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봉이 엄마는 떡을 썰면 됩니다

대림 제1주일 / 마르코 복음 13,33-37

by 글방구리

성탄절은 아이들이 기다리는 가장 큰 축제입니다. "성탄절이 뭐하는 날인데 그렇게 기다리는 거야?"라고 물으면, 꽤 많은 아이들이 산타클로스가 태어난 날이라고 말해요. 엄마 따라서 교회나 성당에 가본 아이들 몇몇은 예수님이 태어나신 날이라고 하기는 합니다만, 그 아이들의 관심도 예수님의 탄생보다는 산타클로스 선물에 더 집중되어 있습니다.


연인과 함께 벽난로 앞에서 불멍을 하며 성탄절을 즐기지도 못하고, 산타클로스에게 선물받을 만큼 착한 일을 하지도 못한 저처럼 어중간한 어른들은 성탄절이라고 해도 다른 날과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직장 다닐 때는 그저 일요일이 아니기만을 바라왔지요. 공휴일이 빈곤한 11월 이후에는 설날이 되기 전에 오는 성탄절이 꿀 같거든요.

'에브리데리 홀리데이(everyday holiday)'인 퇴직자이기는 해도, 성탄절을 앞두고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이라고 일컬어지는 대림절이 되면 왠지 보너스가 함께 나오는 월급날처럼 마음이 몽글몽글해집니다. '기다림'이라는 말이 주는 묘한 두근거림 때문일까요? 초록색 나뭇가지로 대림환을 만들고, 한 주간이 지나갈 때마다 명도가 다른 초를 하나씩 더 밝혀가는 것이 운치 있게 보여서일까요?


그런데 대림절 첫 주간의 말씀은 이런 분위기와는 사뭇 다릅니다. 크리스마스 트리에 반짝이는 전구를 장식하고 뽀얗고 귀여운 아기예수님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하라는 말씀이 아니라, '그 날'이 갑자기 들이닥칠 것이니 정신줄 놓지 말고 깨어 있으라는 종말론적인 엄포로 들리기 때문입니다. 독일어 성경의 '위버라쉔(überraschen)'이라는 단어를 읽으면서도 산사태처럼, 쓰나미처럼 갑자기 제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릴 어떤 환난의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좋은 일은 갑자기 들이닥친다고 해도 별로 당황스럽지 않습니다. "써프라이즈~!" 하면서 놀라게 하는 깜짝 선물도 알고 나면 두 배로 기분이 좋아지지, 예상하지 못했던 선물이라고 화를 내게 되지는 않잖아요. 그러나 좋지 않은 일, 특히 사고나 죽음, 질병 등은 언제나 '갑자기' 우리를 찾아오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시간이 멈추지 않는 한, 나이를 먹고 병에 걸리고 쇠약해져서 죽음에 이르게 되는 것처럼 확실히 예고되어 있는 것도 없습니다. 갑자기 오는 게 아니에요. 어느 한 사람도 예외가 없기에 가장 예측 가능한 일들입니다. 사건은 반드시 일어나지만, 단지 그 사건이 내게 닥치는 시간만 예측할 수 없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시간이라는 것은 내 마음대로 빠르게 혹은 느리게 가라고 할 수 없고, 거라 달려라 할 수도 없는 영역입니다. 시간의 주인은 하느님이라는 얘기지요.


저는 오늘 필사를 하면서 34절의 말씀에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종들에게는 각자가 할 일을 하도록 권한을 맡겼고, 문지기에게는 깨어 있으라고 하신 구절인데요.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게 특별한 게 아닙니다. 주인이 있거나 없거나 종들은 자기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문지기가 잠들면 문을 지킬 수가 없으니, 당연히 문지기는 깨어 지켜야 하는 임무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독일어에는 'in eigener Vorantwortung'이라고 씌어 있는데, 각자 자신의 고유한 업무, 고유한 책임이라는 뜻이겠지요. 그러니 각자 자신에게 맡겨진 자기 일을 하면 됩니다. 하느님이 정하신 그 시점(Zeitpunkt)이 도래할 때까지요.


이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오늘 말씀이 제게는 이렇게 들리네요.

"어떤 새로운 일, 네가 하지 못하는 일을 맡기지 않는다. 그저 너에게 맡겨진 네 고유한 책임을 성실히 하면 된다. 언제까지? 내가 정해놓은 그때까지."


얼마나 감사하고 다행한 일인가요? 한석봉 엄마는 촛불 꺼진 캄캄한 방에서 자기가 해온 일, 할 줄 아는 일인 떡을 썰면 되는 거예요. 글은 석봉이가 쓰는 거고요. 하느님은 석봉이에게 갑자기 썰 줄 모르는 떡을 썰라고 하지 않고, 석봉이 엄마에게 느닷없이 쓸 줄 모르는 글을 쓰라고 하시는 분이 아니라는 말씀인 거죠. 석봉이든, 석봉이 엄마든 하느님이 각자에게 하라고 맡겨주신 일이 무엇인지, 그 일을 하지 않고 뭉개며 자고 있는 건 아닌지 그걸 스스로 물어보는 시기가 아마 대림절 기간일 거예요.

그러니까 저는 석봉이 엄마처럼 떡만 썰면 됩니다. 불 꺼진 방에서 손이 베지 않게 졸지 말고 열심히 제가 살던 대로, 제가 썰던 떡을 써는 게 대림절이 아닌가 싶네요. 그분이 "이제 됐다, 내 불을 환히 밝히마." 하고 오실 때까지 말이지요.



"너희는 조심하고 깨어지켜라. 그때가 언제 올지 너희가 모르기 때문이다. 그것은 먼길을 떠나는 사람의 경우와 같다. 그는 집을 떠나면서 종들에게 권한을 주어 각자에게 할 일을 맡기고, 문지기에게는 깨어 있으라고 분부한다. 그러니 깨어 있어라. 집주인이 언제 돌아올지, 저녁일지, 한밤중일지, 닭이 울 때인지, 새벽일지 너희가 모르기 때문이다. 주인이 갑자기 돌아와 너희가 잠자는 것을 보는 일이 없게 하여라. 내가 너희에게 하는 이 말은 모든 사람에게 하는 말이다. 깨어 있어라."

Seht zu, daß ihr wach bleibt! Denn ihr wißt nicht, wann der Zeitpunkt da ist. Es ist wie bei einem Mann, der verreist. Er verläßt sein Haus und weist alle Untergebenen an, ihre Arbeit in eigener Vorantwortung zu tun. Dem Türhüter befielt er, wachsam zu sein. So sollt auch ihr wach bleiben, weil ihr nicht wißt, wann der Hausherr kommen wird: am Abend, um Mitternacht, beim ersten Hahnenschrei, oder wenn die Sonne aufgeht. Wenn er kommt, soll er euch nicht im Schlaf überraschen! Was ich euch sage, gilt für alle: Bleibt wa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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