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하느님께 돌아와 고백하는 시간

2023년 10월 10일 / 전숭규 [세상이라는 제대 앞에서]

by 글방구리
파견된 제자들이 돌아와 예수님께 보고하였듯이, 가을이 되니 하느님께 무엇을 보고할지 곰곰이 생각하게 됩니다. 곱게 물든 단풍처럼 하느님께서 주신 시간에 자신의 삶을 얼마나 아름답게 꾸몄는지 성찰해봅니다. 지는 낙엽을 통해 우리 인생 또한 유한한 것임을 알게 됩니다. 복음을 전하는 데 파견되었던 제자들은 주님의 이름으로 놀라운 결실을 거두었습니다. 그들은 기쁨에 넘쳐 스승님께 돌아왔습니다.

전숭규 [세상이라는 제대 앞에서], '가을, 하느님께 돌아와 고백하는 시간'

그러네.

숲속의 참나무, 상수리나무들도 하느님께 돌아와 도토리로 그들의 결실을 고백하고,

논에서 자란 한해살이 벼들도 황금빛 이삭을 이고 돌아와 한 해 동안 흘린 땀을 계산해서 바치고 있었던 거네.


길고양이 쓰리쓰리는 세 마리의 새끼들을 낳아서 키웠고,

딱따구리도, 어치도 알을 낳고 부화시키고 떠나보낸 걸로 하느님께 셈을 바친 거였네.


하느님 앞에 돌아온 나는 무엇을 고백할 텐가?

이러다 영영 빈손으로 그분 앞에 서게 되면 어쩔 텐가?


가을은 언제나 짧았다.

큰일이다.

인생은 가을보다 더 짧을 것 같으니 이를 어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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