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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밥 Aug 30. 2019

어느 관심종자의 고백

유레카! 내가 관심종자였다니


나는 글을 써서 밥벌이를 한다. 매일같이 진수성찬은 못 먹어도 13년 동안 차곡차곡 모아 온 적금통장이 몇 개 된다.(돈이 많다고는 안 했다) 결혼할 때는 부모님께 손을 벌리지 않았다. 성인이 되고 내 앞가림은 해온 것이다.


그렇다고 방송작가 일이 마냥 즐겁기만 했던 건 아니다. 잦은 밤샘 일로 건강이 나빠지고, 30시간 가까이 망부석처럼 노트북 앞을 지키고 있을 땐, 이 일을 시작한 과거의 나를 기필코 찾아내 등짝을 후려치고 싶었다.


나는 어쩌다가 글 쓰는 사람이 됐을까


사실 국어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그러려면 교육대학원을 가야 했는데 교수님은 내게 국어국문학과가 주전공이 아닌 복수전공이라 입학이 불리할 거라고 했다. 엄청난 학비를 감당할 자신도 없었다. 예나 지금이나 ‘아니다’ 싶으면 나는 포기가 빨랐다.


글과 관련된 일을 찾다가 우연히 ‘출판 편집자’라는 일을 발견했다. 바로 ‘출판 아카데미’에 등록했다. 그런데 출판 편집자의 이런저런 일을 배우면서 이상하게도 흥미가 떨어졌다. 얼마 후 나는 그 이유를 깨달았다. 20년 넘게 출판 편집자로 뛰고 있다는 강사님의 말을 듣고 나는 아카데미를 그만뒀다.


“여러분이 잘 생각해보셔야 할 게, ‘출판 편집자’는 작가를 돋보이게 해주는 직업이지 본인이 빛나는 일이 아니에요. 본인이 주목받고 싶으면 ‘작가’를 하세요.”


둘 다 가치 있는 일이지만 나는 뭣도 없는 주제에 내가 돋보이고 싶었다. 유레카! 20년 넘게 내 속에 숨어있던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하다니. 나는 어려서부터 내향적인 성격이었다. 대중 앞에 서면 얼굴이 화끈대고 속이 울렁거릴 정도였다. 그런 나에게 ‘관심종자’ 기질이 숨어있었다니, 예상치 못한 사건이었다.


순수 창작은 자신이 없었고 ‘먹고사니즘’은 해결해야겠다고 찾다보니 택한 일이 ‘방송작가’였다. 방송계 역시 ‘방송아카데미’라는 교육기관이 있었는데 그곳에선 배우는 일이 즐거웠다. 내가 쓴 구성안을 강사님께 인정받자 뛸 듯 기뻤다. 2007년, 그렇게 관심종자는  막내작가라는 극한직업에 뛰어들었고 어쩌다 보니 지금까지 흘러왔다. 나 자신도 몰랐던 적성을 우연히 발견했고, 버티고 즐기다 보니 업이  것이다.


이제 특별한 사람만 작가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꿈을 품고 실력을 갈고닦은 끝에 작가가 되기도 하지만 나처럼 우연찮게 직업으로 삼고 실력을 쌓아가는 경우도 있다. 온라인 글쓰기 플랫폼이 잘 마련돼 있는 요즘은 누구나 쉽게 글쓰기를 시작하고 작가에 도전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글쓰기는 나를 시원하게 드러내는 일이다. 내 속에 깊숙이 가라앉은 앙금을 막대로 휘저어 풀어헤치고 이리저리 조합하는 일이다. 주목받고 싶고, 내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건 인간의 표현 본능이다. 누구나 크든 든 관종 기질이 있다고 본다. 그 말은 곧 누구나 글쓰기를 즐길 수 있다는 뜻이다. 스스로에게 솔직히 물어보자. 당신만 고유한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지 않은가?







Q. 당신은 ‘관심 종자’ 인가요?




다음 매거진 글은 'dahl' 작가님의 <나의 뮤즈, 나의 구원자>입니다. 무궁무진한 글감을 선물해준다는 dahl작가님의 뮤즈가 누구인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내일 오전 11시에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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