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목청이 터지도록

2023년 10월 14일 / 레이첼 클라크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by 글방구리
자연은 목청이 터지도록 소리친다. 모든 게 덧없이 사라지고 변한다고, 어떤 것도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고. 그런데 시인 제라드 맨리 홉킨스가 말한 것처럼 '자연은 결코 고갈되지 않는다.' 세상 만물은 늘 다시 소생한다. 얼음이 녹으면서 새싹이 피어나고 봉오리가 피어난다. 깃털도 나지 않은 새끼 새가 알을 깨고 나온다.(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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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올리버 시인의 말처럼 인생은 참으로 거칠고 소중하다.(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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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만물은 결국 죽거나 사라질 운명이다. 아무리 아름답더라도, 아무리 사랑받더라도, 영원히 머물거나 견디지는 못한다. 영속하지 못한다는 것, 그 사실만은 변함없이 존재한다. 그런데 살아 있는 존재의 이러한 절대적 원칙에 유연하게 맞설 장치가 있다. 바로 인간의 선택 능력이다. 죽을 운명에 대처하는 방법을 스스로 결정하는 힘. 이 힘을 그 무엇도, 그 누구도 앗아갈 수 없다. 분노하고 부정하느냐, 받아들이고 포용하느냐, 선택은 우리 몫이다.(371)

레이첼 클라크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비 예보가 있던 토요일.

햇볕은 없으나 바람이 좋다.

건조기에서 말릴 수 없는 옷 몇 벌을 마당에 넌다.

빨랫줄이 없어 살구나무, 산목련 가지에 걸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나무에 걸린 옷들이 춤을 춘다.


사람의 도움을 받을 때는 고마운 마음만 들진 않는다. 빚진 마음도 들고, 가끔은 나도 그만큼은 했으니 그 정도는 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나무의 도움을 받을 땐 내가 조금 착해지는 것 같다. 딱히 아픈 데를 짚어주지도 않았는데 내 몸 어딘가를 만져준 것 같기도 하고, 꼬부라진 심보를 건드려주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돕는 게 아니라 도움을 받는 건데도 기분이 좋다.


가을이다.

나뭇잎들이 흔들리고, 흔들리다가 떨어진다.

나무들이 목청이 터지도록 소리치고 있는 거다.

그들이 하시는 말씀을 잘 들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