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편을 보며 본편을 기다려요

대림 제2주일 / 마르코 복음 1,1-8

by 글방구리

저는 독일어 성경책을 두 권 갖고 있습니다. 두 권의 차이를 잘 모르기에 글자가 큰 성경을 골라 필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주간 복음을 우리말과 독일어를 비교하면서 옮겨 적다 보니 조금 이상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마르코 복음 1장 4절입니다.


세례자 요한이 광야에 나타나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의 세례를 선포하였다.
Das geschah, als der Täufer Johannes in der Wüste auftrat und zu den Menschen sagte: "Laßt euch taufen und fangt ein neues Leben an, dann wird Gott euch eure Schuld vergeben."


제 독일어 실력이 아무리 변변치 못하다고 해도, 위의 두 문장은 사뭇 달라 보입니다. 정확한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독일어 성경구절은 "세례자 요한은 광야에 나타나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세례를 받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시오. 그러면 하느님이 당신들의 죄를 용서해 줄 것이오.'"로 해석해 볼 수 있겠습니다. 우리말 성경의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의 세례"와는 달라 보이지요.


제가 번역을 잘못하는 것일까 몇 번을 갸우뚱하다가, 다른 성경책을 꺼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거기에는 이렇게 씌어 있네요.


Johannes der Täufer war in der Wüste und verkündigte die Taufe der Buße für Vergebung der Sünden.


오! 이 구절은 분명히 우리말과 똑같이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의 세례'라고 쓰여 있네요. 얹혔던 음식이 시원하게 내려가는 기분이었습니다. 제 머리 탓을 할 필요가 없었어요! 두 권의 성경에 약간의 차이가 있었던 겁니다.


우리말 성경도 번역하신 분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요. 흔히 '개역'이라고 하는 성경과 다르다는 것은 알지만, 가톨릭 교회 안에서 쓰는 성경도 다른 번역본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지금 제가 읽고 쓰는 성경은 2005년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성서위원회가 편찬한 [성경]입니다. 이 성경이 사용되기 전에는 개신교와 함께 번역한 [공동번역 성서]를 주로 사용했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200주년 신약성서'가 인상 깊었습니다. 200주년 성서는 한국천주교회 창립 200주년을 기념하여 번역 발간된 신약성서랍니다. 그 성서에서는 예수님이 하시는 말씀이 경어체로 번역되어 있어요. 그래서 조금 낯설기도 합니다만, 실제로 예수님이 사람들에게 마구 반말을 사용하셨을 것 같지는 않아요. 직접 들은 사람이 없고, 예수님이 사셨던 시대상과 언어문화를 잘 알지 못하니 상상의 나래를 펼 뿐이지만요.


아무튼 독일어 성경 구절의 차이를 보면서, 복음서를 자구(字句)에 매달려 해석하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그보다는 말씀이 어떻게 마음을 건드리는지, 제 삶 안에서 어떤 바람으로 불어오는지 그걸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요. 더 정확한 해석은 성서를 번역하는 학자분들에게 맡기기로 하고요.


예수님이 사람들 앞에 나타나시기 전에 세례자 요한이 먼저 등장합니다. 예수님은 누구고, 그분이 와서 하실 일들을 '예고편'처럼 알려줍니다. 본편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여주는 예고편의 주인공 세례자 요한은 자신이 본편의 주인공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말합니다. 자신은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드릴 자격조차 없다고 하니, 비교 자체가 불가할 만큼 본편이 훨씬 흥미진진할 것이라는 말이지요.


그런데 이미 본편을 본 우리는 예고편에만 들어 있는 정보가 있음을 알게 되네요. 본편을 꼼꼼히 읽어봐도 예수님의 의식주에 대해 세례자 요한만큼 자세히 묘사되어 있지 않아요. 특히 의복과 식사에 관해서요. 요한은 광야에서 살고, 낙타 털옷을 입고 가죽 띠를 둘렀으며, 메뚜기와 들꿀을 먹고살았다고 합니다. 성서 시대의 의식주를 잘 몰라도, 그분이 호의호식했다는 표현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본편에 등장하는 예수님도 고대광실에서 산해진미를 드시며 명품으로 치장했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태어나자마자 마구간 밥그릇에 뉘어진 분이고, 머리 둘 곳 없었던 분이며, 먹을 것이 없어 길가의 밀이삭을 뜯어먹은 분이라는 기록은 있지요. 그러므로 세례자 요한이나 예수님이나 빈한하기는 오십보백보가 아니었을까요.


요즘 '말따행따(말 따로 행동 따로)'라는 사자성어가 유행하고 있지요. '입벌구(입만 벌리면 구라)'라는 표현도 종종 봅니다. 조롱기가 가득한 이 말들이 주로 우리 사회의 정치 지도자들을 향한 말이라는 게 참담하기는 한데, 어디에서 무엇을 먹고 어떻게 입고 사는지만 봐도 그들이 하는 말의 진실성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의식주로, 행동으로 자신이 선포하는 말의 진실성을 증언하지 않습니까? 예언자는 말이 아니라 삶으로 하느님의 뜻을 보여주는 사람입니다. 말만 앞서는 사람은 거짓 예언자요, 입벌구가 틀림없지요.

말은 삶이 뒷받침되었을 때 비로소 진실해지고, 힘을 갖습니다.

너나 할 것 없이 많은 말들을 쏟아 놓는 세상입니다. 제가 쓰는 글들도 거짓 예언자들처럼 세상에 소음을 더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 문득 두려워집니다. 예수님이 오실 길을 미리 준비하셨던 세례자 요한처럼 제 처지에 맞게 살아가고 있는지, 제가 사는 삶이 제가 쓰는 글과 부합한지 자주 돌아봐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저는 젊을 때 가끔 눈앞이 노래지면서 쓰러지곤 했습니다. 쓰러진다고 하니 큰 병이 있나 싶지만 그런 것은 아니고, 그런 증상이 있으면 잠깐 누워 진정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멀쩡해졌어요. 하지만 횟수가 거듭되다 보니 걱정이 되더군요.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어요. '미주신경 실조증'이라나요. 의사 선생님은 염려할 만한 질병도 아니고, 딱히 치료할 방법은 없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어요. 단지 실조증이 일어나기 전에는 반드시 전조증상이 올 거라고, 그 증상을 놓치지 말고 몸을 안전하게 눕히라고 했습니다. 그 후 저는 전조증상을 느끼면 재빨리 누울 곳을 찾아 몸 상태가 회복될 때까지 기다립니다.


예수님이 이 세상에 오시기 전에 세례자 요한이 사람들에게 죄를 용서받기 위해 회개의 세례를 받으라고 선포하시는 것은 마치 실조증이 오기 전에 전조증상을 잘 알아들으라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잠들지 말고 깨어 기다리라는 말씀도 언제 올지 모를 전조증상을 놓치지 말라는 당부겠고요. 아무 데나 머리 박고 쓰러진 뒤에 후회하지 말라고요.


개봉박두 본편에 앞서 예고편을 보여주시는 것도, '그날'이 오기 전에 징조를 미리 보여주시는 것도 저는 왜 이리 따뜻하게만 느껴지는지 모르겠어요. "오다 주웠다!" 하면서 툭 던져주는 '츤데레'의 꽃다발처럼, 거저 받아도 되나 싶을 만큼 넓고 깊은 사랑이 숨겨져 있는 것 같다고 할까요.


세례자 요한의 설교
하느님의 아드임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 이사야 예언자의 글에 "보라, 내가 네 앞에 내 사자를 보내니 그가 너의 길을 닦아 놓으리라."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 '너희는 주님의 길을 마련하여라. 그분의 길을 곧게 내어라.'" 하고 기록된 대로, 세례자 요한이 광야에 나타나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의 세례를 선포하였다. 그리하여 온 유다 지방 사람들과 예루살렘 주민들이 모두 그에게 나아가, 자기 죄를 고백하며 요르단 강에서 그에게 세례를 받았다. 요한은 낙타 털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 띠를 둘렀으며, 메뚜기와 들꿀을 먹고살았다. 그리고 이렇게 선포하였다. "나보다 더 큰 능력을 지니신 분이 내 뒤에 오신다. 나는 몸을 굽혀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드릴 자격조차 없다. 나는 너희에게 물로 세례를 주었지만, 그분께서는 너희에게 성령으로 세례를 주실 것이다."


Wie es anfing
In diesem Buch steht, wie die Gute Nachricht von Jesus Christus, dem Sohn Gottes, ihren Anfang nahm.
Der Täufer Johannes
Es begann, wie es im Buch des Propheten Jesaja steht: "Ich sende meinen Boten vor dir her, sagt Gott, damit er den Weg für dich bahnt." In der Wüste ruft einer:"Macht den Weg bereit, auf dem der Herr kommt! Baut ihm eine gute Straße! Das geschah, als der Täufer Johannes in der Wüste auftrat und zu den Menschen sagte: "Laßt euch taufen und fangt ein neues Leben an, dann wird Gott euch eure Schuld vergeben." Alle Leute aus den Gebiet von Judäa und die ganze Einwohner schaft von Jerusalem kamen zu ihm, gaben offen ihre Verfüehlungen zu und ließen sich von im Jordan taufen. Johannes trug ein Gewand aus Kamelhaaren mit einem Ledergürtel und ernährte sich vanon Heuschrecken und dem Honig wilder Bienen. Er kündigte an: "Nach mir kommt der, der viel mächtiger ist als ich. Ich bin nicht gut genug, mich zu bücken und ihm die Schuhe aufzubinden. Ich habe euch mit Wasser getauft, er wird euch mit heiligen Geist tauf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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