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거 진짜 믿기 어렵다니까요

주님 부활 대축일 / 요한복음 20,1-9

by 글방구리

"예수님의 부활을 믿으시나요? 진짜요?"

부활대축일 강론을 쓰기에 앞서, 이 글을 읽으시고 계실 그리스도인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일반적으로 기독교라고 불리는 개신교든, 저처럼 가톨릭이나 성공회 기타 교파가 어떤 것이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을 가지신 분께 여쭙니다.

"예수님이 진짜 부활하셨어요? 그걸 믿으세요?"

대다수의 신자분들은 제 질문에 이렇게 생각하시겠지요.

'무슨 개소리? 부활을 안 믿으면 그게 예수를 믿는 거야? 그걸 안 믿으면서 교회는 왜 다니나?'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는 예수님이 부활하셨다고 '생각'은 합니다. 그런데 진짜 그분의 부활을 '믿고' 있느냐고 누가 제게 묻는다면, '그렇다, 나는 믿는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가끔 믿는다는 게 솔직한 답이 될 거예요. 그럴 거라고 미루어 짐작하거나,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그렇다고 믿는 것에는 어마무시한 차이가 있으니까요.


한 수녀님과 전화 통화를 할 일이 있었습니다. 그 수녀님은 얼마 전에 아버님을 여의셨는데, 저는 그 소식을 뒤늦게야 알게 되었어요. 조문을 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위로를 건네는 제게 수녀님이 웃으며 이리 말씀하시더군요.

"아니에요. 저는 이번에 아버지를 보내드리면서 부활이 있다고 믿게 되었어요."

'엥? 예수님만을 믿고 바라며 살겠다고 수녀원에 들어가 종신서원을 하고 산 지 서른 해가 다 되어 오는 수녀님도 부활을 이제 믿게 되었다고? 이거 실화임?'

속으로만 그렇게 생각하고 말았으면 되었을 것을. 저는 가볍디 가벼운 입을 놀리고 말았지요.

"어머나, 수녀님! 그러면 수녀님도 그동안 부활을 안 믿으신 거예요?"

얼굴을 마주 대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제 질문에 수녀님도 적잖이 당황하셨을 것 같습니다. 수녀님은 부활을 안 믿었던 게 아니라, 더 강하게 체험했다는 뜻으로 하신 말씀일 텐데, 제가 제 식대로 물어버렸으니 말이에요.


사순절을 지내면서 제 관심은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을 믿느냐, 안 믿느냐보다는 '믿는다는 것이 무엇일까?'에 더 경도되어 있었습니다. 믿음이라는 것은 한 치의 의심도 없는, 불순물이라고는 1도 없이 100% 순정품이어야 하는데, 저는 그동안 '믿는다'라고 하면서도 실은 믿지 않을 때가 더 많았음을 알아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럼, 널 믿지."

말은 이렇게 했지만, 솔직히 저는 제 아이들을 다 믿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하지 않았다고 할 때도 속으로는 '네가 아니면 누가 했겠냐?'라고 의심했어요.


"제발 날 좀 믿어 줘."

마음을 까뒤집어 보이고 싶을 만큼 답답할 때 했던 말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끔은 그 순간을 회피하고 싶어 제 진정성을 과도하게 표현한 적도 있어요. 제발 믿어달라고. 그런 믿음은 순도가 떨어질 뿐 아니라, 거짓이 포함되어 있기도 합니다.


"하느님, 당신을 믿어요."

하느님은 사랑이고 자비하신 분이라고 믿는다면서 그분이 벌을 주시지 않을까 두려워 고해성사 보기를 꺼려합니다. 하느님이 앞길을 보살펴 주실 거라 믿는다면서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며 예금통장과 보험 증서를 들여다봅니다. 하느님을 천국 가는 보험 정도로 생각하면서 그분을 믿는다고 고백합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믿어요."

예수님의 부활을 믿고, 그분과 함께 부활하리라 믿는다면서, 죽음을 두려워합니다. 고통을 당하는 것도, 수모와 치욕과 상실의 십자가를 받아들이는 것도 싫어합니다. 예수님을 사랑한다면서, 사랑하는 사람이 걸었던 길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걸어가기를 원하다니요.


예수님이 부활하신다는 말은 들었고, 그렇게 생각하고 싶고, 믿고 싶기는 하지만, 진짜 믿기 어려워하는 저 같은 사람들에게 오늘 복음은 커다란 위안이 됩니다. 예수님을 직접 만나고 함께 지냈던 마리아 막달레나에게도, 예수님의 수제자 베드로에게도, 예수님이 사랑하시던 제자 요한에게도 예수님의 부활은 결코 '못 믿을' 일이었으니까요. 먼저 오늘 복음을 찬찬히 읽어봅시다.


부활하시다
주간 첫날 이른 아침, 아직도 어두울 때에 마리아 막달레나가 무덤에 가서 보니, 무덤을 막았던 돌이 치워져 있었다. 그래서 그 여자는 시몬 베드로와 예수님께서 사랑하시던 다른 제자에게 달려가서 말하였다. "누가 주님을 무덤에서 꺼내갔습니다. 어디에 모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베드로와 다른 제자는 밖으로 나와 무덤으로 갔다. 두 사람이 함께 달렸는데, 다른 제자가 베드로보다 빨리 달려 무덤에 먼저 다다랐다. 그는 몸을 굽혀 아마포가 놓여 있는 것을 보기는 하였지만,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시몬 베드로가 뒤따라와서 무덤으로 들어가 아마포가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 예수님의 얼굴을 쌌던 수건은 아마포와 함께 놓여 있지 않고, 따로 한 곳에 개켜져 있었다. 그제야 무덤에 먼저 다다른 다른 제자도 들어갔다. 그리고 보고 믿었다. 사실 그들은 예수님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셔야 한다는 성경 말씀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Der Ostermorgen
Am ersten Tag der Wocht kam Maria von Magdald in der Frühe, als es noch dunkel war, zum Grab und sah, daß der Stein vom Grab weggenommen war. Da rief sie schnell zu Simon Petrus und zu dem andern Jünger, den Jesus lieb hatte, und sagte zu ihnen: Sie habe den Herrn weggenommen aus dem Grab, und wir wissen nicht, wo sie ihn hingelegt haben. Da gingen Petrus und der andere Jünger hinaus und kamen zum Grab. Die beiden liefen mineinander los, doch der andere Jünger lief voraus, schneller als Petrus, und kam zuerst zum Grab, schaute hinein und sah die Leinenbinden liegen; er ging aber nicht hinein. Da kam Simon Petrus ihm nach und ging in das Grab hinein und sah die Binden liegen, aber das Tuch, das Jesus um den Kopf gehabt hatte, nicht bei den Binden, sondern zusammengewickelt an einer Stelle für sich. Da ging auch der andere Jünger hinein, der zuerst zum Grab gekommen war, und sah und glaubte. Denn sie verstanden das Schriftwort noch nicht, daß er von den Toten auferstehen müßte.

성서를 읽어보니 마리아 막달레나가 얼마나 당황해했는지 알 수 있겠어요. 무덤을 막았던 돌이 치워져 있을 뿐인데 막달레나는 무덤 안을 확인하지도 않고 제자들에게 달려갑니다. 그리고 애먼 누군가를 의심하지요. 누군가 꺼내서 다른 데로 모셔갔다고요.


제자들도 놀란 마음에 무덤으로 달려갑니다. 그들은 예수님이 없어졌다는 막달레나의 말을 의심하는 것 같습니다. 무덤에 들어가서 시신은 없고 시신을 쌌던 수건과 아마포만 발견합니다. '그리고 보고 믿었다'라고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다음 구절이 "수님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셔야 한다는 성경 말씀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나오는 걸로 보아, 그들이 믿은 것은 예수님의 부활이 아니라, 예수님의 시신이 없어졌다고 말한 막달레나의 말을 믿은 게 아닌가 합니다.


예수님과 함께 살았던 제자들도 예수님의 부활을 당장 믿지는 못했습니다. 앞으로 차차 나오겠지만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고 그분과 함께 먹고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며, 그분이 보내신 성령을 받고 나서야 비로소 '믿음'이 생깁니다. 그러므로 오늘 당장 부활신앙이 생기지 않는다고 해도 속상해할 필요는 없을 거예요. 믿어지지 않는 부활을 억지로 믿는다고 고백할 필요도 없겠지요.


그래도 가끔 부활이 무엇인지 궁금하시면, 예수님이라는 분한테 진지하게 물어보세요.

"당신은 누구신가요? 진짜 죽고 나서 다시 부활하셨나요? 제가 당신의 부활을 믿어도 될까요?"

답을 정해 놓은 뒤 떠보려고 묻거나, 답을 안 줄 거라고 생각하면서 묻거나, 당장 답을 내놓으라고 재촉하거나, 의심을 잔뜩 갖고 묻지 않는 한, 그분은 반드시 답을 주시리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받은 답 자체가 바로 그분이 지금 살아 계시다는 증거가 되겠지요?

예수님의 부활을 믿으시거나, 아직 덜 믿으시거나,
잘 안 믿긴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게도 모두,
부활의 기쁨을 나눠 드립니다.
내가 조금 덜 믿는다고 해도,
더 믿는 사람들로 인해 행복할 수 있는 오늘,
그래서 더 기쁜 부활절이니까요.

알렐루야!

*대문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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