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족의 고군분투기
나는 누구보다 잠이 많다. 부끄럽지만 최소 9시간은 자야 만족스럽다. 특히 아침잠이 많은 편이라 매일 아침 몸을 일으키는 게 죽을 맛이었다. 그나마 방송작가를 할 때는 출퇴근 시간이 유동적이라 나았다. 출근 시간이 정해진 회사를 다닐 땐 아침마다 머리를 감으면서 ‘이렇게 까지 살아야 하나’ 비관했었다. 그런 내가 회사 출근이라는 강제성도 없는 지금, 자발적으로 기상시각을 3시간 앞당겼다. 그래 봤자 오전 8시지만, 나에게 기적 같은 일이다. 지금부터 그 기적을 가능케 한 ‘습관 고리’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나는 2주 전, 독서모임 씽큐베이션 멤버로부터 ‘66 챌린지’라는 온라인 모임에 대해 듣게 됐다. 좋은 습관을 66일 동안 실천하고 인증하는 것이다. 왜 하필 66일이냐? 영국 런던대학교의 한 연구에 따르면, 하나의 습관이 만들어지는데 약 66일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나는 SNS에 뺏기는 시간을 줄이고자 올해 초 인스타그램을 삭제했었다. 그런데 66 챌린지는 ‘SNS 활용의 좋은 예’였다. 인스타그램에 #66challenge를 검색해보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좋은 습관 만들기'에 참여하는지 놀랄 것이다. 나도 66 챌린지에 동참하고자 새 계정을 파고, 내가 만들고 싶은 습관을 프로필에 적었다. 나는 지금까지 큰 실패를 겪지 않은 편인데, 그 비결 중 하나는 (얍삽하지만) 목표를 작게 잡는 거다. 작은 성공으로 성취감을 느껴야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5월부터 실천하고 있던 ‘1일 1글 필사’와 ‘요가’를 빼먹지 않겠다는 의미로 66 챌린지 리스트에 넣었다.
마지막으로 정말 고민했던 건, 바로 '일찍 일어나기'. 사실, 몇 달 전 다니엘 핑크의 <언제 할 것인가>라는 책에서 올빼미족은 저녁시간에 집중력이 높다는 내용을 위안삼아 늦잠을 고수해 온 터였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점이 생겼다. 그러면 밤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하는데 밤에는 남편이 퇴근하고 돌아오기 때문에 수다를 떨고 놀고 싶은 유혹에 빠지는 것이다. 방법은 두 가지였다. 남편을 프리랜서로 바꾸거나 내가 일찍 일어나거나. 일 잘하고 있는 남편을 그만두게 할 수는 없는 노릇! 나의 기상 시각을 당기기로 했다.
첫날은 예상대로 욕을 하면서 일어났다. ‘아직 팔로워도 몇 없는데 지금이라도 리스트에서 뺄까?’ 갈등했다. 하지만 차분히 물 한잔을 마시고 8시를 가리키는 벽시계를 자랑스럽게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일면식도 없는 66 챌린지 동지들이 태그를 보고 찾아와 '좋아요'를 눌러줬다. 힘이 되고 뭔가 해낸 기분이었다. 하지만 한동안은 일찍 일어났는데도 불구하고 일찍 잠이 오지 않는 부작용에 시달렸다.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일을 며칠 반복하면서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찰스 두히그의 책 <습관의 힘>을 만났고, 나는 습관 굳히기에 들어갈 수 있었다. 책에는 개인, 기업, 사회로 나누어 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나쁜 습관을 좋은 습관으로 바꾸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있다.
‘쥐-초콜릿 찾기 실험’은 우리가 습관을 어떻게 갖게 되는지 잘 보여준다. 두 갈래 길 중 왼쪽에만 초콜릿을 놓고 문을 열어 쥐를 출발시킨다. 첫 시도에선 쥐가 초콜릿을 찾아가는 동안 뇌 속 기저핵(습관을 처리하는 부분)이 반짝거리며 활성화된다. 하지만 반복 실험으로 초콜릿이 왼쪽에 있다는 걸 학습한 쥐! 더 이상 기저핵이 활성화되지 않는다. 습관이 돼서 굳이 생각할 필요도 없이 왼쪽 길로 가는 ‘자동화’ 단계에 이른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뇌는 익숙해지면 일을 덜하도록 스스로 바뀌는 구조라고 한다. 한마디로 효율성 있는 뇌로 변하는 거다. 그러니까 습관은 자연스럽고 좋은 현상이다. 중요한 건 습관의 내용이다.
쥐 실험에서도 확인했듯 습관 고리가 작동하는 원리는 이렇다.
쥐에게는 미로의 문이 열리는 게 신호, 길을 가다가 왼쪽으로 꺾는 일이 반복행동, 초콜릿이 보상이다.
그렇다면 나도 벌떡 일어날 수 있도록 나만의 '습관 고리'를 만들어야 했다. 알람(신호)이 울리면 침대 위로 팔을 뻗어 암막커튼부터 젖혔다(반복행동 1). 아침부터 기계음으로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으므로 알람 소리는 Queen의 'I was born to love You'다.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빛에 미간을 찡그리며 음악을 잠시 감상하다가 휴대폰을 들고 쌀통 앞으로 간다. 쌀통 앞에 붙어있는 바코드를 찍어 알람을 끈다(반복행동 2). 바코드를 찍을 때까지 절대 알람이 꺼지지 않는 ‘알라미’라는 앱을 활용하고 있다. 그러고 베란다 창문을 열어 상추가 얼마나 자랐는지 관찰한다(반복행동 3). 초봄에 씨를 뿌린 상추가 꽤 자랐다. 쌈 싸 먹을 날이 하루만치 더 다가왔음에 감사한다. 이쯤 되면 잠이 깬다.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초록빛 작은 생명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나도 모르게 ‘오늘 하루도 알차게 살아야지’ 하는 마음가짐이 든다. 이런 행위들을 매일 아침 반복하고 있다. (보상)은 인스타의 좋아요에서 오는 '성취감'과 아침 요가 후 느끼는 ‘상쾌함’이다. 늦잠을 자면 얻을 수 없는 것들이다.
66 챌린지를 함께 하는 사람들의 피드를 가끔 들여다보면, 새벽 5시 기상, 매일 책 100페이지를 읽기, 영어단어 50개 외우기 등 나로서는 엄두가 안 나는 도전을 매일같이 하는 사람들도 많다. 나는 그런 글을 보며 나태해질 때마다 나 자신을 타이르고 다시 기운을 북돋곤 한다. 얼굴은 모르지만 '좋은 습관을 만든다'라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그건 정말 큰 힘이 된다.
좋은 습관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습관의 힘> 저자 역시 말한다.
동일한 신호와 동일한 보상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반복행동을 더해라.
변할 수 있다는 믿음을 유지하고,
도와줄 공동체와 함께하라!
나의 66 챌린지는 이 모든 걸 다 갖췄으니 성공할 것이 틀림없다(믿음).
책에는 개인의 습관뿐만이 아니라 기업의 습관에 대한 내용도 나온다. 키세스 초콜릿 포장지와 코카콜라캔을 만드는 세계적인 알루미늄 기업, '알코아'의 예시는 ‘핵심 습관의 힘’을 보여준다. 알코아가 뛰어난 성과를 거둘 수 있던 이유는 CEO 폴 오닐의 계획 때문이었다. 그 계획은 다름 아닌 ‘산재율 0’이라는, 주주 입장에선 다소 엉뚱해 보이는 목표였다. 산재율이 어떻게 기업의 흑자와 관계가 있을까 싶었는데, 연쇄작용 때문이었다.
(신호)는 부상이다. 노동자가 부상당하면 책임자가 보고하고, 예방하기 위한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반복 행동). (보상)은 이러한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승진이 주어진다. 이러한 습관 고리가 유지되려면 책임자들은 현장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 말단부터 최고경영자까지 유기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해 조직문화가 유연하게 바뀐다. '안전 습관'이 바뀌자 생산성 평가 방식이나 '생산 라인 멈출 자율권'이 실현되는 등 연쇄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자연스레 생산성도 높아진다. 습관의 나비효과라고 할까?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어렸을 때 피아노나 운동을 꾸준히 시키라고 추천한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나 운동선수 까진 못되더라도 '어떠한 노력을 꾸준히 한다는 것' 만으로 습관을 만들 때 꼭 필요한 재료인 ‘의지력’이 키워지기 때문이다. 나는 씽큐베이션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무슨 일이 있어도 일주일에 1권씩 책을 읽고 서평을 쓰고 있다. 이것은 나의 독서력뿐만 아니라 내가 하는 모든 분야에서의 '의지력 근육'을 탄탄하게 키워주고 있다. 이런 기회를 만들어준 씽큐베이션과의 인연이 참 소중하다.
*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
Q. 나쁜 습관을 고치고 싶은데 방해하는 요소들은 어떤 게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