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워진다

by 파이어

안방에 커다란 브라운관 텔레비전. 우리는 동그란 플라스틱 밥상에 서로의 무릎이 다을락 말락 앉아서 밥을 먹었다. 밥을 먹고는 있지만 우리들의 눈은 텔레비전에서 떠날 줄을 몰라 늘 아빠의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텔레비전은 밥 먹으며 함께 곁들이는 특식이었으며 아빠의 잔소리는 씁쓸한 반찬이었다. 삼시 세끼를 먹는 휴일이면 삼시 세끼 요리보다 그 시간에 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더 중요했다. 그 시절 우리의 유일한 미디어였다.

차고 넘치는 미디어에 노출된 요즘 젊은 세대는 유튜브를 즐겨 본다. 스마트폰이나 패드 화면의 짧은 영상은 그들의 놀이터가 된 지 오래다. 각자의 방에서 누구의 간섭도 없이 원하는 콘텐츠를 소비한다. 예전에 밥상머리에서 함께 드라마를 보며 눈물짓던 광경은 사라진 지 오래다. 80년대 농구 대잔치를 보며 귤을 까먹고 흥분해 소리 지르던 모습도 잊혀 간다. 홀로 즐기는 미디어가 대세다. 10대 청소년의 미래 선호 직업 1위가 인플루언서인 걸 보면 가히 짐작할 만하다.

요즘은 짧은 영상으로 ‘쇼츠’나 틱톡의 영상을 선호하는 흐름으로 바뀌고 있다. 긴 영상보다는 짧고 강렬한 영상을 선호한다. 시대의 흐름이고 변화이지만 전철이나 버스에서 저마다 스마트폰 영상에 빠져있는 것을 마주할 때마다 씁쓸함은 어쩔 수 없다. 종이책을 꺼내 들고 책을 읽는 내 모습이 별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다. 가끔 책을 읽는 사람을 만나면 동지를 만난 듯 다가가 끌어안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대단하고 멋지십니다. 무슨 책인가요?” 하고 대화를 나누고 싶어 진다. 소비되고 없어지는 짧은 영상보다 메시지를 던져주는 <아들과 딸> 같은 연속극이 그리워진다. 책을 읽고 미소 짓는 젊은이들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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