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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밥 Oct 04. 2019

33만 명이 읽은 서평의 비밀?!

책을 머릿속에 오래도록 남기는 방법


내가 사는 오산시 인구가 약 22만 명이다. 이보다 11만 명 더 많은 수가 내가 쓴 한 편의 글을 읽었고 지금도 읽고 있다. 어안이 벙벙하다. 나는 독서모임을 하고 있어 주기적으로 서평을 올리고 있는데 대체로 다른 글들보다 서평이 조회수가 높다. 33만 명이 읽은(정확히는 클릭한) 글은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의 저서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을 읽고 쓴 서평이다. 솔직히 책이 너무 어려워서 서평을 쓰기도 멋쩍었고 자신도 없었다. 왜 사람들은 이 서평에 많은 관심을 보였을까?


구체적인 사례는 항상 옳다

독후감이 책을 읽고 느낀 감정을 주로 쓴 글이라면, 서평은 책의 가치를 평하는 글이라고 배웠다. 독후감은 정서적이고 서평은 논리적이다. 논리적이기만 하면 딱딱하고 재미없기 쉽다. 나는 독후감과 서평 사이의 포지션으로 책을 읽은 소감을 썼다.


경제 전문용어로 범벅인 이 책을 어떻게 풀어야 하나 고민하다가 구체적인 사례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 책은 행동경제학의 역사를 자서전처럼 썼다. 연대기별로 저자가 어떤 실험과 연구를 했는지 나온다. 그중 재미있는 사례가 눈에 띄었다. 연회비라는 매몰비용(본전 생각) 때문에 ‘코스트코’를 자꾸만 찾게 되는 이야기가 무척 공감이 되면서 제목(+할 이야기)이 툭 튀어나왔다.


‘우리가 코스트코에 갈 수밖에 없는 이유’

-> 서평보기

코스트코는 사랑이라는 증거.jpg



코스트코에 한 번이라도 가본 사람이라면,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보고 싶지 않을까?


모으고 나누고 버리고

자 이제, 600장에 달하는 방대한 책을 2~3,000자의 글로 녹여내야 한다. 나는 책을 읽을 때 와 닿거나 기록해두고 싶은 내용은 밑줄을 치거나 인덱스 스티커로 표시를 해둔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수십 개의 테이프가 '만국기'처럼 펄럭인다.


인덱스테이프 사용의 좋은 예.jpg


테이프를 붙였던 부분은 전부 노트북에 타이핑한다. 전자책은 ‘복붙’을 하면 되니 좀 더 편리할 것이다. (난 아직 종이책 선호하는 옛날 사람) 그러면 꽤 많은 양의 텍스트가 모인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모인 텍스트를 훑어보며 짱구를 굴린다. 비슷한 성격의 내용끼리 묶는 작업이다.


예를 들어, 나는 소주제로 ‘희망소비자 가격은 누가 정했는가’와 ‘우리는 얼마나 어리석은가’를 잡았고, 그와 관련된 텍스트를 드래그해서 같은 성격끼리 한 단락으로 묶는다. 어울리는 내용끼리 분류하다 보면 양쪽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내용이 나온다. 미련 없이 지워버린다. 단락을 나눴으면 다음 단계는 같은 소주제로 묶인 텍스트에 내 생각을 곁들이는 작업이다. 인상적이었던 점과 아쉬운 점, 의문점, 비슷한 경험이 있다면 덧붙인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어떤 사람이 읽으면 좋을지와 그 이유를 쓴다. 서평을 쓰는 목적이기도 하다. 서평의 목적은 ‘책을 읽게 하거나, 못 읽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서평을 읽은 사람에게 ‘오~ 이 책 한 번 읽어보고 싶네요’라든가, ‘이 책은 저한테 필요 없겠네요.’라는 반응을 받으면 괜찮은 서평이다.


나는 보통 이런 방식으로 서평을 쓴다. 짧으면 3시간, 길면 5~6시간도 걸린다. 돈 되는 일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품을 들이는 이유가 뭘까? 공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1년이 지난 후, 그 책에 대해 조리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서평을 쓰지 않으면 거의 불가능하다. 나는 책에서 얻은 지식이 날아가기 전에 서평으로 꼭 붙잡아 맨다. 서평은 참 이로운 글이다. 지식을 뇌에 각인하고, 글쓰기 연습도 되며, 누군가 책을 고를 때 길잡이 역할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Q. 지금 읽고 있는 그 책! 다 읽고 서평을 써볼까요?






다음 매거진 글은 'dahl' 작가님의 <지극히 개인적인 글맥 참고서: 이론편>입니다. 치맥, 피맥보다 더 생산적이고 맛있다는 글맥의 정체는? 내일 오전 10시에 공개됩니다. 누구나 글을 쓰는 시대! 하지만 어떻게 글쓰기를 시작할지 막막하시다고요?  <<매일 쓰다 보니 작가>> 매거진을 구독하세요. 꾸준하게 글을 쓰며 자신만의 무기를 다진 6명의 작가가 동기부여를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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