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18일 / 다이애너 애실 [어떻게 늙을까]
나의 탈출구는 정원 가꾸기, 그림 그리기, 빈둥거리기, 그리고 책이었다. 책은 내가 가장 애용하는 탈출구로, 나는 책을 읽고 서평을 쓰고 또 책을 썼다(이 특별한 직업의 새로운 용도라고나 할까). '새로운 용도'라고 했지만 내게 새롭다는 의미일 뿐이다. 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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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도피처가 되어주는 일들은 대부분 일상적인 것들이다. 그것은 내가 늙었기에 더욱더 소중해진 일들로, 그 일들을 즐길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는 걸 잘 알기에 갈수록 그 재미가 더 강렬해진다. 하지만 필시 노년에 내가 한 최고의 일은 지금도 그렇지만 약간은 비일상적인 일이었다. 그건 내가 글을 쓸 수 있다는 걸 발견한 행운과 전적으로 관계가 있다. 181
다이애나 애실 [어떻게 늙을까]
오십 년 넘게 편집자 일을 하던 저자가 이 책을 쓴 게 89살이라고 한다. 제목은 [어떻게 늙을까]이지만 저자 입장에서 보면 [어떻게 늙었을까]였겠다. 어쨌거나 저자가 '탈출구'라고 열거한 것들을 읽다 보니 학창 시절에 외웠던 윤선도의 [오우가(五友歌)]가 생각났다. 다이애나 애실의 정원 가꾸기, 그림 그리기, 빈둥거리기, 책 읽기, 책 쓰기는 윤선도의 수석(水石)과 송죽(松竹), 동산에 떠오르는 달과 같은 것이겠다.
내 벗이 몇이나 하니 수석과 송죽이라,
동산에 달 오르니 긔 더욱 반갑고야.
두어라 이 다섯밖에 또 더하여 무엇하리.
윤선도 [오우가] 제1수
'따라쟁이'라는 유아적 근성을 다 벗어나지 못한 나도 윤선도의 시조를 흉내 내며, 요즘 나의 탈출구가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내 벗이 몇이나 하니 붓글씨와 손뜨개라,
단소에 소리 나니 긔 더욱 반갑고야.
글쓰기와 읽을 책 있는데 또 더하여 무엇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