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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밥 Sep 13. 2019

카페에서 글 쓰세요?

글 잘 써지는 공간은 따로 있다


사실 글쓰기보다 글 쓰려고 마음먹고 앉는 게 힘들다. 일단 앉으면 반은 성공이다. 원고를 꼭 사무실에서 써야 할 때 빼고 카페를 찾는다. 한 번에 완벽한 장소를 찾기는 쉽지 않다. 어떤 곳은 지나치게 시끄럽고, 어떤 곳은 와이파이가 뚝뚝 끊긴다. 또 어떤 곳에선 에어컨 바람에 오들오들 떨다가 결국 옷을 사 입으러 나간 적도 있다(는 핑계다.)


나는 홍대 근처 ‘빨간책방’이라는 카페에 자주 갔다. 내가 즐겨 듣는 북 팟캐스트를 녹음하는 곳이기도 했다. 2층 창가에 붙은 '바' 자리에 앉는다. 노트북을 세팅하고 블라인드를 열어 시야를 확보한다. 여름엔 초록으로, 가을엔 노랑으로 물든 은행나무가 내 눈을 정화했다. 적당히 식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 글을 쓰기 시작한다. 음악도 중요하다. 가사가 들리는 대중가요는 곤란하다. 들어는 봤지만 따라 부를 수 없는 팝이 적당했다. 실내 온도도, 신경을 거스르지 않을 정도의 소음도, 모든 게 완벽한 그곳은 아쉽게도 지금 사라지고 없다.


글을 자주 쓴다면, 그러고 싶다면 내 방을 카페로 꾸미는 게 최고다. 귀찮아도 방을 한 번 뒤집는 게 필요하다. 창문이 크고 볕이 잘 들어오면 유리하다. 현대인은 실내에 오래 있어 여러모로 빛 보기가 힘들다. 책상 앞에 앉아 간접광이라도 봐야 밤에 숙면을 취할 수 있다. 그래야 낮 동안 생산성이 오른다. 나는 책상을 창문과 마주 보게 배치했다. 창가와 책상 위에는 싱그러운 열대식물을 놓았다. 주변에 식물이 많으면 뇌가 편안해져 주의집중에 좋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의자에 가장 힘을 줬다. 제 아무리 인체공학적이라도 못생긴 의자는 정이 안 간다. 클래식하면서도 귀여운 맛을 지닌 가죽의자를 하나 샀다. 제법 값이 나갔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귀여운 가죽의자는 어서 앉으라고 제 몸을 기꺼이 내어준다. 그저 커피 한잔 내려 자리에 앉으면 된다. 애써 시간과 돈 들여 카페까지 갈 필요가 없다.


음악은 ‘로파이(Lo-fi)’로 듣는다. 아는 분의 추천으로 몇 번 들었다가 나의 ‘글쓰기 전용 BGM’으로 자리 잡았다. LP판을 틀어놓은 듯 잡음이 섞여 아날로그 한 맛이 난다. 음질이 거칠고 심지어 튀기도 한다. 희한하게 마음이 편안해진다. 카페에서 느끼는 ‘백색소음’과 비슷한 효과다. 집중이 잘돼 글이 잘 풀린다. 나만의 글쓰기 전용 음악을 찾는 것은 중요하다. 음악을 켜는 순간 채찍을 든 뇌가 명령한다. '어서 글을 쓰란 말이야 게으른 주인아!' 단, 글쓰기 전용 음악은 아껴듣자. 글 쓸 때만 들어야 효과가 더 좋다.





Q. 당신의 글쓰기 리추얼은 무엇인가요?   



<참고>
* 정적 상태보다 백색소음을 들을 때 집중력은 47.7%, 기억력은 9.6% 향상되며, 스트레스는 27.1% 감소한다.
- 한국산업심리학회(2014)-

* 로파이[Lo-fi] : 저음질을 뜻하는 음향 용어이자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던 음악 장르. 저가의 녹음 장비를 이용하며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사운드가 특징이다.
- 두산백과 -

* 로파이 음악 추천 유튜브 채널(구독자 358만 명) : Chilledc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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