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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밥 May 17. 2019

2045년까지 버티면 우리에게 생기는 일

이 글은 '성지글'이 됩니다

  

그야말로 꿀 조합이다!

 '뇌섹남' 이동진 평론가와 '지대넓얕'의 채사장, 그리고 최근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뇌과학' 분야 전문가 정재승 박사, 거기에 20대 때 줄기차게 드나들던 홍대 라이브클럽에서 만났던 '우주히피'까지! 

한 달 전, 나는 망설임 없이 결제 버튼을 눌렀고 드디어 어제, 경기도 문화의 전당에서 열린 토크콘서트 <랑데북>에 다녀왔다. 


<랑데북>은 1년에 4회 진행된다고 하니 다음 기회도 노려볼만 하다


우주히피의 폭탄 머리는 여전했다. 낡은 통기타를 퉁기며 그보다 더 낡은 얼굴로 노래를 시작한 우주히피. 음색이 넓어서 다른 악기가 필요 없다. 마음이 점점 평화로워지다 못해 ‘이러다 잠들겠는데?’ 하는 찰나, 3곡이 모두 끝나고 토크의 주인공들이 무대에 올랐다.       


토론 주제는 AI

 



자, 지금부터 영양제를 챙겨라!

나는 곧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된다. 2045년이 되면 인간이 영원히 죽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거다! 즉, 우리가 죽음을 맞이하는 마지막 세대이거나, 죽지 않는 첫 번째 세대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 무당의 예언이 아니다. 30년간 미래예측 86%를 적중한 MIT 출신 과학자이자 구글 엔지니어링 이사인, 레이 커즈와일의 말이다.


요즘 ‘특이점이 온 000’ 식의 표현을 많이 들어봤는데 정확한 뜻은 몰랐다. 그런데 이 말의 원조가 바로 레이 커즈와일 아닐까. 2005년 출간한 그의 저서 <특이점이 온다>가 토크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저자가 말하는 특이점은 거칠게 말해, 인공지능 기술이 인간을 뛰어넘어 새로운 문명을 낳는 시점을 뜻한다. 그렇게 되면 인간은 영원히 살 수 있게 되는데 그게 바로 2045년이라는 거다.


그래서 저자는 현재 영생을 누리기 위해 현재 하루에 100알 넘는 각종 영양제를 챙겨 먹고 있단다! 여기서 잠깐, 채사장이 알려준 꿀팁을 전하자면, 장수를 위해 저자가 추천한 영양제는... 

'코엔자임 Q10, 비타민D, 멀티비타민'이라고!  


AI의 정의를 시작으로 채사장과 정재승 박사의 열띤 토론이 시작됐다. 채사장은 레이 커즈와일의 주장을 지지하는 쪽에 가까웠고, 정박사는 그 반대였다. 얼마나 토론이 뜨거웠냐면, 진행자인  ‘프로 말빨러’ 이동진 평론가가 끼어들 틈이 없었다. 넓고 얕은 지식의 대명사 채사장이 뇌과학자의 깊고 좁은 지식(?)에는 살짝 눌리는 모양새였다. 나중에 채사장은 ‘특이점이 온 듯' 멍해지기도 했다.      


나는 네가 어젯밤에 한 일을 알고 있다

최근 내가 읽었던 ‘스트레스의 힘’, ‘습관의 힘’과 같은 책들은 모두 뇌와 인간의 행동에 대한 내용이다. 인간이 반복행동을 할 때마다 뇌의 구조가 변한다는 것이 핵심인데, 이를 뒷받침하듯 정재승 박사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제가 채사장의 노트북을 분해해서 내부를 봐도 ‘야구 동영상’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알 수 없어요.
그런데 뇌는 열어보면 알 수 있어요. 컴퓨터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따로지만, 인간의 뇌는 함께 변화하죠. 그리고 ‘의식’이라는 또 다른 차원이 있습니다.”     


AI 기술이 발전하면 언젠가는 인간의 뇌를 그대로 스캔해서 로봇에게 이식하는 방식도 가능할지 모른다고 한다. 하지만 AI와 인간이 구별되는 지점이 있는데 그게 바로 ‘의식’이다. ‘의식’은 아직 인간이 풀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다. 때문에 AI에게 이식할 수도, 존재하는지도 우린 알 길이 없다는 것. AI는 자신의 존재를 인식할 수 없을뿐더러, 인간과 달리 감정이나 욕망이 없다. 알고리즘으로 설계된 이상 반드시 인풋이 있어야만 반응하는 구조다. 하지만 인간은 스스로 인풋을 한다. 돌아다니면서 탐색하고 자발적으로 학습한다. 호기심 때문이다. 정보를 수집해서 저장해놓았다가 각종 상황들에 대처한다. 이는 ‘생존본능’ 때문 아닐까.     


내가 감명 깊게 봤던 영화 Her(그녀)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스포 포함] AI와 사랑에 빠진 남자 주인공 테오도르. 하지만 그의 AI여친 사만다는 알고 보니 그녀의 재능을 살려(?) 수백 명의 사람과 연애를 하고 있었다. 인공지능이 참여하는 미래의 사랑에 지금과 같이 '단 한 사람만 사랑해야 한다'는 정의가 가능할지, 혹은 '재정의 되어야 하는 건 아닌지' 하는 흥미로운 주제였다. 그러면서 대화는 자연스럽게 AI를 두고 도덕적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느냐 없느냐로 넘어갔다.      


로봇 학대를 들어보셨나요?

얼마 전 미국 CNN은 '로봇 개를 걷어차는 건 잔인한 일인가?'라는 제목의 뉴스를 내보냈다고 한다. AI강아지 로봇의 성능을 실험하기 위해 발로 찼더니 로봇이 비틀거렸고, 이에 사람들이 안쓰러워했다는 것이다. 물론 감정과 고통을 느낄 수 없다는 걸 모두 알지만, 인간은 이처럼 뛰어난 공감능력을 가지고 있고, 그건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감정이 없다고 로봇을 괴롭힌다면, 그 괴롭히는 주체의 학대가 비단 로봇에서 끝날 일인지 모를 일이다.


나는 현재 한 IT기업의 사내방송을 맡고 있는데, 마침 이번 달 주제가 AI여서 조금 공부를 한 상태였다. 그 전에는 AI 하면 ‘알파고’ 정도나 들어봤을까. 하지만 방송을 준비하고, 이번 토크콘서트를 참관하면서 생각보다 정말 다양한 분야에 이미 상용화돼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계산대도, 키오스크도 없는 매장 ‘아마존 고’는 이미 AI 기술을 활용한 성공 사례로 유명하다. 이 매장에서는 물건을 살 때 앱을 켜고 체크인을 한 후, 상품을 자신의 가방에 담기만 하면 저절로 계산이 된다. ‘저스트 워크아웃 테크놀로지(Just Walk Out Technology)’라는 AI 기술을 적용한 건데 원리는 이렇다. 고객이 쇼핑하는 동안 자율주행 센서가 부착된 원형 카메라가 쇼핑객의 동선을 따라다닌다. 진열대의 상품을 집어 들거나 내려놓는 행위를 정확히 인식한다. 고객은 편리해서 좋고, 매장은 결제와 정산 관리를 위한 직원이 필요 없어 엄청난 비용절감을 거두었다고 한다. 

인공지능 분야 세계 시장규모는 2015년부터 매년 평균 60%에 가까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각종 산업에 응용이 가능해 빠른 속도로 우리 삶 속 깊이 파고들고 있다. 


정재승 박사는 레이 커즈와일이 특이점을 2045년이라고 특정한 부분에서 ‘사짜’ 냄새가 난다고 했지만, 이동진 평론가는 이 책이 나온 게 2005년이니 한 세대를 뜻하는 게 아닐까라는 현답을 했다. 지금도 과학기술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매년 과거 속도의 2배씩, 복리 방식으로 불어 가고 있다고 하니 가속도가 붙었다는 뜻이다. 특이점이 정말 올까?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나는 불로장생을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AI와 상생할 수 있는 어떠한 제도나 구조적 환경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하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변해선 안 될 가치를 지키려면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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