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탕을 헤치고

2023년 10월 13일 / 이충구 [포니 오디세이]

by 글방구리
'진흙탕을 헤치고 별까지'
(Ad Astra Per Aspera)

가난, 전쟁, 분단, 보잘것없는 기술과 빈한한 천연자원까지, 가진 거라곤 결핍이 전부였던 대한민국의 자동차 산업이 오늘날 거두고 있는 성공을 표현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문장은 없을 듯하다.
...
사람마다 조금씩 정의가 다르지만 대체로 지능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라는 것에는 의견이 일치한다. 전에 알지 못하던 새로운 문제와 부딪혔을 때 얼마나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에 관한 능력이 바로 지능이라는 것이다. 또한 학자들은 지능이 많은 부분 과거의 지식과 경험에서 비롯된다고도 이야기한다. 유전적으로 타고나는 두뇌도 무시할 수 없지만 살면서 직접 혹은 간접으로 얻는 경험이 문제해결 능력을 높인다는 것이다.

이충구 [포니 오디세이] 프롤로그

금요일이면 두 군데에서 '금요장터'가 열린다. 아파트 상황에 따라 월요장터, 수요장터도 있지만 공교롭게도 내가 사는 동네와 직장은 모두 금요일에 작은 장마당이 서는 것이다. 하도 금요장터라는 말이 한 단어처럼 입에 배서 어릴 적 딸내미는 "와, 금요일에 열려서 금요장터였어?"라는 말을 너무도 진지하게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듣던 내가 더 놀라고 황당무계해서 빵 터졌던 기억도.


어제도 금요일이었고, 장이 섰고, 장을 봐왔고, 오후 내내 부엌일을 했다. 파김치를 하려고 파를 다듬는데 어찌나 파가 가는지, 시간이 한참 걸렸다. 목이 다 뻐근할 지경. 그래서 할머니들이 까서 파는 파는 무조건 싸다!


부엌일에 올인한다는 것은 내내 서 있거나 종종거린다는 말이고, 노동의 힘듦을 잊게 해 줄 막걸리나 캔맥주를 홀짝거린다는 말이기도 하다. 밤이 되기도 전에 자리에 뻗어 버린다는 말이기도 하고, 잠이 드는지도 모르게 스르르 녹아 버린다는 말이기도 하다.


부엌일을 늘 이렇게 몰아서 하는 오랜 습관도 고치기 어렵고, 날마다 짧아도 한 편씩은 써서 그날을 기록해 두자는 새로운 습관을 들이기도 어렵다.


10월 13일치를 하루 늦게 쓴 데 대한 변명이다. 없어질 뻔한 어제를 간신히 살렸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