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15일 / 주중식 외 [교사열전]
아이들은 시험지를 받아 들자 진지하게 써 나간다. ...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종현이 시험지부터 찾아 들었다. 아주 걱정스런 반응을 보이던 놈이라 그 녀석 시험지가 제일 궁금했다. 그런데 걱정스런 마음과는 달리 첫 문제부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지금까지 이런 시험 답안은 처음 본다.
- 부르는 말을 바르게 써 보세요. "발걸음도 가볍게"
(나는 안 가벼습니다.)
- 보기 문장에서 밑줄 그은 말을 높임말로 바르게 바꾸어 쓰세요.
<보기> "아버지가 큰 소리로 웃었습니다."
(빨리 오면 종켓습니다.)
- 다음에서 틀리게 쓴 말을 바르게 고쳐 쓰세요. "놉고 푸른 하늘"
(지금은 하늘이 꺼머습니다.)
갈수록 종현이는 보통 아이가 아니다 싶다. 모든 문제를 자기 걸로 만들어 자기 답을 쓰고 있다.
... 의사가 진찰하는 것하고 같다고 했던 말을 종현이는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모른다고 아무것이나 쓰지도 않고, 그냥 비워 두지도 않았다. 답 쓰는 괄호가 넘치도록 꾹꾹 눌러서 써 놓았다...
드디어 마지막 문제다.
- 사물을 셀 때 쓰는 말을 다음 보기에서 찾아 쓰세요.
나무 한(번만 올라 가)
연필 한(번 쓰께)
생선 한(번 먹자요)
운동화 한(200쯔 되요)
시험지를 매기면서 나는 오늘 종현이를 한번 안아 주지 못하고 보낸 것이 마음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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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엮음/ [교사열전] 36-38쪽 / 박선미, 부산 신평초등(2005.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