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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밥 Oct 11. 2019

흑역사를 공개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

생각보다 쉬운 흑역사 극복 방법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하지만 세월이 흘러도 선명한 불쾌한 기억이 있다. 보통은 인간관계에서 온다. 믿었던 사람의 배신, 막말, 실망, 그로 인해 무너진 자존감 등(다들 떠올리고 있죠? 네 그거 흑역사 맞습니다!). 더욱 억울한 점은 보통 상처 준 놈은 모른다. 나 혼자 아프고, 부끄럽고, 상처를 입 밖에 꺼내기도 끔찍해 가슴속 밑바닥에 꾹꾹 눌러둔다. 누가 혹시라도 알까 뚜껑까지 꼭 닫아 밀봉해버린다. 하지만 부패한 기억은 보글보글 거품을 일며 불쑥 올라온다. 비슷한 상황에 처하거나 목격할 때 그렇다. 우리의 발목을 잡는다.


너 또 한방 맞고 싶어?


우릴 옭아매고 더 이상 그 어떤 시도도 하지 못하게 가둬버린다. 한마디로 인생에 장애물이다. 나도 이런 흑역사라 불리는 기억이 몇 있다. 누가 볼까 진공포장까지 해뒀던 그 끔찍한 기억을, 나는 굳이 되새김질하면서 노트북 모니터에 퍼부었다. 글로 쓴 것이다. 그리고 모두가 보는 공개적인 장소(브런치)에 올렸다. 분명 미친 짓이다!


미친 짓에는 놀라운 효능이 있다. 그렇게 심각하고 무거웠던 사건이 한층 가벼워진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주니 위로는 덤이다.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하고 안심한다. 공감해주지 않아도 좋다. 키보드를 타닥타닥 두드리며 낱말을 조합할 때 이미 꽤 괜찮아진다. 글쓰기는 쓰라린 상처에 후시딘을 발라준다. 이런 자상한 녀석!  

 

"억누르려고 해도 두더지처럼 튀어 오르거나 시간이 갈수록 더 또렷해지는 고통도 많다. 그런 경우는 상처를 꺼내고 해결해야 삶을 제대로 살 수 있다."

"치유란 속마음을 보호하는 동시에 농이 가득 찬 속마음을 드러내는 일이다."

- 정혜신 <당신이 옳다> -


심리학자 아들러는 인간이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힘든 이유가 ‘스스로가 벗어나지 않겠다고 결심해서’라고 했다. 선 안에서만 살면 비슷한 일이 생기지 않을 거 같고 안전하다 여기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간은 본능적으로 안전을 추구하는 존재다. 하지만 동시에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길 좋아한다. 이런 양면성은 인간의 본능이자 특징이며 선택은 우리 몫이다. 나라면 후자를 택한다.

마! 한 번뿐인 인생, '여자답게' 이것저것 도전해보는 거다!


글쓰기로 치유가 되어 상처가 아물면 우리는 다시 유영할 수 있다. 좁은 수영장에서 벗어나 드넓은 바다까지 나가볼 용기지구력이 생긴다. 글을 쓰고 싶은데 쓸 말이 없다면 흑역사부터 털어놓는 건 어떨까? 그것도 아주 재미있고 신나게! 내 흑역사를 읽고 누군가는 용기를 얻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얼마나 홍익인간 이념 실천하는 일인가. 글쓰기로 어설펐던 나를 조롱해도 좋고, 상처 준 그놈에게 빅엿을 날려도 좋다. 당신은 수영 고수가 될 자격이 있다.




<연습문제>

자신의 흑역사를 글로 써보세요. 생각보다 괜찮을 걸요?





다음 매거진 글은 'dahl' 작가님의 <지극히 개인적인 글맥 참고서: 실전편>입니다. 치맥보다 더 달콤한 글맥도 주의사항이 있다는데?! 내일 오전 10시에 만나보세요~ 누구나 글을 쓰는 시대! 하지만 어떻게 글쓰기를 시작할지 막막하시다고요?  <<매일 쓰다 보니 작가>> 매거진을 구독하세요. 꾸준하게 글을 쓰며 자신만의 무기를 다진 6명의 작가가 동기부여를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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