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12일 /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은 10월 8일 로마 성 베드로 광장에서 주일 삼종기도를 바친 뒤 훈화에서 "무기 사용을 중단해 달라"며 "어떠한 해결책도 될 수 없는 테러와 전쟁은 단지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을 죽음과 고통으로 몰아넣는다"고 말했다. 또한 "전쟁은, 모든 전쟁은 언제나 패배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희생자들의 가족에게 위로를 전하고, 공포와 고통의 시간을 보내는 모든 이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위해 함께 기도하자"고 요청했다.
- 가톨릭 신문 / 2023년 10월 15일자, 8면 외신종합 기사 중
나는 내 아이들이 크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해서 아기를 낳아 키우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 왔다. 혹은 사제나 수도자가 되어 독신으로 산다고 해도 반대할 의사는 없었다. 세상은 아름다우니까. 사람들은 사랑스러우니까. 그 많은 피조물 중에 사람으로 태어나 맑은 공기를 마시고 밝은 햇볕을 쬐면서 살아가는 이 생명이 참 근사하니까.
근거 없는 낙관주의자였던 내가 언제부턴가는 비관론자가 되어 버렸다.
도대체 희망이라는 게 없어 보이는 요즘이다. 기후 위기로 시도때도 없이 쏟아지는 물폭탄, 지진과 쓰나미, 땅 위에는 더 쌓아놓을 수 없어 바닷속에 처박아버린 쓰레기들, 가족을 위해 차린 밥상 위에 나도 모르게 들어 있는 미세플라스틱과 방사능 오염물질들. 권력을 위해 전쟁을 불사하거나, 불사하겠다는 사람들까지.
그런데 세상만 이렇게 어둡고 암담한 게 아니다.
딸내미의 날선 말투를 참지 못해 아침부터 한판 붙은 나도 오늘은 전쟁터에 나선 군인 같았다. 교황님 말씀대로라면, 전쟁은, 모든 전쟁은 언제나 패배일 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