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의 기술
무용함을 사랑한다. 달, 별, 꽃, 해와 같은 고요와 고독, 평화를 애정한다. 하지만 조부와 친부의 온갖 패악질로 긁어모은 재산과 악행은 그에게 소리 없이 살기를 선택하게 한다, 그는 싸우기를 거부하고 회피한다. 그의 눈빛은 맑지만 슬픔이 가득하여 깊은 아픔이 느껴진다. 문학과 고독을 사랑하며, 가능한 한 마음의 무한한 평화 속에 있고 싶어 한다. 이 세상을 저버리고 먼 곳의 아웃사이더가 돼 부유하듯 살기를 꿈꾼다. 그러나 시대의 혼란 속에 결국 그는 사랑하는 여인과 조국을 위해 그토록 무용함을 쫓았던 모든 것을 등지고 싸움을 선택한 것이다. 일제의 잔혹함과 부당함을 알리고자 펜을 들었고 신문을 발행했다.
tvN드라마 미스터선샤인의 김희성이라는 등장인물은 그렇게 살았다. 그의 삶처럼 그 무언가에 맞서 소중한 것을 지키고 찾아내고 구해내기 위해 그 시대에는 많은 이들이 투쟁과 혁명을 위해 싸웠다. 나라를 구하는 일로만 싸움을 하는 것은 아니리라. 김희성은 그 불안한 마음에 흔들리며 가문과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고뇌하고 괴로워한다. 친부와 조부의 업을 본인이 짊어지고 속죄하며 살기를 원한다. 무엇인가를 하지도 되려 하지도 않는다. 오로지 무용한 것들을 바랄 뿐이다.
우리의 자아는 내면에서 수없이 싸운다. 그리고 선택한다. 선택이 정당하기 위해 스스로 합리화하며 옳은 결정이었다고 다독인다. 비록 나라를 구하는 비장함이나 절실함은 아니라도 나 스스로를 구하기 위해 수많은 유혹과 싸운다. 쉬고 싶다는 순간에, 다 내려놓고 안 하고 싶을 때, 맘껏 놀고 싶을 때, 도망가고 싶을 때 우리는 되뇌고 되뇌며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것이 최선이고 정당한지를. 바른 선택이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바른 선택이라는 확신을 갖기 위해 책을 읽고 사유한다.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사진 핀터레스트 ; dan v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