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여쁘니 더욱 아린다

이중섭 생가를 다녀온 후

by 파이어

얕은 언덕길을 올라가다 대로변 오른쪽에 작은 초가집이 있다. 초가집 뒤쪽 좁은 길은 검은 돌로 얕은 담이 쌓여 있어 집으로 들어가는 길을 안내한다. 오른쪽으로 돌아 비탈진 길을 내려가면 넓은 마당에 작은 초가집이 고즈넉이 앉아있다. 집을 들어가는 입구에는 정주석도 정낭도 없이 두 개의 계단이 오랜 세월을 느끼게 한다. 성인 한 사람정도 지날 수 있는 넓이의 돌계단은 입구인지 모를 검은 돌이 닳아 누워있다. 정면에 보이는 넓은 마당과 작은 초가집은 묘한 대조를 이루며 관광객을 맞이한다. 그 모습을 작고 하얀 꽃을 틔운 가녀린 매화나무가 조용히 서있다.

길게 놓인 초가집은 일자형으로 툇마루가 놓여 있고 한편 끝자락에는 출입문이 활짝 젖혀져 있다. 길게 놓인 흙바닥 건너 작은 방이 있다. 어둡고 음침하다. 그 방은 성인이 몸을 눕히기에도 작다. 그리고 정면에 영정 사진 속 남자. 그는 넓은 이마와 우수 어린 눈빛, 굳게 다문 입술과 코밑수염까지 잘생긴 외모는 그의 삶과 대비되는 이미지를 풍긴다. 천장에 매달린 백열등 전구가 그의 위태로웠던 삶을 대변하는 듯 아슬아슬하게 매달려있다.

“높고 뚜렷하고/ 참된 숨결/ 나려 나려 이제/ 여기에 고웁게/ 나려 두북 두북/ 쌓이고 철철/ 넘치소서/ 삶은 외롭고 서글프고/ 그리운 것 아름답도다/ 여기에 맑게 두 눈 열고/ 가슴환히헤치다.“ 왼쪽 벽에 휘갈겨 쓴 먹글은 여운을 더한다. 무겁게 가라앉은 공기가 안쓰럽고 글과 함께 딱한 마음이 들게 한다. 입구에 서 있는 단아한 매화는 그의 굳은 열정이 핀 듯 곱고 어여쁘다. 그래서 아린 마음이 돌아오는 내내 목구멍에 걸려 내려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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