이는 방법, 올바르고 생산적인 조직문화를 만드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기업의 대표는 물론, 조직의 리더나 리더를 꿈꾸는 이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들이다.      


먼저 그토록 중요하다는 ‘총 동기’를 알아보자. 총 동기는 높을수록 좋은 '직접 동기' 3가지와 낮을수록 좋은 '간접 동기' 3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높을수록 좋은 직접 동기>
* 즐거움- 일 자체에서 오는 부분
* 의미- 결과의 가치. 내가 얼마나 남(고객)을 이롭게 했는가 
* 성장- 더 큰 그림을 위한 과정

3가지 직접 동기의 영향력 크기: 즐거움> 의미> 성장     


<낮을수록 좋은 간접 동기>
* 정서적 압박감- 남들도 하니까, 상사의 지시, 왠지 안 하면 안 될 거 같아서
* 경제적 압박감- 돈 때문에, 보너스 받으려고
* 타성- 그동안 해왔으니까 그냥 다닌다

3가지 간접 동기의 영향력 크기: 타성> 경제적 압박감> 정서적 압박감 


직접적 동기 + (-간접적 동기) = 총 동기 지수     


책에는 직접 동기와 간접 동기 각각에 그 영향력에 따라 점수를 부여해 총 동기 지수를 구하는 방법이 나와 있다. 실제로 사우스웨스트 항공사, 애플, 스타벅스의 총 동기 지수는 경쟁사들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그렇다면, 총 동기 지수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책에 나오는 전술적 성과와 적응적 성과의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전술적 성과'는 계획을 잘 따르고 실천하는 능력 즉, 생산성, 효율성, 그를 위한 통제를 뜻한다. '적응적 성과'는 계획에서 벗어날 수 있는 능력으로 변동성, 불확실성, 복잡성, 모호성에 대한 대처능력을 뜻한다. 책에서는 많은 기업들이 전술적 성과를 위한 시스템만 구축하는 바람에 조직문화를 망친다고 지적한다. 이로 인한 부작용 중 가장 공감이 가면서 놀라웠던 내용은 ‘코브라 효과’다.


회사 안에서 독사를 키우고 있다!

한 때 인도에 독사인 코브라가 너무 많아 ‘코브라 사냥 보상법’이 생겼다고 한다. 코브라를 사냥해 사체를 가져오면 보상으로 돈을 준다는 것이다. 열심히 코브라를 잡는 사람들 덕에 코브라 수가 좀 줄어드는가 했더니 생각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코브라를 키우는 농장들이 생겨난 것이다. 일부러 코브라 개체수를 늘려 판매해 돈을 버는 거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나쁜 쪽으로는 머리가 참 잘 돌아간다.) 부작용을 깨달은 정부는 코브라 사냥 보상법을 없앴고, 곧 농장에 팔던 코브라 가격이 떨어졌다. 목적을 잃은 농장주는 코브라를 길에 다 풀어버렸다. 결국 코브라는 더 많아졌다는 슬픈 사연! 

이러한 일은 회사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결과에만 치중하다 보니 과정은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처리하거나, 범법행위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전술적 성과 목표가 주어지면,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자신이 유능하게 보일까'에만 신경을 쓴다는 것이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적응적 성과 목표를 가질 때 비로소 사람들은 실제로 능력과 유능함을 갖춘다고 한다.


그래서 ‘적응적 성과’를 높여 총 동기 지수를 올려야 한다. 전술적 성과와 높은 적응성이 균형을 이루는, 음과 양이 조화로운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해법이다. 조직에 속한 개개인은 자신의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 즐거움 동기가 사라져선 안된다. 업무 방식에 다양한 실험을 해볼 자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인간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일의 한 부분에 참여해선 즐거움을 느낄 수 없다. 일의 처음부터 끝까지 관여해야 하고(적어도 알기라도) 그리고 그 결과물을 확인해야 성취감도 생긴다. 책에 따르면 지구 상에서 ‘흰개미’의 개체수가 가장 많다고 한다. 가장 지능이 높거나 강한 개체라서 살아남는 게 아니라, 잘 적응하고 조정하는 능력을 갖춘 종이기 때문이다. 

     

의 사다리를 놓아주세요

저자는 개개인이 잘 적응하고 발전하려면 단 하나의 좁은 문에 직원들을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직원들이 오를 수 있는 다양한 경력 사다리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통의 기업 조직체계는 인사고과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사람이 승진을 하고, 승진 사다리의 끝은 관리직이다. 그리고 관리직은 실무자보다 임금이 훨씬 높다. 그런데 이러한 방식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 경영관리 사다리 : 지도하는 일에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
* 전문가 사다리 : 전문성, 지식개발에 관심이 깊은 사람
* 고객 전문 사다리 : 세일즈와 서비스 마케팅이 맞는 사람     


정말 새로운 발상 아닌가! 나는 그동안 경력이 오래되고 일을 잘하면 승진을 하고, 그러다가 관리직이 되어야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믿어왔다. 하지만 이렇게 개인의 특성에 맞는 '맞춤설계 경력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다면, 그리고 임금제도도 그에 맞게 평등하게 조정한다면 훨씬 더 총 동기 지수를 높여 기업의 성과 역시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를 방송작가에 대입해보자. 현재의 인력구조는 자료 서치와 섭외를 위주로 하는 막내작가 - 구성을 하고 일부 글을 쓰는 서브작가 - 글을 쓰고 후배를 관리하는 메인작가가 있다. 보통 경력이 지날수록 후자로 가게 되고 임금도 오른다. 저자의 방식대로라면, 자료조사와 섭외에 능한 사다리, 글을 잘  쓰는 사다리, 관리를 잘하는 사다리 등으로 나눠 각각 그 분야에 잘 맞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고 능력에 따라 임금을 주면 되는 것이다. 실제로 경력은 적어도 글을 기가 막히게 잘 쓰는 막내작가가 있고, 글은 잘 써도 후배관리가 엉망진창인 메인작가도 있다. 오로지 사다리는 하나뿐이라고 생각했던 건 그야말로 고정관념이었다.     


이 외에도 책에는 효과적인 공동체의 인원수를 150명, 50명, 15명, 5명으로 구분해 업무의 효율을 높이는 방법, 리더의 유형에 따라 달라지는 총 동기 지수 등 조직문화를 통해 성과를 높이는 다양한 방법들을 소개한다. 그리고 이러한 조직문화를 만들고 유지하는 일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따로 이를 관리하는 부서를 규모 있게 만들고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맞는 말이다. 조직문화는 일하는 즐거움은 물론, 높은 성과와도 깊은 관련이 있는 만큼 HR 부서의 중요성은 지금보다 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궁금해졌다. 과연 우리나라에 이처럼 이상적인 조직문화를 갖춘 기업이 존재는 할까? 아니면 노력들이라도 하고 있을까? CEO들은 정녕 이 책을 아무도 안 읽어본 것인가? 아직도 대표는 인센티브를 주면 직원들이 충성을 다할 것이라고 믿는가? 그 단순하고 순진한 믿음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결코 원하는 성과를 낼 수 없을 것이며, 모든 기업이 꿈꾸는 일류 100년 기업은 그저 신기루로 남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리더라면, 조직문화를 담당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 한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읽어봐도 좋다. 우리 회사가 왜 이 모양인가를 깨닫는 통찰을 얻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를 돌아보게 될 것이다.



* 함께 생각해볼 문제
Q. 내가 몸담았던 공동체(기업)의 조직문화 중 ‘이런 점이 정말 좋았다!’ 하는 부분이 있다면 함께 나누어보아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