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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밥 May 27. 2019

이런 요망한 사람들

예, 저를 포함해서요

혹시 아무도 모르고 있는 
나의 이중성을 들키는 건 아닐까?

이 책을 읽고 인터넷 검색을 하는 일이 조심스러워졌다. 구글은 '대나무 숲'이었고, 고해성사를 받는 사제였다. 익명이라는 안심 속에 사람들은 저마다의 말 못 할 고민과 궁금증을 ‘작은 네모’ 안에 토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씽큐베이션 9번째 추천 책


‘구글 트렌드’를 연구한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 위츠는, 그의 저서 <모두 거짓말을 한다>에서 데이터로 꿰뚫어 본 사람들의 거짓말들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구글이 수집한 빅데이터에 따르면 우리는 모두 가면을 쓴 요망한 츤데레였다. 설문조사로 집계된 통계와 달리 실제로 팔린 콘돔의 개수는 훨씬 적었고(성관계 횟수 부풀리기), 인종주의를 혐오한다고 하면서도 오바마가 당선된 날 '깜둥이'라는 단어 검색 빈도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리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비난했던 트럼프는 보란 듯이 당선됐다.


말이 아닌 행동이 진짜다

‘말보다 행동을 봐라’는 말은 남자 때문에 고민하는 여성 동지들에게 내가 자주 하던 조언이었다. 그런데 연애에만 통용하는 말이 아니었다. 책에 인상 깊은 사례가 있었다. 예전에는 페이스북에서 스크롤만 하면 지금처럼 친구들이 올린 모든 글을 볼 수 없었다고 한다. 즉, ‘뉴스피드’라는 공간이 없어 친구들이 무엇을 하는지 보려면 일일이 프로필을 눌러야 했다. 페이스북이 뉴스피드 기능을 처음 업데이트할 때 대다수의 사람들이 반대했고, 심지어 반대 운동까지 했다고 한다. 이유는 사생활을 침해하고 스토커 같다는 거다. 하지만 많은 사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뉴스피드 기능이 정착된 건, 사람들의 언행불일치 때문이었다. 말이나 설문조사에서는 싫다고 하면서 막상 기능을 업데이트 하자 페이스북에 체류하는 시간이 훨씬 길어졌다는 거다.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싶어 하는 강한 욕구가 거짓말을 낳았을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인간의 본능이기도 하다. 


꼭 구글로 파악한 빅데이터가 아니더라도, 말과 실제의 괴리는 우리 주변에서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 책 속에 나온 몇 가지 예시를 보면 그야말로 웃프다.

말 : 친구들을 스토킹 하고 싶지 않다.     
실제 : 친구들의 근황을 보고 평가하는 거 핵잼!    
결과 : 페이스북 창립자 마크 저커버그의 자산가치는 552억 달러다!     
말: 신체 결박, 가학 피학증에 전혀 관심이 없다.     
실제: 젊은 대학원생과 거물 기업가의 가학적 성행위가 궁금하다.     
결과: <그레이의 59가지 그림자>는 1억 2,500만 부 팔렸다!     


재미있는 점은 똑같이 익명으로 진행하는 전통적인 설문조사에선 '구글 검색'과는 달리 사람들이 거짓말을 많이 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구글은 ‘알고 싶은 정보를 알려준다’라는 보상(유인)이 있지만 설문조사는 그렇지 않다. 즉, 정직해야 한다는 동기가 굳이 작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솔직했더니 생기는 일

'검색을 통해 질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동기는 사람들을 솔직하게 만들었고, 사람들의 이러한 생각들은 구글이라는 깔때기를 여과 없이 통과해 데이터로 모아졌다. 저자는 이 엄청난 양의 빅데이터를 통해 우리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 3가지를 제시한다. 


1) 불안해하고 당혹스러운 행동을 하는 게 나 혼자만은 아니라는 걸 알고 안도할 수 있다. - 사람들은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할 고민이 있다. 저자에 따르면 특히 성 정체성과 부부 관계에 대한 고민이 구글 검색에 주를 이룬다고 한다.


2)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민감하게 알아차릴 수 있다. - 가령 국가의 공식적인 집계와는 달리, ‘아빠가 나를 때려요’와 같은 검색어가 증가한다면 누군가의 아동학대 사례를 의심할 수 있다. ‘자가 낙태를 하는 방법’에 대한 검색어 빈도수가 증가하는 지역은 여성 인권 문제를 진단해 볼 수 있다. 


3) 문제에서 해답으로 이끌어준다. - 독감 증상, 근육통 같은 검색어의 빈도가 증가하면 어김없이 그 지역에는 독감 환자가 많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미리 전파 경로를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구글 검색이 귀중한 이유는 데이터가 많아서가 아니다. 어디서도 듣지 못할 사람들의 솔직한 생각이 담겨있기 때문일 터. 이러한 정제되지 않은 솔직한 빅데이터를 잘 활용한다면 개인은 인간관계에 있어, 기업들은 이윤 증대에, 국가는 우리 사회에 진짜 필요한 제도를 만드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우리의 진심은 지금도 실시간으로 빅데이터로 수집되고 있다.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온 세상이 실험실’로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개개인이 불편한 진실을 꼭 마주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진실이 우리 삶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라면 환영할 일이다. 그리고 저자는 그러한 세상을 꿈꾸며 이 책을 쓴 건 아닐까.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
Q. 전통적인 설문조사 방법에서 오류(거짓말)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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