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엔 지금

지금도 젊다

by 파이어

산책을 하다 4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엄마를 따라 걷고 있었다. 남자아이는 초록색 점퍼를 입었으나 추운 날씨에 비해 얇은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많이 춥겠다는 생각을 하며 곁에서 아이 손을 잡아끄는 엄마가 눈에 들어왔다. 엄마는 베이지색 카디건에 쇄골뼈가 훤히 보이는 카디건을 입고 1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를 아기띠로 안고 있었다. 아기는 코와 두 뺨이 빨갰다. 아기의 옷차림 또한 얇은 점퍼 차림이었다. 엄마는 많아야 30대쯤 되어 보였다. ‘에고, 애기 엄마가 어리다 ‘라고 생각하며 쳐다보고 있노라니 호기심 가득한 아이가 공원길 주변 화단을 유심히 바라보며 화단 돌 위로 올라가려 하였다. 젊은 엄마는 재빠르게 아이의 손을 잡고 길을 재촉했다. 엄마의 짧은 단발머리가 바람에 나부끼며 세 모자는 바쁘게 지나갔다. 몹시도 추운 날, 햇살은 따뜻했던 날, 얇은 옷차림이 안쓰러워 내 시선을 빼앗은 세 모자는 유유히 내 시야에서 멀어졌다.

어렸다. 아이가 어리니 엄마 또한 어리다. 내게도 그런 날이 있었다. 젊었던 순간. 어느새 중년에 접어드니 그 시기가 있었다는 것이 새삼 놀랍다. 두 아이를 낳고 키우느라 그 시기의 젊은 나는 바쁘고 힘에 겨웠다. 아이들이 부산스럽거나 떼를 쓰는 것도 아니었고 천방지축 날뛰는 편도 아니었다. 그래도 힘이 들었다. 지금보다 젊었었는데 말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시절은 애 키우는 것 외엔 하는 일이 없었다. 육아와 집안일이 다였다. 그러나 내 젊음은 잠식되어 가고 있었다. 다시 그 시기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힘들었으니 다시 겪고 싶지 않다. 어릴 때 아이들은 힘들지만 예뻤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아이들. 종알종알 이야기하고 노래하던 큰 아이, 연신 엄마를 부르며 책을 많이도 읽던 아이였다. 멋진 옷과 액세서리에 관심이 많았던 둘 째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멋진 폼을 잡으며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핑크색을 좋아했던 아이는 옷의 디자인과 색상에 유난히 밝았다. 그런 아이들 곁에 나는……. 그냥 아줌마였다. 나를 돌아볼 겨를이 없었던 젊은 애기 엄마.

책을 읽고 글로 기록을 남기고 글쓰기나 독서지도를 한다. 나만의 공간에서 아이패드를 두드리고 강의를 듣고 공부를 한다. 학생을 만나 수업을 하고 시각장애인들을 만나 현장해설을 한다. 지금은 나로서 산다. 아이를 돌보는 가정주부로서의 삶보다 내가 먼저다. 내 몸을 가꾸고 튼튼하게 하기 위해 운동도 한다. 나를 사랑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이제 알아서 살 길을 찾아갈 것이다. 나 또한 그럴 것이다. “얘들아, 너희도 곧 성인이 되니, 우리는 공생이 아니고, 상생의 길로 가는 것이다. 본인의 일은 본인이 선택하고 책임지는 것이다. 그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다.” 고등학생이 된 아이들에게 한 말이다. 그렇다. 젊은 나로 돌아가는 것보다 지금에 충실하게 사는 것이 더 좋다. 그 많은 시간들을 지나오며 얻은 경험은 나를 더 단단하게 했다. 그것으로 만족한다. 그 모든 것들이 앞으로의 삶의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그것으로 족하다. 지금도 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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