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글은 엉덩이로 쓴다고 한다. 오랜 시간 자리에 붙어서 고민해야 하니 맞는 말이다. 하지만 표현이 잘못됐다. 엉덩이가 아닌 궁둥이가 무거워야 한다.
엉덩이 [엉ː덩이] [명사]
- 볼기의 윗부분.
궁둥이 [궁둥이] [명사]
- 볼기의 아랫부분. 앉으면 바닥에 닿는, 근육이 많은 부분이다.
- 옷에서 엉덩이의 아래가 닿는 부분.
국어사전에 따르면, 엉덩이는 허리 아래 불룩한 부분을, 궁둥이는 의자에 앉았을 때 닿는 면적을 뜻한다. 그렇다면 볼기란 정확히 무엇인가.
볼기 [볼ː기] [명사]
- 뒤쪽 허리 아래, 허벅다리 위의 양쪽으로 살이 불룩한 부분.
- 예전에 ‘태형’(笞刑)을 속되게 이르던 말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출처=스브스뉴스
볼기는 엉덩이+궁둥이쯤 되겠다. 갑자기 왜 ‘엉궁논란’이냐고 묻는다면 이유가 있다. 글쓰기는 단어로 시작한다. 단어를 잘 다루어야 괜찮은 글이 나온다. 어휘력을 키우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솔직히 나는 글 쓰는 사람 치고 그동안 책을 많이 읽은 편은 아니었다. 반성하는 차원에서 6개월 전부터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대신 부족한 어휘량을 국어사전으로 보충한다. 좀 더 상황에 꼭 맞는, 정확한 단어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지금도 ‘정확하다’와 ‘적확하다’의 차이를 찾아봤다. 정확하다가 조금 더 내 의도에 맞는 듯하다.) 굳이 벽돌 같은 국어사전을 옆에 펼쳐놓고 뒤지자는 뜻은 아니다. 고생스럽고 귀찮으면 누구나 안 하게 된다. 글을 쓸 때 인터넷에 검색창 하나 띄워두는 일은 어렵지 않다. 손가락만 까딱하면 ‘유의어’니, ‘관용구’니 다 나온다.
글을 쓰다가 조금이라도 찜찜하거나 의심이 들면 단어 뜻부터 검색하는 습관을 들이자. 글맛이 살아난다.
그런데 '2019년 상반기 표준국어대사전 수정 버전(9/18)'에 엉덩이의 뜻이 볼기의 윗부분과 아랫부분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확장됐다. 즉 이제부터는 진짜 엉덩이만 무거워도 된다.
[연습문제]
사전을 찾아본 어휘들을 기록해두는 '나만의 단어장'을 만들어 보세요!
다음 매거진 글은 'dahl' 작가님의 <샤워도 하지만 영감도 떠올리는 중입니다>입니다. 그 만나기 힘들다는 영감님을 매일같이 만난다는 달작가님의 이야기! 내일 오전 10시에 만나보세요~ 누구나 글을 쓰는 시대! 하지만 어떻게 글쓰기를 시작할지 막막하시다고요? <<매일 쓰다 보니 작가>> 매거진을 구독하세요. 꾸준하게 글을 쓰며 자신만의 무기를 다진 6명의 작가가 동기부여를 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