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회는 부패한 음식이 아니다

2023년 10월 9일 / 황현산, '홍어와 근대주의'

by 글방구리
...냉동 시설이 없던 옛날에도 어부들은 끊임없이 바닷물을 길어 생선에 붓는 방식 등으로 상당한 기간 그 선도를 유지할 줄 알았다. ... 더구나 홍어는 겨울에 잡는 물고기여서 열흘이나 보름 안에 부패할 수는 없다. ... 삭히느냐 마느냐는 먹는 사람의 일이었다... 나름대로 삶의 중심이었던 자리들이 도시의 변두리로 전락하는 것은 그다음 수순이다. 식민주의의 권력자들은 삶을 통제하기 전에 먼저 삶을 수치스러운 것으로 만든다. 물론 이 일은 도시 안에서도 일어나고 한 사람의 도시민 내부에서도 일어난다....

홍어회는 부패한 음식이 아니다. 그것은 발효의 효과를 이용하여 조리된 음식이다. 우리의 불투명한 내부는 우리 삶의 부끄러움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삶이 다른 삶의 식민지가 되지 않았다는 증거다.

황현산 [사소한 부탁] '홍어와 근대주의' 중

대학시절, '요플레'라는 매우 요상한 유제품을 처음 먹어보았다. 새콤달콤했던 그 제품은 용량에 비해 어찌나 비싼지, 뚜껑까지 싹싹 핥아먹었던 건 요즘말로 국룰이었다. 당시에는 꿈에도 잊지 못할 환상적인 맛이었으나,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요즘에는 그와 비슷한 종류의 요거트를 먹어도 화장실로 직행한다.

그러면 요거트를 부패한 음식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요거트가 내 몸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요거트의 죄를 물을 수는 없겠다. 사악했던 가격에는 벌을 주고 싶지만.


오늘은 한글날이다.

"거버넌트 인게이지먼트가 레귤레이션이다"라거나 "내셔널 메모리얼 파크는 멋있는데 국립추모공원은 멋이 없다"는 말이 최고 권력자의 입에서 나오는 괴상한 시대를 살다 보니, 한글을 부패한 글자라고 말하는 기사가 뜨지는 않을까 내심 조마조마하다. 내가 아는 정보로는, 영어를 추앙하는 그는 외국에서 길게 살아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무의식적으로 영어가 입에서 튀어나오도록 영어를 모국어처럼 사용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어릴 적부터 이중언어를 사용했다고 해도 고위직에 올랐다면 주의해야 하거늘, 우리 삶을 부끄럽게 만들려고 작정한 것이 아니고서야.


한글과 우리말은 "우리 삶의 부끄러움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삶이 다른 삶의 식민지가 되지 않았다는 증거다."

그러니,

식민지에는 그나 살라고 하자.

'내셔널 메모리얼 파크'에는 그나 묻히라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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