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쓸수록 늘까? 반만 맞는 이야기다. 기본을 갖출 정도의 실력까지는 글쓰기 양과 비례해 실력이 는다. 표현이 매끄러워지고 쓰는 속도도 빨라진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글쓰기 실력이 기본을 넘겼다면 무작정 양으로만 밀어붙일 게 아니라 작전을 세우고 ‘효율’을 높여야 한다. 나는 그 방법으로 필사를 택했다. 6개월 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타인의 글을 필사하고 있는데 좋은 점이 꽤 많다.
첫째, 다양한 표현을 배울 수 있다. 아름다운 문체로 유명한 김훈 작가님의 에세이 <자전거 여행> 한 대목을 보자.
마암분교 아이들 머리 뒤통수 가마에서는 햇볕 냄새가 난다. 흙 향기도 난다. 아이들은 햇볕 속에서 놀고 햇볕 속에서 자란다. 이 아이들을 끌어안아보면, 아이들의 팔다리에 힘이 가득 차 있고 아이들의 머리카락 속에서는 고소하고 비릿한 냄새가 난다.
마치 조무래기들이 내 앞에서 뛰놀고 있는 듯하다. 나는 죽기 전에 이토록 생생한 표현을 한 번 써볼 수 있을까? 아무래도 내 머릿속을 맴도는 표현으로는 한계가 있다. 멋진 문장은 따로 채집하여 노트나 컴퓨터에 기록하고 기억하자.
둘째, 필사할 문장을 찾아야 하니 어쩔 도리 없이 책을 읽는다. 독서의 장점은 굳이 설명해서 무엇할까.
셋째, 단순히 따라 쓰기만 하는 게 아니라 나의 느낌과 평가를 덧붙이면서 사색을 즐길 수 있다. 나는 주로 잠자기 전에 필사를 하는데 하루를 보람차게 마무리하는 기분이다.
넷째, 다양한 관점을 나눌 수 있다. 필사를 혼자 했다면 꾸준히 못했을 거다. 여럿이 함께하는 게 좋다. 나는 남편과, 필사에 관심을 가진 친구 부부를 초대해 ‘필사 단톡방’을 만들었다. 지금도 매일 밤 네 사람이 필사한 내용을 사진으로 찍어 인증하고 있다. 함께 습관을 만들다 보니 책임감이 들어 꾸준히 실행하게 되고, 하루에 네 가지 글을 읽고 생각을 나눌 수 있어 더욱 좋다.
매일 필사를 하고 인스타그램에도 인증하고 있다
어떤 책을 필사하면 좋을까? 목적에 맞게 하면 된다. 다양한 표현을 배우고 싶다면 고전이나 문체가 좋다고 알려진 소설을, 글쓰기 스킬을 배우고 싶다면 글쓰기 관련 책을 필사하자. 나는 글쓰기 책과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을 택했다.
다음은 6개월 동안 내가 필사한 책이다. 전체 내용이 아닌, 읽으면서 감명 깊었던 부분을 따로 표시해두었다가 필사하곤 했다.
강원국 <강원국의 글쓰기>,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김정선 <동사의 맛>, 김영하 <여행의 이유>, 김훈 <연필로 쓰기>,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생각의 탄생>
Q. 나만의 필사 노트를 만들어 탐나는 문장을 따라 써 보는 건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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