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의 따개비
<미루기의 천재들>, 〈쏟아지는 일 완벽하게 해내는 법〉, 〈힘든 일을 먼저 하라〉의 책은 모두 ‘미루기‘라는 키워드를 공통점으로 하고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미루다가 낭패를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필자인 경우에도 그렇다. 과제 제출일이 코 앞에 닥쳤음에도 눈길만 줄 뿐 자리에 앉아 해내려 하지 않는다. 머릿속에 과제가 들어있음에도 몸은 다른 일을 하고 있다. 눈앞에 임박했을 때 해내느라 애를 먹으며 진땀을 흘리기도 한다. 그러니 제출 후에는 마음에 완전히 들 수가 없다. 완성도는 떨어지고 실수가 눈에 들어온다. 그때는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 “왜 그랬어!”라고 스스로에게 호통을 치지만 그런 일들이 반복된다. 고약한 습관이며 삶을 위태롭게 만들기도 한다.
앞에서 언급한 <미루기의 천재들>은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앤드루 산텔라의 경험을 그대로 녹여낸 책이다. 그는 스스로가 중요한 일을 미루는 일이 고착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본인과 같은 또는 본인처럼 전혀 미루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이 책을 펴냈다. 미루기가 습관이 되어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핑계와 변명을 하느라 바쁘다. 하지만 저자는 미루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사고와 행동 사이에 놀라운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그로 인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고 더 좋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혹자는 게으르다고 말할 수 있지만 진일보한 무엇인가를 창조해 내는 작업일 수 있다는 것이다. 20년 동안 ‘진화론’의 발표를 뒤로 미루며 따개비와 지렁이 탐구에 매달렸던 찰스 다윈, 의뢰받은 지 25년 뒤에야 그림을 납품하며 세기의 명작 <암굴의 성모>를 남긴 레오나르도 다빈치, 8개월 동안 소포 보내기를 미루다가 인간의 비합리적 행동을 다루는 행동경제학의 대가가 된 조지 애컬로프, 9개월간 의뢰받은 저택의 설계를 미루다가 클라이언트의 방문 직전 두 시간 만에 완성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까지. 저자는 역사에 남을 위대한 업적을 남긴 천재들의 이야기를 밝히며 미루기가 가진 본질에 대해 역설한다.
작가 앤드루는 미루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중요한 일이 있지만 더 중요한 무언가가 있어 그때 당시에는 그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라는 것이다. 찰스 다윈은 비글호를 타고 수집한 각종 자료와 문서를 가지고 돌아온 후 바로 지필에 들어가지 않았다. 20년을 “따개비 연구“에 쏟아부었다. 자연선택이라는 놀라운 발견을, <종의 기원>이라는 인류 역사상 걸작을 바로 쓰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게으른 사람은 아니다. 무수히 많은 연구를 했고 그 이후에 많은 논문을 발표했으니 말이다. 다윈도 분명 <종의 기원>보다 “따개비 연구”가 중요한 일이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해야 할 일을 미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는가. 과제 제출을 앞두고 나는 이 글을 쓰고 있다. 내게는 이글이 따개비 연구인 것이다. 모두 저마다의 “따개비가 있다.” 고질병이라고 슬퍼하거나 낙담하지 말자. 그대로 받아들이고 해낸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