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색물이 다 빠졌나 보다

2023년 10월 8일 / 싱고 한뼘일기 [서릿길이 셔벗셔벗]

by 글방구리
억새

염색물이 다 빠졌나 보다
은빛 머리카락
바람에 날리며

내가 안 보일 때까지
잘 가라고
잘 가라고 손 흔든다.

싱고 한뼘일기 [서릿길이 셔벗셔벗]

오늘은 한로.

찬 이슬이 내리는 절기가 시작되는 날.

가을이 시작되었으나 눈 깜짝할 새 가버리는 것처럼,

내 나이도 한로 절기에 들어섰으니

곧 겨울에 접어들겠지.


퇴직을 하고 나면 염색을 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아직도 흰머리보다는 검은 머리가 좋다.

정수리가 훤히 들여다보이는데도 흰머리 감추려고 염색을 놓지 못하는 나를 보니, 그 나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억새가 스승이다.


흰머리도 마음에 안 들고,

글씨도 마음에 안 들고.


아이, 속상해.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